책은 친구요/책담아요

행복지기 2010. 12. 9. 19:44

 

 

 

 

 

 

야만의 시대, 우상의 칼에 맞선 이성의 펜

우선 이 평전의 저자 김삼웅부터가 평생을 언론인으로서 비판의 책무를 다하고자 한 대표적인 비판언론인으로 통한다. 그런 저자에게 선배 언론인 리영희는 일찍이 경외의 대상이자 사숙의 스승이었다. 1996년 삼인출판사 개업식에서 리영희와 저자는 나란히 축사를 했다. 개업식에 나온 막걸리를 서너 잔이나 마신 리영희는 얼굴에 표도 나지 않았고 저자는 한 잔만 했는데도 혼자 다 마신 양 얼굴이 홍당무가 되었다. 저자는 이를 빗대어 리영희에게 “선생님, 진실이란 뭘까요?” 하는 화두를 꺼내어 한참 ‘진실’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1998년이 저물어갈 무렵《서울신문》주필로 있던 저자는 리영희에게 원고 청탁을 하는데, “《서울신문》에는 안 쓴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이에 저자는 “내년부터 제호를《대한매일》로 바꿔 면모를 일신하려 한다”고 설득하여 이후 1999년 ‘리영희와의 신년 대담’을 성사시키고 그 사회를 보게 되면서 각별한 인연을 쌓아갔다. 저자가 독립기념관장으로 있던 2006년 리영희는 저자의 초청으로 독립기념관에서 강연하는 등 두 사람의 교감이 더욱 깊어졌다. 이듬해 저자는 리영희의 자택을 방문하여 주 2회씩 6개월에 걸쳐 장장 150시간에 이르는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리영희 전문가’가 되고 말았다. 2006년 리영희가 자서전《대화》를 끝으로 절필을 선언하자 저자는 안타까운 심정으로 한 신문에 <리영희 생제문生祭文>을 쓰기도 했다. 리영희는 그동안 저자가 쓴 10여 권의 평전을 모두 꼼꼼히 읽고 잘못된 부분까지 지적하여 편지를 보낼 정도로 자신의 성정을 닮은 이 후배 언론인(저자)을 각별히 아꼈다.

이 평전은 저자와 리영희와의 이런 깊고도 오랜 교감과 저자의 각고의 노력 끝에 나온 “잘 익은 된장”이다. 숱한 평전을 써온 저자의 지론대로 “평전은 시비是非를 치우침 없이 다루는 것”이지만 “실명비판으로 악명(?)을 떨친 강준만의 필하筆下에서도 거의 유일하게 온전한” 리영희인지라 역시 이 평전에서도 비는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있다면 아들, 남편, 아버지로서 가족에게 소홀했다는 것이다. 그 엄혹했던 야만의 시대에 지식인으로서 ‘일인분의 역할’을 다하고자 했던 리영희로서는 가족을 제대로 돌볼 겨를이 없었겠지만 1989년 화갑을 맞아 그 ‘잘못’을 가족들에게 사과하고 비로소 “가족의 사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김훤주(《경남도민일보》기자)가 정의한 대로 “언론인 리영희는 진정한 특종 기자다. 세계 정치의 맥을 잡아 혈을 찔렀다. 그런 특종 기사가 부지기수다. 국내 질서는 휘어잡았으나 국제 질서에서 비루했던 이 땅의 권력자들을 끝없이 불편하게 만들었다. 언론인 리영희는 참된 지식을 궁구했고 또한 기꺼이 나누었다. 독서의 넓음과 깊음은 현대사를 통틀어 따를 자가 별로 없고, 그에 바탕을 둔 글쓰기는 비겁한 삶을 각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의 글은 방황하는 지식인에게 양심을, 주린 민중에게 밥을 주었다. 밥이 되는 양심을 나눠주었다.” 리영희의 그런 진면목을 조목조목 그리고 종합적으로 그려낸 김삼웅의 이 평전은 “평생을 우상 타파에 바친 이성의 파수꾼”의 바이러스를 다시 퍼뜨리는 데 손색이 없어 보인다.

