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풍선

내가 사는 이야기

내연산(2021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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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발로/오름은 내림을 위함

2021. 7. 6.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다 한다.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내릴 거라 했다 한다. 날씨 앱을 들여다보니 오후 3시경부터 비가 온다고 한다. 아침 일찍 올라갔다가 점심때쯤 내려오면 되겠다 싶었다. 

 

산에 가는 날은 항상 반복하는 루틴이 있는 거 같다. 일종의 게으름에 관한 루틴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상당수의 경우에는 그 루틴에 따라 산행을 포기하기도 한다. 그것은, 잠자리에 일어나서 "가? 말어?" 고민하는 것이다. 전날 밤에 아내가 말했다. "비가 온다는데, 자주 가지도 않다가 굳이 가려고?" 그러게, 날씨가 좋았던 5월, 6월에는 안 가다가 장마가 막 시작한다는 지금 가려는 이유가 뭘까? 날씨가 좋은 날이면, "아! 산에 갈걸!" 매번 이런 후회(?)를 했었다. 이번에 다녀오지 않으면 말 그대로 장마기간이어서 7월 중에는 좋은 날씨가 언제 돌아올지 알 수가 없다데 생각이 미쳤다. 오늘도 잠자리에서 일어나 간단하게 요기를 할 때까지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숙소를 나섰다.

 

길을 나서 보경사 주차장까지는 대략 두시간이 걸린 거 같다. 하늘은 구름이 잔뜩 내려앉았다. 불안한 마음에 다시 일기 앱을 틀어서 확인했다. 2시간 단위로 기상을 알려주는 표시에는 3시부터 비가 올 확률이 60%로 되어있고, 그 전에는 30% 이하로 되어있다. 

 

결국 산행중에는 비가 내리기 않았다. 항상 망설이기는 하지만, 일단 산행을 하고 나면 뿌듯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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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일자 : 2021.07.03(토), 오후 비

 

산행코스 : 주차장(08:00) ~ 보경사(08:52/0:52) ~ 상생폭포(09:22/1:22) ~ 관음폭포(09:43/1:43) ~ 삼지봉(조피등 코스)(11:13/3:13) ~ 문수암(12:18/4:18) ~ 보경사(12:58/5:00) ~ 주차장 (13:38/5:38) 

 

산행거리 : 13.16km(트랭글 기준)

 

산행시간 : 4시간 59분(평균 속도 2.8k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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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5

차에서 신발을 꺼내고 스틱 길이를 조절하면서 주위를 살펴보니 나 말고도 두어 쌍이 나와 마찬가지로 신발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래 저들도 일기예보는 봤을거야. 비가 온다면 나 혼자만 비 맞는 건  아니란 말이지. 그래 나 혼자만 아니면 돼.

 

주차장에서 보경사 입구까지는 대략 1km정도 된다. 그 사이에는 길 좌우로 식당들이 즐비하다. 그리고, 몇몇 식당은 이미 영업을 하고 있다. 비록 아침으로 간단하게 요기하기는 했지만, 든든하게 하는 게 낫겠다 싶어서 아무 식당에 들어가 산채비빔밥을 시켜 먹었다. 

 

08:45

밥을 먹고나니 시간이 한참 흘렀다. 항상 계획은 무리하게, 실행은 느즈막하게 다. 서둘러 발걸음을 재촉한다.

 

08:52

일주문을 지나니. 무인 매표소가 있다. 카드를 사용하려면 무인매표소를 이용하란다. 현금을 사용하는 사람도 무인매표소를 이용하면 안 되는 걸까? 유인 매표소에서는 왜 카드를 사용할 수 없을까?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음모론이 머릿속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무인매표소에서 입장권(인지, 문화재 관람권인지 확인을 하지 않았다. 그냥 출력되어 나오는 것)을 유인 매표소에 있는 직원에게 주고 들어간다. 

 

보경사 입구에는 작지만 오래된(것으로 짐작하게 만드는) 소나무 정원이 오른쪽에 자그마하게 있다. 산행은 왼쪽 계곡 옆길을 따라 간다.

 

계곡은 물이 맑아서 송사리인지 피라미인지 작은 물고기들이 떼 지어 유영하고 있다.

 

09:17 이정표(↑문수봉 2.0km ← 선일대 1.5km ← 소금강 전망대 1.4km)

선일대는 지난달, 클라이밍센터 회원들이 다녀왔던 등반길이다. 최근에 들어서 익숙한 지명을 만나니 반가웠다. 선일대 방향으로 계곡 사면에 나 있는 길을 따라 오르락내리락하며 걷는다. 발아래 계곡의 풍치가 멋지다.

 

 

09:22 상생폭포. 

쌍폭이라고도 한다. 대학시절 난생 두 번째 캠핑을 여기서 했다. 그때는 캠핑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았다. 친구 중 하나는 폭포위를 올라가 마치 자기가 천상천하유아독존이라도 된 듯 즐거워했었고, 우리는 흐릿한 모닥불을 피워놓고 기타치며 비바람이 치던 바다를 열심히 부르며 웃고 떠들었다. 꺼지 모닥불의 숯 검댕이를 잠자는 친구 얼굴에 칠한 후에 사진을 찍어 나중에 현상하여 갖다주었더니 주먹다짐을 했던 기억도 새롭다. 버너에 소주를 부어서 불이 지펴지지 않자 다시 모닥불을 피워서 밥을 해먹었는데, 남비는 그을음이 묻어 새카맣게 변해서 나중에 닦아내느라고 생 고생을 했었지. 그 때가 언제였던가. 집에 가면 그 때 사진이 남아 있으려나.....

