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신비여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30 2022년 06월

30

◇ 시인과 시(현대) 강영은 시인 / 디스토피아 dystopia

강영은 시인 / 디스토피아 dystopia 두족류도 고통을 느낀다 오징어나 게를 삶을 때 통각 신경을 마비시켜 죽인 다음 삶아야 한다 오징어를 삶으려는데  ​티브이에서 흘러나오는 말을 듣는다 들고 있던 오징어가 끓는 물 속으로 빠진다 앗 뜨거! 평소에는 듣지 못했던 오징어의 비명이 ​냄비 속에서 요동친다 온몸이 데인 것처럼 육신 밖으로 육성이 흘러넘친다 지옥이다 수족이 오그라들고 몸통이 찌그러든 모양이 드라마 ‘지옥’에서 보았던 지옥의 모습이다 여긴 인간이 세계라고 하느님도 부처님도 개입할 수 없는 감정의 세계라고 육신을 지옥으로 내모는 사람들 그들이 휘두르는 몽둥이가 열탕이었다 구체적인 대상이 없어 불안했던 몽둥이는 호모사피엔스의 도구 먹고 살기 위해 짐승을 때려잡던 도구였지만 인간의 맞춤법에 神의 ..

30 2022년 06월

30

◇ 시인과 시(현대) 배세복 시인 / 피항避航 외 5편

배세복 시인 / 피항避航 돛으로 몰려드는 바람이 심상치 않아요 이제 항로를 벗어날 시간이에요 일 년 전 태풍의 시절처럼 말이죠 길어야 사나흘 정도의 피항이라 생각했죠 허나 밤바다에서 바라보는 별이 한없이 새끼를 치는 것처럼 밤은 또 밤을 낳았죠 어느 밤은 앞배가 빠져나가지 않아 어떤 밤은 뒷닻이 풀어지지 않아 또 무수한 어느 밤 동안은 천지사방이 여울목 귀신처럼 울어대서요 어찌 당신 품을 떠날 수 있겠어요 밤새 한잠도 자지 못해 붉어진 눈으로 뭍을 올려다보면 아무 말 말고 하루 더 쉬어 가라고 돛대를 입술에 갖다 대던 당신이었지요 아 모항母港, 모항모항 입 안에서 마구 맴돌았지요 올해는 정말로 며칠만 머물겠습니다 까치놀 사라지기 전에 어둠 깊어지기 전에 피항항避航港 당신 품으로 가겠어요 그런데 아까부터 ..

30 2022년 06월

30

◇ 시인과 시(현대) 김영서 시인 / 변방에 뜨는 별 외 5편

김영서 시인 / 변방에 뜨는 별 할머니 셋이 별을 보고 있다 부채로 더위를 쫒으며 별을 이야기 한다 재덜은 내가 시집오기 전부터 저 자리에 있었으니 족히 70년은 넘었지 잠깐만 기다려봐 지금 아홉 시 넘었으니 비행기 하나 지나갈 거여 용하기도 하지 시간을 딱 맞춰 깜빡이며 지나간다니까 얼마 전에 저걸 타고 중국에 다녀왔지 아마 예전에 홍콩에도 갔었을걸 구름보다 높이 날아다니니까 별처럼 보이네 처음에는 소리 없이 날아서 수수깡으로 만들었다고 했지 소독약 오토바이가 지나는 골목길에 가로등 불빛이 베껴가는 곳에 별이 되고 싶은 사람들이 비닐 방석을 깔고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우주에서 바라보면 별이 세 개 남았다 김영서 시인 / 한겨울 고물상 허리 굽은 할머니가 다녀갔다 저울 눈금이 파르르 떨었다 그림자를..