 

김삼웅(金三雄)

독립운동사 및 친일반민족사 연구가이자 정치평론가이다.《민주전선》등 진보매체에서 활동했으며,《대한매일》(서울신문) 주필로 있으면서 동호지필(董狐之筆)의 소임을 다하고자 했다. 제7대 독립기념관장, 성균관대학교 겸임교수를 지냈으며,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 위원,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위원, 제주4·3사건희생자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 위원, 단재신채호선생기념사업회 이사,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 자문위원,《친일인명사전》편찬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저서로는《친일정치 100년사》《곡필로 본 해방 50년》《한국필화사》《위서》《금서》《한국현대사 바로잡기》《을사늑약 1905년, 그 끝나지 않는 백년》《통일론수난사》《일제는 조선을 얼마나 망쳤나》《종교, 근대의 길을 묻다》《서대문형무소 근현대사》《단재 신채호 평전》《백범 김구 평전》《심산 김창숙 평전》《녹두 전봉준 평전》《안중근 평전》《약산 김원봉 평전》《장준하 평전》《죽산 조봉암 평전》《만해 한용운 평전》《김대중 평전》《책벌레들의 동서고금 종횡무진》 등이 있다.

 

 

 

맹자는 하늘이 큰 뜻을 수행하려는 사람에게는 늑골을 괴롭힌다 하고, 하늘은 큰 역할이 끝나지 않는 사람은 불러가지 않는다 하였다. 리영희가 일흔 나이에 중풍을 맞고 쓰러졌다가 다시 회생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역할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일 터이다.

자신의 저서를 사들고 온 후학들에게 사인이라도 해줄라치면 리영희의 떨리는 손이 힘겨워 보인다. 해방공간에서 리영희가 무척 존경했던 백범 김구의 휘호체를 일러 ‘떨림체’라고들 한다. 백범은 1938년 3월 7일 저녁, 후난성湖南省 창사長沙에서 3당 대표들을 조선혁명당 본부 남목청南木廳에 불러 통합논의를 하던 중 괴한의 총탄을 심장 근처에 맞아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 이후 수전증이 심해진 탓에 백범체는 ‘떨림체’가 되었는데, 자칭 ‘총알체’라고 농을 하기도 하였다. 리영희의 ‘떨림체’ 역시 그런 의미에서 값지다 하겠다.

리영희의 ‘병세’는 놀라울 정도로 호전되어 그 사이 임헌영과 “한 지식인의 삶과 사상”을 담은『대화』를 구술을 통해 펴내었다. 김대중에 이어 노무현 정부에서 제도민주주의가 착실하게 뿌리를 내리고 인권신장과 남북화해협력의 틀이 제법 잡혀가자 리영희는 “내가 했던 주장이 이제 상식이 되었으니, 내 글의 소임은 다한 것 같다”며 벅찬 은퇴의 변을 토로했다.

그러나 건강을 차츰 회복한 리영희에게 이명박 정부의 통치 행태는 용납할 수 없는 만행이었다. 역사의 퇴행과 권력의 만행을 지켜보다 못한 리영희는 글 대신 말로 추상같은 질타를 던졌다. 2009년 7월 1일 저녁, 서울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인권실천시민연대(인권연대) 창립 10주년 기념행사에서 행한 강연에서 이명박 정권을 파시즘으로 규정하였다.(40~41쪽)

 

리영희는 어머니 뱃속에서 ‘목격’한 무지렁이 머슴의 독립군으로의 변신과, 외삼촌의 선진개혁적인 사상과 실천에서 정신적 충격을 받게 되고, 이것은 저항과 비판 정신의 씨앗이 되었다. “나의 생애에서 내가 의식하지 못한 ‘의식의 역사’가 됐다고도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나 자신의 내부에 외가의 불행에 거슬러 올라가는 일종의 정신적 ‘내면의 원시시대’에서 ‘무의식의 근거’가 됐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묻는다.

