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풍선

내가 사는 이야기

비앞종주(2020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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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발로/오름은 내림을 위함

2020. 6. 26.

앞비종주를 처음 알게 된 건 겨우 두어 달 밖에 되지 안된다. 앞산에서 비슬산까지 오는 종주 산길이 있으며, 8시간에서 10시간 정도 소요된다는 거다. 시간당 2km로 따지면 16~20km, 2.5km로 계산하면 20~25km. 얼마 전에 낙남을 마무리하고, 소백산 18km도 다녀왔고, 곧 백두대간 또는 낙동정맥을 갈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장거리 산행 연습해보기 딱 좋은 거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먹는 게 부실했던지, 생전 처음으로 양쪽 다리에서 쥐가 나는 걸 경험했다. 번갈아서 쥐가 났기에 다행이지, 동시에 쥐가 났더라면.... 백두대간이나 낙동정맥의 오지에서 쥐가 났다면 끔찍하다. 혼자서 다니는 장거리 산행은 좀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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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일자 : 2020.06.22(토)

 

산행코스 : 유가사 주차장 ~ 대견봉 ~ 대견사 ~ 월광봉 ~ 천왕봉 ~ 청룡산 ~ 앞산 ~ 안지랑이 주차장

소재재 : 대구 달성군 현풍 ~ 달서구 상인동 ~ 남구 대명동

 

산행거리 : 27km (유가사 ~ 앞산 25.4km + 날머리 1.5km(추정))

 

산행시간 : 12시간 10분(평균 속도 2.6km/h)

 

산행 인원 : 홀로

 

들머리 : 유가사 주차장

날머리 : 안지랭이 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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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0

매번 일찍 일어나려 하다가 늦는다. 장거리 산행의 최대 고민은 점심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다. 장거리 산행의 특징상 조금이라도 일찍, 해가 있을 때 하산하기 위해서는 새벽에 출발해야 하는데, 그 시간에 김밥집이 문을 열리는 없고, 햄버거집 또한 마찬가지니, 문제다. 점심은커녕 아침도 챙겨 먹기 애매하기 일쑤다. 이불 밑에서 이런 고민들을 잠깐 하다가 세면하고 가방을 챙겨본다.

 

04:10

집 앞에 있는 24시간 운영하는 국밥집에 가서 설렁탕을 한 그릇 먹는다. 새벽인데, 사람들이 많다. 가게는 얼마 전에 수리를 해서 깨끗하다. 수리하기 전에는 오래된 가게에서 흔히 느낄 수 있던 쿰쿰한 냄새가 리모델링 이후에는 싹 사라졌다. 그릇도 새것 같고. 기분 좋은 출발이다.

 

05:00

유가사 입구 주차장에는 나 혼자 있다. 어느새 동이 터서 사방이 훤하지만, 밤새 내린 안개비는 아직 그대로여서 십여 미터 밖은 하얗게 장막이 둘러져 있는 느낌이다. 

 

05:14 들머리, 

절 입구는 길이 막혀있어서 화장실 뒤 숲으로 들어가 들머리를 찾는다. 큰 돌에 시를 새겨넣은 시비() 무지를 지나 들머리를 알리는 이정표 옆에는 김소월의 진달래 꽃이 새겨져 있다. 비슬산 정상의 진달래 평원을 기리는 듯.

부질없을 것 같기는 하지만, 큰 돌에 글을 새겨서 세워두는 데 왜그럴까? 특히 최근 백두대간을 알리는 표지석들은 그 크기도 어마어마할 뿐만 아니라 그 큰 돌을 어디에서 캐왔는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다른 나라나 다른 지역에서 가져왔다면 의미가 퇴색될 것이고, 그 지역의 돌을 캐냈다면 전혀 친환경적이지도 않을텐데, 왜그럴까? 그리고, 정상석이나 표지석을 그렇게 큰 돌을 써야만 하는 것일까? 큰 돌을 옮기거나 세우기 위해서는 헬리콥터를 사용했으리라 추측하는데, 그렇다고 한다면 헬리콥터를 띄우기 위해 사용된 화석연료의 소모도 만만찮았을텐데... 이런 생각들이 머리에 스친다. 

