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신비여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01 2022년 07월

01

◇ 시인과 시(현대) 오현정 시인 / 시인과 개미 외 1편

오현정 시인 / 시인과 개미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내가 그의 소설 네 줄을 읽는 동안 40명의 사람과 7억 마리의 개미가 지구 위에 태어나고 있다고 했다 얘야, 왜 시인이 되었냐고 자주 물었지 천사이면서 악마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해서이지 말씀을 전하면서도 자기를 높이고 싶어서이지 얘야, 네 책상 앞에 있는 '개미를 보고 배우라'는 그 말씀은 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아름다운 앵무새소리가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길잡이인 등대가 되어 보라는 것이다 이 순간 죽어가는 5억 마리의 개미를 보고 죽어가는 30명의 사람을 생각해 보란 것이야 얘야, 개미를 관찰하다 보면 보인다 불쌍하고 소중한 우리 영혼이 오현정 시인 / 바이칼 호수 네 속이 훤히 보여 담그다 놀란 발을 뺀다 시린 가슴을 자꾸 쓸어내리다 신비한 청람..

01 2022년 07월

01

◇ 시인과 시(현대) 사공정숙 시인 / 우산 외 1편

사공정숙 시인 / 우산 비 오시는 날 우산 하나 넉넉히 펼쳐 들면 우산 속으로 세상이 들어온다. 우산 크기만 한 세상을 오롯이 차지하고 기쁨이기도 하고 희망이기도하고 사랑이기도 한 아주아주 작은 기억의 입자들이 촉촉이 스며 내리는 우산 속에서 그림을 그린다. 우산 위를 두드리는 빗소리 꿈속으로 들어오면 골목길 따라,한길 건너, 횡단보도 앞에 멈춰 서서도 새의 둥지,원두맏,갖추 세운 짚더미,피어오른 연꽃, 어느 여름 박하향기 풍기는 수풀 길을 거닐던 하오의 햇살과 소나기를 추억한다. 비오시는 날, 초록 우산 하나 샀다. -좋은생각 6월호중에서 사공정숙 시인 / 나비와 피라미드 나비 한 마리가 출근길에 처무우밭도 아닌 바다도 아닌 지하철 역사로 팔랑거리며 내려앉았다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다시 더 깊은 심연으로..

01 2022년 07월

01

<가톨릭 관련>/◆ 교리 & 영성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 사제직이란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 사제직이란 가톨릭신문 2022-06-26 [제3300호, 15면] 죄에 집중된 병적 죄책감 벗어나 신앙의 참된 기쁨 찾을 수 있도록 신자들을 이끌어야 하는 직분 교회가 신자들의 짐이 돼선 안 돼 가톨릭교회는 오랫동안 두 가지 주제에 초점을 맞춰 왔습니다. ‘죄 짓지 말라’와 ‘성인들처럼 완전한 자가 되라’는 두 가지. 물론 이 두 가지는 복음에 근거한 것이기에 틀린 내용은 아닙니다. 문제는 사람들이 간과됐다는 것입니다. 우리 교회는 사람들이 그런 종교적 목표에 어느 정도까지 도달할 수 있는지 알려고 하지를 않았습니다. 사람 마음의 여러 가지 변수들, 허약함을 고려하지 않고 마치 군인들처럼 ‘하면 된다’는 식으로 밀어붙이기에 급급했습니다. 심지어 그로 인해 생긴 신경증 증세..

01 2022년 07월

01

◇ 시인과 시(현대) 최동호 시인 / 검은 거미의 사랑 노래

최동호 시인 / 검은 거미의 사랑 노래 어둠의 목구멍에서 거미가 기어 나와 허공에 집을 지으며 밤을 노래하라 하네 거미는 어둠의 친구 거미는 어둠의 아들 거미는 어둠의 집에서 실을 뽑아서 날벌레를 얽어매고 진실을 말하라 하네 나는 눈 감고 아무 말도 못하네 거미는 허공을 맴돌며 어둠의 중심에 있는 살을 파먹고 하늘의 별을 노래하네 거기 네 목구멍까지 기어나오지 못하고 소리치고 있는 진실을 들려주라 하네 그 노래는 아주 오래전부터 전해 오던 지혜의 이야기 자신을 속이지 말고 살라고 하는 가르침인데 거미는 밤의 노래를 부르며 벙어리가 된 나에게 내일의 노래를 부르라 하네 ​ 시집 『황금 가랑잎』(서정시학, 2021)에서 최동호 시인 1948년 수원에서 출생.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및 同 대학원 졸업. 19..

