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신비여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28 2022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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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안태현 시인 / 최근에도 나는 사람이다 외 1편

안태현 시인 / 최근에도 나는 사람이다 어딘지 모를 지금에 이르러 사랑을 잃어버리고 뒤돌아보는 법도 잊어버리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밤이다 가끔 어둡게 걸었던 길이나 떠올리면서 생각을 다 쓴다 잠이 들지 않으면 달빛이 희미하게 부서져 내리는 걸 보고 내 여린 박동이 검은 풀잎에 내려앉는 것을 본다 읽을 수 있으되 지금이란 시간은 당신이 보낸 편지가 아니다 하마터면 후회할 뻔했으나 명백하게 혼자다 그리고 마침내 음각으로 새겨지겠 지만 최근에도 나는 사람이다 사람이게 하려고 웃고 잊어서는 안 되는 몇 가지를 울고 성의껏 먹는다 태어나는 동시에 날아가 버린 아름다운 목소리를 찾아서 검은 풀잎 위를 걷는다 안태현 시인 / 은신처 숲에 기대어 푸른빛에 눈이 멀고 여름 한 철 나는 누락되었다 몰라보기를 지워지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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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교리 & 영성 [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 - 세상의 빛] 174. 복음과 사회교리

[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세상의 빛] 174. 복음과 사회교리 (「간추린 사회교리」 326항) 함께 잘 살기 위한 경제 발전은 구원의 자리가 될 수 있다 가톨릭신문 2022-06-26 [제3300호, 18면] 부유함 자체는 하느님 축복 재화의 나눔과 선용이 중요 인간과 사회 위한 물질적 진보 인류 성장에 기여할 수 있어 분당성모유치원 어린이들이 백신 나누기 운동에 동참하기 위해 직접 수확한 감자를 판매하고 있다. “지금 아이들은 자기가 갖지 못한 닌텐도를 가진 옆집 친구를 부러워하고, 외국에서 살다 온 친구처럼 되고 싶어 한다. 세상이 변했으니 그 또한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다. 그럼에도 기동이가 끊임없이 노마와 똘똘이, 영이를 찾아다니면서 제가 가진 것을 나눠주고 같이 놀고 싶어 하는 그 마음을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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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미정 시인 / 화살나무 외 2편

김미정 시인 / 화살나무 찌르고 찌르다 지친 허공의 손가락들 추락한 것들은 다 여기 있었구나 꽃들이 급하게 도망가버리는 화단이에요 우린 어느 쪽으로 가고 있나요 잃어버린 방향은 어린 발목부터 시작되었죠 얼룩이 가시를 만들었나요 원하는 방향대로 살고 싶었어요 널어놓은 웃음이 말라가고요 입 다물고 온몸의 힘을 조절해요 허물어지는 저녁의 자세는 너무 사실적인가요 궁금한 잎사귀가 갈증을 삼키네요 날개는 화살 이전의 노래인가 지워진 어제의 울음이 날아간다 날마다 태어나는 숨소리들 되돌아오는 표정이 불가능으로 기울어지는 사이 과녁은 언제나 그렇듯 먼 곳에 있다 계간 『포지션』 2021년 가을호 발표 김미정 시인 / 그림자 배송 치킨 대신 드레스가 배달왔어 튀김옷이 룸에 꽉 찼지 주문을 멈출 수 없는 주문이야 물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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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가톨릭 산책 [Buon pranzo!] 5.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Buon pranzo!] 5.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Michelangelo Buonarroti, 1475∼1564) 천재 예술가 미켈란젤로, 직접 장보며 ‘메뉴판’ 발명하다 가톨릭평화신문 2022.06.26 발행 [1668호] ▲ 미켈란젤로의 ‘피에타(Pieta)’. ▲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미켈란젤로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영원한 도시’(Citt Etern) 로마로 유학을 떠났던 방년의 제가 처음으로 본 것은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전(Basilica di San Pietro in Vaticano) 안에 있는 당신의 ‘피에타(Piet)’였습니다. 알고 보니 당신도 약관의 나이, 저와 같은 나이에 로마로 오셨더군요. 24세인 당신이 피에타를 조각했다니 놀라웠죠. 가난하고 외로웠던 로마에서 피에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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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박산하 시인 / 최 북 미술관에서 외 1편

박산하 시인 / 최 북 미술관에서 - 어이 그림 하나 그려주게 그날따라 그 말이 그의 심기를 건드렸다 곁에 있던 송곳으로 눈을 찔렀다 눈보라 치는 겨울 밤, 오두막을 빠져 나왔다 나뭇가지는 활처럼 휘고 하늘은 땅에 내려 온 듯 그날, 탁주 한 말을 마시고 열흘을 굶었다 풍죽처럼 흔들린 날이었다 먹을 갈지만 밥이 되지 않는 묵죽 날마다 하루치 먹을 갈아 竹을 그리지만 먹은 먹, 종이 위의 나무 약간의 밥은 되었으나 어느 한 구석 무너지고 말았다 샛바람이 불자 살얼음이 일고 붉은 눈 내리고 마침내 마음 비운 날 홑 적삼 걸치고 휘적 휘적 눈 위로 걸어가는 맨발 한번이라도 사람이고 싶었다 그림을 설명하던 사람이 녹차 한잔 건넨다 종이 컵에 찻잎 몇 떠도는 차, 찻 잎을 혀로 밀어내면서 미술관 밖을 본다 구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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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송과니 시인 / 무조건적인 것을 위하여 외 2편