혹시 21세기 샤머니즘은 아닐까? 그렇다 샤머니즘이라고 생각한다. 

 

05:40 갈림길. (←비슬산 2.5km, →유가사 1km, ↑ 대견사 3km, 참꽃군락지 3km)

오른쪽으로 꺾어 작은 다리를 건너 개울로 넘어간다. 오늘의 코스는 대견봉, 대견사를 지나 천왕봉을 찍고 앞산으로 쭈욱 가는 거다. 물소리가 청아한 개울을 건너 작은 계단을 오르면 호젓한 숲길이 이어진다. 키 큰 나무와 부드러운 오솔길이 기분이 좋다. 아직 사방은 안개라서 10여미터 밖은 온통 흰색이다.

 

06:00 이정표 (←대견사지 1.9km, →유가사 1.4km)

 

06:15 이정표 (←대견사지 1.6km, →유가사 1.7km)

제법 경사가 있는 오르막을 지나 돌무지와 흙길을 번갈아 지나니 어느듯 능선에 오른다. 오른쪽으로는 안개 때문에 가늠할 수 없는 깊은 계곡처럼 느껴진다. 수풀은 안개와 이슬을 머금고 있어서 청량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06:39 전망좋은 곳 (←대견사지 1.2km, →유가사 2.1km)

전망 좋은 곳이라고 데크까지 설치해두었지만 오늘은 무용지물이다. 숲길이 길게 이어진다. 어느새 길 바닥에는 부직포인듯 매트인듯 가마니 비슷한 게 깔려있다. 걷기에 참 편하다. 

 

06:50 이정표 (←대견사 800m →유가사 2.5km)

능선을 다 올라 온듯.  여기서부터는 좌우로 수풀이 제법 우거진다. 대견사가 얼마 남지 않았고, 왼쪽으로 있어야 할 참꽃 군락지는 여전히 안개의 바다 한가운데로 향한 끝이 보이지 않는 계단 아래에 있을 테다.

 

07:06 대견봉

대견봉은 등산로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다. 그래도 정상석까지 나무데크가 설치되어있어 안전하고 편하게 다녀올 수 있다. 

 

07:20 대견사 입구

오른쪽 바위틈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따라가면 대견사가 있다. 지금은 여전히 안개의 바다 아래로 계단이 이어진 것 같다. 

 

07:48 월광봉 (1,003m)

월광봉으로 오르는 잠깐의 짧은 길이 위험해서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올라서서 보니 길이 아닌 곳으로 치고 올라왔다. 잠깐 사이에 길을 놓쳤던 모양이다.

 

08:01 마령재 (←천왕봉(비슬산 정상) 1.0km, →대견사 1.88km, ↓유가사 2.6km, ↑용천사 2.5km)

갈림길이다. 이 시점부터 안개는 조금씩 걷히고, 사람들도 자주 마주친다.

 

08:24 헐티재 갈림길

이정표가 오른쪽 숲에 가까이 있고, 앞에는 큰 돌무지가 몇 개 있다. 사람들이 작은 돌을 올려놓는 것을 샤머니즘이라고 하기에는 좀 애매한 점이 있지만, 초행길인 사람들에게는 길잡이가 되어주는 역할도 한다. 돌무지가 있다는 건 천왕봉이 멀지 않았다는 뜻.

 

08:37 천왕봉 (1, 084m) (←천왕봉 0.4km, →대견사 3.6km, 헐티재 3.8km)

사진을 찍고 있는데, 젊은이 두 명이서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스틱을 만지고 있다. 가서 보니 스틱이 빠져서 끼우지 못해 쩔쩔매고 있었다. 좀 봐줘도 되겠느냐고 하면서 스틱을 받아드니 완전 새거였다. 스틱을 처음 사용하고, 구입하고 나서 처음 가지고 나온거라고 한다. 어찌어찌 다시 조립을 해주고, 스틱 세팅하는 걸 설명해주었다. 스틱 촉을 보호하는 고무마개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사람들 다치지 않게 하는 용도라고 설명해주었다. 스틱을 잡는 방법까지 설명해줄걸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잠시 쉬면서 간식을 먹고 이동한다.

 

앞산까지 16km 남았다고 이정표가 알려준다.