이와 같은 정신적 ‘각성’을 겪으면서 리영희는 일 년의 “절반이 겨울이고 밤이 긴” 압록강에 가까운 고향에서 소년기를 보낸다. 긴 겨울이 되면 어른들은 꿩고기 다진 국물에 냉면을 말아먹고, 아이들은 썰매를 타는 즐거운 나날을 보냈다. 일제가 민주를 침략하기 전까진 시골 벽촌에는 그런대로 ‘평화’가 유지되고 있었다.

소년 리영희는 “웃으면 양 볼에 보조개가 살짝 파이는 예쁜 아이”로, 한 반이던 국수집 딸 김명수와 그네를 타면서 “인생에 남은 첫 연정”을 느꼈다. 해방 뒤 서울 남대문·동대문시장의 포목시장을 지배하고 앉아 있는 평안도 출신 여성들 속을 가끔 헤매었지만, 첫 연정의 여인 명수는 끝내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감수성이 예민한 소년기에 처음으로 만난 이 소녀는 리영희의 가슴속에서만 남게 되었다. (66쪽)

 

“지난 한 세월 동안 내게는, 이 사회에 ‘신문지’는 있어도 ‘신문’은 없었다. 무슨 말인지 알 수도 없는 넋두리를 인쇄한 ‘…지(종이)’는 내게 조석으로 배달되어왔지만 ‘새 소식(신문)’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 소식이라는 것도 하나같이 권력을 두둔하는 낡은 것이고, 권력에 아부하는 구린내 나는 내용들이었다. 그러기에 그따위 ‘신문종이’를 만들어내는 신문인들이 감히 ‘언론인言論人’을 참칭할 때 나는 그들을 ‘언롱인言弄人’이라는 호칭으로 경멸해왔다.” (443쪽)

 

 

 

책머리에_ 우상의 칼에 맞선 이성의 펜

 

제1장 평생을 우상 타파에 바친 이성의 파수꾼

‘리영희인’과 ‘그와는 무연한 사람’으로 나뉘는 세상 / 루쉰을 글쓰기와 생활의 은사로 삼다

권력의 탄압을 무릅쓰고 진리 추구의 길을 걷다 /지식청년으로 무엇보다 인간적 가치를 존중하다

병마를 딛고 일어나 다시 우상타파에 나서다

 

제2장 유복한 출생 그러나 고단한 성장

운산에서 태어나 삭주에서 자라다 / 공무원 아버지와 부잣집 딸 어머니

가족의 ‘민중사’로부터 저항과 비판의 뜻 키우다 / 서울 유학 중 근로동원으로 학업을 중단하다

 

제3장 8.15해방과 6.25전쟁 그리고 청년 리영희

고향에서 일제패망과 민족해방을 맞다 / 혼란기의 서울, 친일파가 다시 득세하다

해양대학생이 되어 반탁운동을 하다 / 교사 재임 중 통역장교로 입대하다

전시의 최전방에서 군대의 비리와 모순에 분개하다 / 청렴으로 일관한 삶, 부친 회갑연도 못 차리다

리영희의 길, 마르크 블로크의 길

 

제4장 4월 혁명의 격랑에 온몸을 던진 기자의 혼

합동통신 외신기자로 사회 첫발을 딛다 / 이승만의 폭정을 보며 변혁의 시대정신에 눈뜨다

궁핍을 팔아 기자의 정도를 지키다 / 《워싱턴포스트》지에 ‘진실’을 기고하고

‘장학생’으로 미국 연수를 가다 / 이승만 독재정권을 비판하고, 4.19혁명 일선에 나서다

《워싱턴 포스트》지에 혁명의 실상을 기고하다 / 대학교수들, 학생들이 다 차린 밥상에 숟가락만 얹다

《뉴리퍼블릭》지에 중립화 문제를 기고하다

 

제5장 기자 리영희와 군인 박정희, 그 숙명의 대결

5.16쿠데타에 분연히 반대하고 나서다 / 잇따른 ‘특종 사고’로 군정의 탄압이 가중되다

공약을 저버린 박정희, 리영희의 계속되는 ‘특종 사고’ / 13평짜리 ‘진보의 성지’를 마련하다

 

