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서수필3 : 일흔셋 삶의 변명 “미늘” 4. 세상의 앞에서 이영백 세상을 잘 몰랐다. 더구나 세계도 잘 몰랐다. 살아왔던 세상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나를 얕잡아 보았다. 나도 세상을 얕잡아 보았다. 그러나 참 무서운 세상이었다. 죽을 때까지의 비록 짧은 기간이겠지만 마음대로 활동할 수 있는 너른 공간, 세상의 앞에 서면 얼마나 행복할까? 꿈을 가진 소년으로 작은 마을에서 태동하였다. 겨우 겨자씨 같은 인생을 시작하였다. 걸음마에서부터 아장아장 걸었다. 집 앞 용마래보(洑)에서 흘러내리는 물에 들어가 놀았다. 논둑에 심어진 논둑 콩 그늘 밑에서 할딱거리는 개구리를 들여다보면서 놀았다. 동해남부선 부산가는 기차가 지나가면 오포(午砲)가 울리고 배고픈 것을 알았다. 하늘 위로 비행기가 나른 궤적인 하..
25 2021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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