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풍선

내가 사는 이야기

캐스케이딩(Cascading)과 권한 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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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딱이/삐딱이의 시선(사회)

2020. 7. 21.

  회사에서 일을 하다 보면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될 때가 많다. 그중 하나는, 내가 아래 직급의 직원에게 무언가를 지시했는데, 그가 나의 윗 상사에게 물어보고 따를지 말지를 결정하겠다는 거다. 이런 경우 당황함을 넘어서 황당함을 느낀다. 보통은 "부장님, 이사님께서 부장님과 다른 지시를 하셨는데, 이사님께 여쭤봐야 할까요?" 이 정도 반응이면 그럴 수 있겠다 싶다. 그런데, "부장님께서 지시하신 거는 이사님께 물어보고 할게요" 이 정도면 당황하기 않겠는가? 

  많은 경영학 관련 자기계발 서적에서 말하기를 적절하게 권한을 이양하라고 조언한다. 이와 같은 상황이 발생되는 데는 몇 가지 이유를 추측해볼 수 있다. 첫째, 지휘계통에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사장-이사-부장-과장-반장 이런 식의 직급체계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사장이 무언가를 이사에게 지시하면, 이사는 부장에게 부장은 과장에게 과장은 반장에게 그 지시사항을 전달한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 한다. 그리고 가끔 아주 긴박한 경우에는 중간에 몇 단계를 뛰어넘어 지시가 내려갈 때도 있다. 그때는 하위 직급자가 직속상관에게 역으로 보고를 해야 한다. "저, 부장님, 이사님께서 이런 지시를 하셨는데, 알고 계시지요?"라고. 

  그런데, 위의 체계와 달리 중간 직급을 뛰어넘어 하위 직급자에게 직접 지시 하는 게 잦아지면, 하위 직급자는 중간 직급자를 배제하기 시작한다. 임원은 현장 반장에게 직접 지시를 내리고, 현장 반장에게 직접 보고를 받으니까 많은 정보를 가질 수 있다. 현장 반장 또한 임원으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으니 역시 많은 정보를 임원과 공유한다. 그러니 중간관리자와 정보를 공유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뿐만 아니라 보고를 이중으로 해야 하니 귀찮고, 번거롭기까지 하다. 그래서 점점 중간관리자를 배제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조직에 문제가 생긴다. 중간관리자가 현장 반장에게 무언가를 지시하려고 할 때마다 임원의 힘을 빌려야 하는 일이 발생된다. 그리고, 중간관리자의 역할이 모호해진다. 임원은 임원대로 바빠지고, 할일이 늘어나는데, 중간관리자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 우왕좌왕하거나 멍하게 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회사로서는 손실이다. 임원은 임원으로서의 역할이 있는 것이고, 중간관리자는 중간관리자의 역할이 있는 것인데, 조금 편하자고 계통을 무시하고 지시를 주고받으면 조직에 균열이 생기고, 팀웤이 무너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