30 2022년 06월

30

◇ 시인과 시(현대) 배성희 시인 / 바람의 신부 외 1편

배성희 시인 / 바람의 신부 반갑습니다 초여름 저녁 도발하는 자에게 세 겹의 능선이 보입니다 산을 바라보던 두 입술이 아아— 동시에 감탄하면 시간은 어디에도 없고 그저 짙푸른 능선이 그 순간의 몸일 뿐 부풀어 날아온 나무향기가 속눈썹을 건드릴 때 말랑해진 틈새로 최초의 하모니가 흘러들 때 저체온으로 살고 있던 손가락이 금방 데워지네요 다정한 손바닥 안에서 예쁜 물고기들 갑자기 떼 지어 수로를 마구 돌아다니지만 상자는 열릴 가능성으로 남을 때 가장 아름다워 우리도 마찬가지 석양일배(夕陽一杯)의 취기도 마찬가지, 샬롬 샬롬, 헤어져 돌아갑니다 눈보라 매서운 수목한계선에서 무릎 꿇고 生을 버틴 목질로 바이올린 만들어 연주할게요 공명의 극치를, 나 홀로 떨리는 그 선율 산정호수에 번질 테지요 우주의 파동으로 만..

30 2022년 06월

30

◇ 시인과 시(현대) 강시일 시인 / 바람 부는 날 외 1편

강시일 시인 / 바람 부는 날 낙엽이 바람을 타고 있다 애당초 가족이라는 울타리에 갇혀 젖줄로 연명하다 가정이라는 담을 둘렀다 위태롭게 담장 위를 걷다 사랑타령에 삶은 파도처럼 흔들리고 직장 가시에 목구멍이 아프다 탈출하고픈 욕망이 나날이 팥죽을 끓인다 생이란 오랏줄에 목이 조이고 있다 대나무숲이 강남스타일 춤을 춘다 오늘, 바람이고 싶다 강시일 시인 / 시간의 흔적 어제처럼 파도의 등을 타고 휘파람 소리로 다가와 댓잎 어깨를 밟고 나이테 같은 여운 남긴 채 지나간 시간처럼 바람이 떠나고 콩나물시루 속 걸러짐 없이 물이 흘러도 어깨너머 웃자라듯 시간은 어디로 간지 모르는데 낙엽이 지고 주름살은 세월의 그림자를 조각한다 가끔 침전된 욕망이 발효해 영상화되면 시간의 흔적이 역류하고 별 박힌 검은 시간 윤회를..

30 2022년 06월

30

◇ 시인과 시(현대) 문경재 시인 / 함정

문경재 시인 / 함정 입을 가린 채 그곳으로 들어가려 했으나 그 어둠 또 짙은 침묵 무대도 없이 구석에 누군가 앉아있었다 소리 없는 음악 헬스트레이너였다 고개를 무릎에 파묻고 엘이디 두어 개 불빛이 러닝머신 위에 가지런했다 다리에서 뛰어내리기보다는 물속에서 숨을 참는 자세로 내가 뒤돌아 나오는 것도 모른 채 정수리, 어깨, 팔뚝의 실루엣이 어떤 음악을 연주하고 있었다 《예술가》 2021년 여름호 문경재 시인 1951년 장흥읍 출생. 건국대 경제학과 졸업. 한일은행과 동화은행에 근무하다 지점장으로 퇴직. 2018년 계간 가을 제34호에서 '느티나무의 문법' '수서유수지水西遊水池' '통점' 시 3편으로 신인상을 수상하며 시인으로 등단.

30 2022년 06월

30

<가톨릭 관련>/◆ 가톨릭 산책 [영화의 향기 with CaFF] (168) 마틴 에덴

[영화의 향기 with CaFF] (168) 마틴 에덴 계층과 이념 갈등에 무너진 남자 가톨릭평화신문 2022.06.26 발행 [1668호] 피에트로 마르첼로 감독의 ‘마틴 에덴’은 미국의 소설가 잭 런던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이탈리아 영화다. 이탈리아의 권위 있는 시상식 다비드 디 도나텔로에서 각색상을 수상했고,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주연 배우 루카 마리넬리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코로나로 어려웠던 2020년에 개봉해서 국내에 크게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묻히기에는 너무 아까운 영화라 소개하게 되었다. 열한 살 때부터 배를 타왔던 선박 노동자 마틴은 우연한 기회에 폭력배에게 폭행당하던 아르투로를 구하게 되고, 감사의 표시로 그의 대저택에 초대받는다. 난생처음으로 상류 사회를 경험하게 된 마틴은 거기서 ..