 

08:54 갈림길 (←천왕봉 0.4km, →앞산 16.0km, ↑도성암 1.4km)

잠시 망설이다가 앞산 방향으로 나아간다. 트랭글에서 이미 7km지점을 지났으니 선답자들의 거리인 23km가 맞는 거 같기도 하다. 길은 매트(뭐라고 부르는지 몰라서 찾아보니 "등산로 야자 매트"로 나온다.)가 깔려있어서 편하게 속보로 걸을 수 있다. 

 

09:32 이정표 (←청룡산 7.5km, 앞산 13km, 용연사 2.5km, ↓비슬산 정상 2.8km)

핸드폰 밧데리가 다 되어서 휴대용 충전기에 연결하고는 배낭에 넣는다. 평소 같으면 이정표마다 사진을 찍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 그리고 아직 안개도 완전히 걷힌 게 아니라서 찍을 풍경도 마땅하지 않다. 숲길은 고즈넉하다.

 

11:23 갈림길 (→청룡산 3.4km, 앞산 8.8km, ←용연사 1.6km, ↑마비정 1.5km)

 

11:50 갈림길 (←청룡산 2.3km, 앞산 7.8km, →삼필봉 1.8km, ↓도원지 3km, ↑용연사 3.9km, 비슬산 9.2km)

 

13:10 청룡산(794.1m)  (←삼필봉 4.1km, 수밭고개 1.7km, →앞산 5.5km)

청룡산 정상석을 작은 헬기장 한쪽에 서 있다. 4~5명이 휴식을 취하면서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잠시 쉬면서 간식을 취하고 이동한다. 

 

13:40 이정표 (←앞산 3.0km, 달비고개 2.0km, →청룡산 1.6km, 비슬산 13.1km)

 

14:21 달비고개 (←산성산 0.9, ↓평안동산 0.9km, →청룡산 3.6km, 비슬산 14.5km. ↑수밭고개 5.3km)

달비고개에는 작은 체육시설이 있다. 앞산정상을 알리는 표시가 보이지 않는다. 당황스럽다. 청룡산에서 2km 정도 왔으니 1km 정도 남았을려나? 

산성산 방향으로 오르는데, 계단이 높지도 않은데, 피곤한지 걸음 떼기가 쉽지 않다. 앞에서 누군가 산악자전거를 타고 내려온다. 비켜선다.

 

14:37 고개

고개에 오르니 콘크리이트 포장도로가 나타난다. 여기의 이정표에도 많은 표지가 있지만 앞산을 가리키는 방향과 거리는 보이지 않는다. 지나는 산객에게 물으니 왼쪽으로 가라 이른다. 포장도를 따라 걷는다.

 

14:43 샛길 (→앞산정상 1.1km, ↓앞산 순환로 3.4km, ← 산성산 정상 0.9km, 앞산 주상절리 0.1km)

포장임도를 따라 5분가량 걸어가면 왼쪽으로 비포장 임도가 나타난다. 그리고 거기에 이정표가 있다. 앞산 정상이 1.1km 앞에 있단다. 무척 반갑다. 이 속도로 가면 한 20분이면 가겠네? .... 왠걸 ..... 앞산 정상까지 2번의 작은 고개를 넘는다 ㅠㅠ

 

15:09 헬기장 (←앞산정상 0.3km, → 산성산 정상 1.5km)

작은 헬기장을 지난다. 앞산의 안테나가 보인다. 멀리 공사하는 소리가 들린다.

 

15:16 정상

정상가까이 오니 정상은 왼쪽에 있다는 화살표가 걸려있다. 화살표 방향대로 따라 오르니 계단이 나타나는데, 공사중이라고 막고서 우회하라고 적혀있다. 계단과 데크를 설치하기 전에 많은 사람들이 오르내렸을 바위들을 타고 정상에 오른다. 정상석 아래로 데크와 계단 설치 공사를 하느라고 분주하다.

 

정상석에서 사진을 찍고 내려간다. 정상까지 걸은 거리는 대략 23.7km 정도 되는 거 같다

 

내려가는데 다리가 풀려서 걸음이 온전하지 못하다. 계단 옆 공터에 앉아 간식을 취하고 조금 쉰다.