 

09:42 관음폭포

멀리 관음폭포 위로 구름다리가 있다. 연산폭포로 가기 위해서는 구름다리를 건너야 하지만,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계곡을 건너 선일대 방향의 계단을 오른다.

 

계단을 오를 때 사방이 촉촉한 안개로 감싸이고 바람이 일렁여서 언제든 비가 쏟아질듯한 분위기였다. 계단을 올라 몇 걸음 지나니 어떤 산악회에서 회원 추모비가 있고, 그 옆으로 길이 있다. 아마도 선일대로 가는 길인 듯. 오른쪽으로 계곡을 낀 채로 숲길을 따라간다.

 

09:59 이정표(← 실 폭포 7.2km, ←은폭포 0.5km, ↓선일대 0.6km, ↑삼지봉(조피등 코스), → 소금강전망대 0.8km)

숲길은 계곡으로 합쳐지고, 얕은 계곡을 지나니 이정표가 있다. 여기서 삼지봉, 조피등 코스로 접어든다.

 

사방은 운무에 싸여 겨우 10여 미터만 분간할 수 있는 길을 따라간다. 길은 외길이라 헷갈릴 수 없는 길이지만 느낌상으로는 반대방향으로 가는 듯하여 지도 앱을 몇 번씩 확인하며 간다. 

 

10:56 이정표 (← 문수봉 1.7km, → 삼지봉 0.6km, ↓거무나리 코스(은폭포) 2.6km)

드디어 삼지봉으로 가는 길 합류점을 만난다. 길은 차량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넓은 임도다. 임도는 정상 삼지봉까지 주욱 이어진다. 임도는 인공으로 만든 자갈(바위를 깨서 만든 거친 자갈)을 깔아 두었는데, 걷는 게 쉽지 않다. 거칠기는 하지만 자갈이기도 해서 돌을 밟으면 미끄러지거나 돌이 굴러서 걷는 걸음이 불편했다.

 

이제까지는 길 위에 혼자만 있었으나 여기에서는 마주치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아까 주차장에서 본듯한 일행도 지나갔다. 내가 식당에서 밥 먹는 동안만큼 앞서있는 듯하다. 삼지봉까지 가는 중간중간 공터에서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취식을 하기도 한다. 자갈 때문에 걷는 게 조금 불편하기는 하지만, 길이 넓어서 쉬이 속도를 높였다.

 

11:13 삼지봉

삼지봉에는 헬기 착륙장 표식이 있다. 저편 숲에는 사람들이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점심을 먹고 있다. 얼른 사진을 찍고, 비가 본격적으로 내리기 전에 하산하기로 한다. 아직까지는 비라고 할 만큼 내리지는 않고, 안개인지 이슬인지 애매한 물기들이 나뭇잎을 타고 내려 옷을 적시는 수준이다.

 

내려가는 길은 문수암 쪽으로 가기로 한다. 아까의 합류점에서 곧장 가면 문수암 방향이다. 음악을 틀어놓고 발걸음을 재촉한다.

 

12:18 문수암

문수암은 그 입구가 중국 영화에서 등장할만한 모양을 가졌다. 나무로 만든 문만 길가에 덩그러니 있다. 음악을 끄고 급한 경사면을 조심해서 내려간다. 산 아래여서 그런지 길은 어느새 말라있고, 비의 흔적은 없다. 오른쪽 사면으로 나타는 계곡이 참 아름답다.

 

12:58 보경사

보경사 절에 들러 대웅전에서 합장한 뒤 경내를 잠시 둘러본다. 나이 많은 소나무(향나무 인지도 모른다)가 있고, 제법 넓다. 

 

13:20 주차장에 도착하기 전에 식당에 들러 콩국수로 끼니를 해결하고, 버섯과 묵을 사서 집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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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문. 일주문만 단청을 새로 입힌 듯 깔끔하다. 대웅전 등은 단청이 바랬다.

 

카드 전용 무인 발권기

 

 

보경사 입구 매표소를 지나면 나타나는 솔숲. 절은 오른쪽에 있고. 산행을 똑바로 나아간다.

 

맑고 깊은 계곡. 내연산은 이 계곡을 자랑으로 한다.

 

처음(?) 만나는 이정표. 대부분의 산행 들머리에는 등산 안내도가 있는데, 이번 산행에서는 등산 안내도를 찾지 못했다.

 

쌍폭. 상생폭폭라고도 한다. 대학 시절 여기에서 친구들과 함께 텐트치고 밤새워 기타치며 놀았던 기억이 새롭다.

 

관음폭포로 가는 길에 내려다 본 계곡. 계곡이 깊다. 동료가 있었다면 계곡 트래킹을 했을만한 곳이다.

 

보현폭포. 저 멀리 보일듯 말듯한 폭포가 있다. 계곡을 따라 물길을 걸었으면 자세히 볼 수 있었으리라

 

무풍폭포. 

 

관음폭포. 폭포위로 구름다리가 지나고, 바위에 숭숭 뚤린 구멍에서 물이 쏟아져 나오는 게 이채롭다

 

삼지봉, 조피등코스를 알려주는 이정표

 

삼지봉 정상석. 정상은 헬기장으로 되어 있다.

 

문수암 입고. 전설의 고향에 나올법하다

 

내려오는 길에 만난 쌍폭과 계곡. 계곡이 엄청 깊다.

 

보경사. 하산길에 쪽문으로 들어가면 처음 만나는 법당 보광전이다. 삼신각과 비슷한 위치인 것 같은데, 대웅전 앞에 있는 게 특이하다.

 

보경사 대웅전

 

보광전 옆에 있는 나이 많은 소나무

 

오늘의 산행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