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신비여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안태현 시인 / 최근에도 나는 사람이다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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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2022. 6. 28.

안태현 시인 / 최근에도 나는 사람이다

 

 

어딘지 모를 지금에 이르러 사랑을 잃어버리고

뒤돌아보는 법도 잊어버리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밤이다 가끔 어둡게 걸었던 길이나 떠올리면서 생각을 다 쓴다

잠이 들지 않으면

달빛이 희미하게 부서져 내리는 걸 보고

내 여린 박동이

검은 풀잎에 내려앉는 것을 본다

읽을 수 있으되

지금이란 시간은

당신이 보낸 편지가 아니다

하마터면 후회할 뻔했으나 명백하게 혼자다 그리고 마침내 음각으로 새겨지겠 지만

최근에도 나는 사람이다 사람이게 하려고

웃고 잊어서는 안 되는 몇 가지를

울고

성의껏 먹는다

태어나는 동시에 날아가 버린 아름다운 목소리를 찾아서

검은 풀잎 위를 걷는다

 

 


 

 

안태현 시인 / 은신처

 

 

숲에 기대어

푸른빛에 눈이 멀고

여름 한 철 나는 누락되었다

몰라보기를

지워지기를

깊은 울음 하나 더 물어오는 숲 귀퉁이에 은신처가 있다 무릎을 꺾고 웅크리고 앉은 슬픔처럼

벗어나려던 사슬의 기억이 있어

숲에 혀를 묻고 돌아와

아무에게도

푸른 빛깔에 대해 말하지 않을 것이다

어느 곳에선 파티가 열리고 어느 곳에전 물이 엎질러지고 옷을 벗고 있으면 어 느 곳에선

미친 듯이 개가 달려와

내 앞에서 컹컹 짖을지 모른다 나의 은신처가 너의 곁이었으므로 그러고도 모른 척했으므로

한 번쯤 물려 뜯겨야 한다

비명을 지르는 것은 신을 만나는 일

나의 누락은 그러므로

죄다

 

-안태현 시집 『최근에도 나는 사람이다』 중에서

 

 


 

안태현 시인

전남 함평에서 출생. 광주교대, 대진대 교육대학원 졸업. 2011년 《시안》으로 등단. 시집 <이달의 신간>, <저녁무렵에 모자 달래기>, <최근에도 나는 사람이다>. 산문집 <피아노가 된 여행자>, 현재 경희초등학교 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