休 ...

낮은목소리 2016. 2. 15. 01:18

 

 

 

 

 

 

폭설을 만나러 겨울 산촌에 가야겠어.

 

마음이 서글퍼졌을 때

깊은 산골 농막에 앉아 폭설을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될 때가 있지

 

삶이란

꼭 예측했던 대로 흘러가지 않지

세한의 외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불구처럼 등이 휘어버린 자작나무

그 생애처럼 휘청거리며 넘어갈 때가 많지

 

그런 날이면 한계령 넘어 은비령 넘어 겨울 산촌에 들어

저녁처럼 쓸쓸해지는 것도 좋지 

 

쩡쩡 얼어터지는 계곡물 소리에 잠 못 이루고

  바람소리가 물푸레나무숲에 울고 갈 때

 

마침내 찾아오고야말 손님처럼 폭설을 기다리는 밤은

오래된 전설처럼 깊은 위로가 되지

 

그리운 사람은 설인이 되어 나의 곁으로 오리니

나는 불빛처럼 눈길에 서서 기다리고 있으리.

등대를 보러 겨울 바다에 가야겠어.

마음이 무거워졌을 때

언덕위에 서 있는 하얀 등대를 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될 때가 있지

아야진 넘어 동호리 바닷가를 지나 거진에 이르렀을 때

삭풍의 바람이 청춘의 날들을 흔들고 갔었지

 

북방의 어느 산간과 알 수 없었던 해협

고립된 나의 시간들이 젖어 있을 때

어둠속으로 달려가는 등대의 불빛은 찬란한 꿈이 되었지

자정의 바다에는 알 수없는 암호들로 가득했고

 

섬광처럼 밝혀주던 빛의 언어들이 스쳐 가면

수평선 위에서는 날개를 접은 새떼들이

수도승처럼 밤을 지새고 있었어.

 

겨울 노래 / 이형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