제6장 잇따른 필화와 강제해직의 수난

《조선일보》 외신부장으로 이직, 첫 필화와 회사에서 활극 / 베트남 취재 거부로 사직을 강요당하다

베트남전쟁의 진실을 알리고 참상을 고발하다 / 외판원으로 생계를 꾸리다가 합통통신에 복직하다

본격적인 논문 발표, ‘64인 지식인 선언’으로 다시 해직당하다 / 줄담배와 배갈 그리고 치열한 글쓰기

중국 근대화 100년사 탐구 그리고 ‘조건반사의 토끼’ / ‘전환시대의 논리’로 사상의 단비를 뿌리다

 

제7장 행동의 길로 나선 사상의 은사

대학교수가 되어서 더욱 치열해지다 / 반이성에 대항하는 글쓰기와 더불어 사회운동에 앞장서다

중국문제연구소 설립으로 지식에 날개를 달다 / 냉철한 ‘이성’으로 ‘우상’의 심장을 쏘다

 

제8장 우상들과 투쟁, 감옥에서 한철

D검사와 리 교수의 ‘웃기는’ 논쟁 3막 / ‘정찰제’ 재판과 상고이유서 감옥에서 보낸 ‘불효’의 나날

‘투사’가 되어가는 아내 감옥에서 들은 ‘우상’의 사망소식

 

제9장 피로 물든 서울의 봄 그리고 외로운 호랑이와 그 벗들

피로 물든 ‘서울의 봄’ 그리고 조작된 ‘내란음모죄’ / 루쉰의 글을 통해 5공체제를 비판하다

일제 말기의 친일군상과 일본 교과서 왜곡의 본질을 말하다 / 한 시대를 지탱하고 지켜낸 ‘양심’들과 교감하다

자서전 집필 중 끌려가 ‘북괴 찬양선동죄’로 구속되다

 

제10장 뒤늦은 복직 그리고 숱한 간난 끝에 얻은 자유의 날개

‘미문화원 방화사건’ 증인으로 법정에 서다 / 뒤늦은 복직 그리고 친일부역자 비판

23년 만에 얻은 ‘자유의 날개’로 일본에 가다 / 독일 연구소 초청으로 아내와 유럽 여행을 떠나다

한국이 베트남에 사과부터 해야 하는 이유

 

제11장 6월 항쟁과《한겨레》그리고 방북취재기획

우파의 ‘부패’와 좌파의 ‘분열’에 일침을 놓다 / 버클리 대학에서 강의하는 한편 자서전을 정리하다

국민이 만든《한겨레》창간으로 새로운 활력을 얻다 / 주한 미국대사에 반론을 제기하고 세기의 논쟁을 제안하다

‘남북한 전쟁능력 비교연구’로 또 하나의 우상을 깨다 / 방북취재단 ‘사건’으로 정권의 탄압을 받다

곡필 언론인과 기회주의 지식인을 질타하다 / 파란곡절의 60년 화갑을 맞아 지나온 인생을 돌아보다

 

제12장 동구권의 변혁과 현실사회주의 패배 선언

세계변혁의 길목에서 ‘역정’을 돌아보며 자신을 성찰하다 / ‘자유인’의 표상, 북한 학자와 심포지엄에서 만나다

‘문민정부’에 좌절, 그래도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제13장 꺼지지 않는 이성의 불꽃

결혼 40년 만의 작은 행복, 온수 나오는 집과 유럽여행 / 리영희가 여전히 비종교인일 수밖에 없는 까닭

‘퇴장선언’에도 불구하고 펜을 내려놓을 수 없는 까닭 / ‘못다 이룬 귀향’의 슬픔, ‘준법서약’의 굴레를 벗긴 기쁨

 

제14장 다시 누가 있어 그의 이성을 이을 것인가

반세기의 ‘신화’와 싸워온 ‘동굴 속의 독백’ / 병상에 누워, 다시 거꾸로 도는 역사의 시계를 보는 슬픔

자서전 출간, 그리고 절필선언에 따른 ‘리영희 생제문’ / 노령에 터진 상복賞福도 ‘시대의 상심’에 위로가 되지 못했다

 

제15장 리영희, 마지막 인터뷰

 

닫는 글_ ‘1인분의 역할’의 의미를 되새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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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예쁜글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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