송과니 시인 / 무조건적인 것을 위하여 그런 것은 그런 것이게, 천지간의 공간을 충분히 열어 그 자리에 그러함의 이치가 불어와 들어서게 하고, 시詩는 뜨거운 얼음과 차가운 불이 빚어낸 자유이다. 허무는 사상으로 단련된 문장이 지닌 바람을 허허벌판에 거침없이 부리고 다시 세우는 미학으로 조련된 문장이 망망 우주를 타고 넘는 것. 송과니 시인 / 시(詩)한편 반성을 위한 가나다라 가는 귀 먹은 바람으로 가리라. 나침반 없이 가는 길에 안내자는 별이다. 다갈색 천을 두른 그림자가 동행길에 나선다. 라르고, 라르고* 아주느리고 폭 넓게간다. 마파람의 잔등 잡아타고 뒤따라오는 발소리 있다. 바짓가랑이 사이에서 온음표가 뿔을 세운다. 사분음표는 희로애락 네 박자를 중얼중얼한다. 아궁이 가슴에 불을 두고 떠나왔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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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서종택 시인(군위) / 또, 한해가 외 1편

서종택 시인(군위) / 또, 한해가 지나간 일 년도 꿈이었다 생각하세요 우산 위에 굴러 떨어지는 빗방울처럼 삶 전체가 그냥 그렇게 흘러내렸습니다 남이 아닌 바로 나 자신의 인생이 유리창에 맺힌 물방울처럼 덧없이 사라졌지만 당신은 본래대로 거기에 있네요 내가 말했던가요? 내가 이 세상을 사랑하게 된 것도 나에게 무한성이 있음을 알게 된 것도 다 당신 덕분이었다고 옛날에 내가 단순하고 속된 욕망을 가졌을 때 처음 당신 만난 곳이 어디였나요? 먼저 열렸다가 닫혀버린 눈꺼풀, 거기였나요? 숨 쉬는 눈꺼풀 아래 서로가 서로의 속으로 사라지던 곳 멈출 수 없는 그곳에서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빠져나오기도 했었죠 이제 내가 나 자신에서 멈추지 않고, 시를 쓰기 위하여 지금까지 써온 것처럼 쓰지 않기 위하여 아직 가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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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정선희 시인 / 엔젤트럼펫

정선희 시인 / 엔젤트럼펫 그 일이 있고 나서 땅바닥만 보고 걸었다 들리지 않는 곳으로부터 지령을 받고 보이지 않는 유령을 클릭 클릭 단 한 번의 손짓으로 꿈의 잔액이 사라졌다 이삿짐을 부릴 집이 사라졌다 빛이 드는 곳에 놓아둘 식탁이 사라졌다 고개를 떨구고 핀 엔젤트럼펫 지렁이들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밖으로 나오면 죽는데 왜 자꾸 나오는 걸까 고무줄처럼 늘어진 무덤 내 앞에 와서 죽어 간 내 몸에서 나온 지렁이들 언제까지 피해 다닐 수 있을까 그 일이 있고 나서 모든 것을 아날로그로 바꾸었다 신용카드를 없애고 휴대폰 앱을 지우고 은행의 문턱을 꾹꾹 밟는 방향으로 역행했다 보이지 않는 것들 들리지 않는 것들이 무서웠다 나는 조금 느리게 사는 방향으로 기울어 갔다 계간 『한국동서문학』 2021년 겨울호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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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돈형 시인 / 개 같은 외 1편

이돈형 시인 / 개 같은 즐거움을 떠난다 천천히 안에서 자라는 인기척의 새끼들은 이미 세상의 거짓말을 다 배우고도 모자라 한 번쯤 참말을 배우려 하는지도 몰라 빛 좋은 개살구처럼 빛을 따라다니며 어디서 살구살구 찾을지 몰라 떠난다 구질구질한 개과천선을, 실컷 뜯어 먹은 안녕을, 아직 늙는 중이라는 변명을, 누런 이빨이 낀 차창을, 급정거한 애인의 엉덩이를, 꼬리 밟힌 즐거움을 인간적이라 말하던 인간적인 아가리를 운동화 끈을 매다 잊어버린 매듭의 주둥이로 떠난다 오래 걸린 눈동자의 노동이었다고 눈을 깔고 떠난다 열어보면 칙칙거리다 만 라이터처럼 버려진 눈이 가득한 캐리어를 끌고 떠난다 잡아먹힌 일화처럼 인간적인 사랑보다 차라리 개 같은 사랑이 낫겠다 싶어 개같이 떠난다 인간적으로 발정 나서 떠나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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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서종택 시인(강진) / 여름 풍경 외 2편

서종택 시인(강진) / 여름 풍경 제 마음 속 칼날의 서랍 달린 서랍장 하나 있나 봅니다 무심코 서랍 열다 손가락을 베입니다 피도 없이 상처도 없이 혼자 아픕니다 숲 속 깊은 그늘 제 상처 스스로 핥는 짐승처럼 상처를 핥다 말고 풀잎 사이 풀무치 날개 바스락거리는 소리 들어 봅니다 바깥에는 눈부신 햇살 아래 웃으시며 당신이 지나갑니다 - 시집 보물찾기, 시와 시학사 서종택 시인(강진) / 애가(哀歌) 입을 삐죽거리며 돌아누운 산 길을 잃고 골짜기에 갇혔습니다 투덜대며 홀러가는 시냇물 소리 산 속을 뒤지다가 그냥 갑니다 당신이 한 번도 오지 않는 곳 민들레 꽃만 혼자서 피었습니다 아득한 길 지우며 피었습니다 서종택 시인(강진) / 봄날 아름다운 정강이를 가진 풀이여, 논두렁 밭두렁 산비탈 넘어 아른아른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