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풍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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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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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딱이/삐딱이의 시선(회사)

2020. 2. 18.

킬러.
킬러라고 하면 나는 스릴러 첩보 영화에 등장하여 악의 편에 서서 정의의 편에 선 주인공의 이해당사자를 살해하는 사람들이 생각난다.

그러나 킬러는 영화나 소설속에서만 있는 게 아니다. 현실세계에서 자주 만난다. 다만 그들이 죽이는 건 나의 사람이 아니라 나의 시간인 경우가 많다.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주위에 많은 타임킬러들을 만난다. 그들 스스로는 대화를 주도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엄밀히 말해서 상대방의 시간을 빼앗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들이 "상대방의 시간을 빼앗아야지"라고 작정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는 그들은 상대방의 시간을 빼앗는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그들이 무지해서 그렇다고 본다.

매일 아침 회의를 한다. 여기서 회의는 會議가 되어야 하는 데, 사실은 會宜가 되어버린다. 모여서 무언가를 의논하는 자리가 아니라, 그저 의무감으로 모여 있는 자리가 되어버린다. 1시간동안 회의를 하면, 좌장(높은 사람)이 말을 많이 할 수는 있겠지만, 그 사람이 50분동안 말을 한다면 그건 회의가 아닌 것이다. 참석자들은 그저 시간을 빼앗기는 상황이 될 수 밖에 없다.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는 좌장은 길어야 10분 정도만 발언한다. 그래도 발언시간이 가장 길다. 회의 참석자가 대략 20명이 되니까, 인당 평균으로보면 3분 정다. 3분대 10분이면 충분히 긴 시간이다. 그런데 이 회사에서는 좌장 혼자서 거의 모든 발언을 다 한다. 심지어는 마무리 발언으로 3번 이상 같은 말을 하는 경우도 보았다. 정말무지하다.

회사에서는 여러가지 구호를 가지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모순적이라고 생각하는 건, "상대방을 배려하자"는 구절이다. 얼마나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았으면 구호에 집어넣고 회의할 때마다 선서를 하겠는가. 그래도 결국 상대방에 대한 배려는 없다. 상대방에게 발언할 기회를 주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위치를, 권위를 확인하려는 건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