30 2022년 06월

30

◇ 시인과 시(현대) 류미월 시인 / 아버지의 가을 외 2편

류미월 시인 / 아버지의 가을 기러기 소식 물고 강 건너는 오후 4시 해넘이 물들이는 반사경 그 수면 위에 기나긴 목덜미 타고 터진 연밥 까만 속내 덧칠한 유화처럼 말라터진 저수지에 하루만큼 물비늘이 얼부풀기 전 반짝이고 물총새 깃 터는 소리 가을 하늘 가른다 한 생의 겨울 맞는 아버지 움푹 팬 얼굴 서릿발 견뎌낸 후 더운 연밥 또 지으려 속 그늘 품은 동공이 호수마냥 하마 깊다 류미월 시인 / 폰생폰사 폼에 살고 폼에 죽는 폼생폼사 시들하고 휴대폰에 의지하는 신인류의 하루하루 진종일 끼고 다니고 잠잘 때도 못 잊어 궁금증 척척 푸는 똑똑한 뇌腦비게이션 그 누가 한결같이 나의 손발 돼줬던가 내 안에 깊이 자리한 친절한 앵무새여 《좋은시조> 2021. 여름호 류미월 시인 / 기린의 하루 하루하루 산다는 게..

30 2022년 06월

30

◇ 시인과 시(현대) 박경원 시인 / 기침하는 사내 외 1편

박경원 시인 / 기침하는 사내 애당초 자네의 가슴에는 평화가 있었다네 그러더니 기어이는 그것을 하나씩 날려보내더군 한 마리 비둘기마다 방울방울의 피가 튀었어 나는 자네의 벌려지는 입을 볼수록 그놈 참 날쌔게 튀어나가더군 오히려 나는 하얀 영혼이 자네의 가슴으로 뛰어드는 줄 알았단 말일세 나는 바람에 날리는 촛불을 보는 듯했다네 나는 자네가 죽을 결심을 한 줄 생각했지 그렇게 몸부림치는 자네를 두고 나는 눈물이 맺힌 채 잠이 들었던 것 같네 날이 밝아오기 시작했는데 자네는 흘러드는 안개에 싸여 정말 너무도 태연했다네 『아직도 나도 모른다』 ,박경원, 창비, 2005년 박경원 시인 / 해묵음에 대하여 원래의 길이 지워진 녹슨 나사를 풀다가 나는 보았다. 녹이 벗겨지고 잇몸만 남은 수나사에 비해 아직은 생생히..

30 2022년 06월

30

<가톨릭 관련>/◆ 신 앙 관 련 [길 위의 목자 양업] (25) 조선시대 신자들 신심함양에 도움을 준 성물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 (25) 조선시대 신자들 신심함양에 도움을 준 성물 성물 마련하기 위해선 전 재산도 아깝지 않아 가톨릭신문 2022-06-26 [제3300호, 12면] 조선 신자들의 신앙생활 돕기 위해 서한 통해 십자고상과 상본 등 요청 신자들이 직접 묵주 만들어 쓰기도 성물 간절히 원했던 깊은 신심 드러나 배론 교우촌 출토 십자가. 조선시대 신자들은 천주교에 대한 박해뿐 아니라 조정의 포악하고 가혹한 정치로 궁핍한 삶을 살았다. 그들을 돕고 싶었지만 그럴 능력이 없던 최양업은 줄곧 자신의 처지를 한탄했다. 사제인 최양업이 신자들을 도울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부지런히 걸어 신자들을 한 명이라도 더 만나 그들에게 성사를 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자신을 만날 수 없을 때도 신앙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