 

15:57 화장실, 케이블카

길을 따라 내려가다보니 화장실과 케이블카, 그리고 국수집이 나타난다. 여기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갈 요량으로 트랭글을 종료한다. 여기까지 트랭글은 24.59km, 10시간 54분 동안 걸었음을 알려준다.

국숫집에 들어가서 콩국수를 먹었는데, 전혀 시원하지 않았다. 이집의 특징은 차겁지도 뜨겁지도 않은 국수가 국수 본연의 맛을 살린다고 홍보하고 있다. 뜨겁지도 차겁지도 않으면 그게 맹맹하고. 뜨뜨미지건한거지.....

 

식사를 마치고 케이블카를 타러 내려가는데, 반대방향으로 내려섰는지, 입구를 찾을 수 없어서 그냥 내려간다. 그렇게 안지랑이 주차장까지 주욱 간다. 계단이 너무 많다. 내려가는 게 고역이다.

 

16:26 비파산 전망대

전망대 옆으로 데크 계단을 내려가면 주차장까지 거의 돌계단이다.  

 

17:10 안지랑이 주차장

계획보다 3시간 더 걸린 것 같다. 산행시간은 총 12시간 10분 산행거리는 대략 27.4km

택시를 불러 타고서 차를 회수하러 유가사 주차장으로 돌아간다. 택시가 운행하는 시간이 40분 가량 된다. 엄청 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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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가사 주차장의 돌무지들

▼ 들머리. 진달래 꽃 시비가 오른쪽에 있고, 왼쪽에도 시를 새기기 위해 돌은 다듬어 세워 놓았다. 큰 돌을 다듬어서 시를 새겨 세워둔 시비가 많은 공원이 들머리 앞에 있다.

▼ 대견사와 천왕봉 갈림길. 대견사 방향으로 틀면 작은 다리가 나온다. 다리를 건너, 계곡을 한 번 더 건너 기슭으로 오른다.

▼ 전망 좋은 곳이라는 전망대 옆에 있는 소나무. 오랜 세월동안 풍파를 견디느라 꾸불꾸불하다.

▼ 분지 위에 오르니 왼쪽으로는 심해와 같은 안개의 바다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다. 참꽃을 보려면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

▼ 대견봉은 산행길 오른쪽으로 약 400m(체감 거리는 200m?)를 데크를 따라 가면 있다.

▼ 대견사로 내려가는 돌계단. 안개가 무성하니 겁이나서 내려가기 망설여진다.

▼ 월광봉에서 찍은 사진이라고 믿고 싶다. 정상석이 있었는지도 기억이 없어서.... 표지판 위에 있는 작은 지도에 월광봉이라고 적여힜다.

▼ 천왕봉 가는 길에 있는 돌무지

▼ 사진이 잘못된 게 아니다. 그렇다고 의도한 것도 아니다. 우연찮게 저 뒤에, 한참 뒤에 있는 사람이 사진에 들어왔을 뿐이다. 정상석은 사람 키보다 조금 더 클 뿐이다.

▼ 앞산으로 가는 갈림길. 도성암 방향으로 가면 원점회귀할 수 있다.

▼ 청룡산까지는 거의 200m 간격으로 크고 작은 이정표가 설치되어 있다.

▼ 고즈넉한 숲길

▼ 이런 숲을 가진 성주(城主)라면 참 좋겠다는 어리석은 상상을 해본다.

▼ 청룡산 정상. 청룡산 정상은 헬기장이 들어서 있다. 우리나라 높은 산에 있는 헬기장은 대부분의 임도와 마찬가지로 625때 만들어졌을거라 생각한다. 군사작전에 필요한 곳들이 그렇게 많아야 할 이유는 평화시에는 없으니까.

▼앞산 공원의 포장 임도. 이 방향으로 가면 앞산 정상이 있다고 저기 가시는 저분이 알려 주셨다.

▼ 앞산 정상 1.1km 다 왔구나 싶었는데, 임도에는 그늘이 없어서 뙤약볕 아래에서 고개를 2개 넘어야 했다.

▼ 앞산 정상석. 

▼앞산에서 바라보는 대구시 전경

▼케이블카 스테이션. 여기서 트랭글을 끈다.

▼주차장까지 아직 0.9km나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