01 2022년 07월

01

◇ 시인과 시(현대) 차주일 시인 / 홀로에 도착하지 못했다 외 1편

차주일 시인 / 홀로에 도착하지 못했다 홀로면 보게 되는 땅바닥에 홀로면 보이는 제 걸음 간격으로, 발자국화석이 찍혀있다. 오늘 그의 사연이 내게로 배달되었다. 주소지가 내려다보는 발치라는 것, 외로움이 봄을 옮겨 놓는 배달부란 것 알겠는데, 오직 한 방향으로만 가고 있는 사연만은 풍화된 지 오래다. 누가 자기를 버린 겉봉인가? 행방불명인지, 지금도 제자리에서 헤매고 있는지. 두리번거리는 자를 찾아 두리번거리는 나를 땅거미가 힐끔댄다. 그는 아직도 수취인을 찾지 못해 배달 중이고, 발자국 깊이에 담긴 어둠 한홉을 읽지 못해 밝은 나는 아직 홀로에 도착하지 못했다. 차주일 시인 / 두 번째 심장 내 심장은 부모의 발걸음 소리였다. 그러나 너를 처음 본 순간 멎었던 내 심장은 새로운 박동을 시작했다 멎음이 ..

01 2022년 07월

01

◇ 시인과 시(현대) 안미린 시인 / 살색*의 살구 외 3편

안미린 시인 / 살색*의 살구 잃어버려도 흐르는 단어들은 새벽에 배웠던 욕설 새벽에 배웠던 목욕은 새벽의 결벽 색깔과 빛깔을 구분했을 때 물 밖으로 나온 내 어깨의 빛 물감에 머리를 감아봤던 날 살구색은 부드럽고 충분했는데 오래된 색연필을 해치우려고 긴 색깔들을 부러뜨렸고 무독성의 보색들은 삼켜버렸고 맨 어깨가 차가워질 때 필요한 건 내 살색의 담요 빛바랜 건 내 담요의 살색 빛나는 건 내 산색의 살빛** 연이어 태어난 새끼들이 덩어리지고 맨 밑의 동물부터 눈을 뜨는 것 같은 흑인 여자애 같은 색깔들은 너무 긴 설명이 이름인 것들 완전한 정의들이 완벽해질 때 살색의 살구들이 살굿빛일 때 무너진 건 내 살색의 살색 감싸온 건 내 살빛의 살결 • 살색 : 살구색의 잘못된 표현 • • 살빛 : 피부색, 살갗의..

01 2022년 07월

01

<가톨릭 관련>/◆ 신 앙 관 련 [교구 수도회 영성을 찾아서] 가난한 이들의 작은 자매회(중)

[교구 수도회 영성을 찾아서] 가난한 이들의 작은 자매회(중) 소외된 어르신들 사랑으로 섬겨 가톨릭신문 2022-06-26 [제3300호, 4면] 어르신들과 나들이를 하고 있는 수녀들의 모습. 설립자 쟌 쥬강 성인은 가난한 이들 안에서 하느님을 만났다. 가장 가난한 이들을 섬기는 환대의 기쁨 안에서 영적 단순함으로 헌신한 성인의 영성은 ‘가난한 이들의 작은 자매회’라는 수도회 이름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행복하여라, 가난한 사람들! 하느님의 나라가 너희 것이다.”(루카 6,20) 수도회의 영성은 곧 예수님께서 가르치신 참된 행복의 복음 정신이기도 하다. 가난한 이들에게 작은 자매가 돼주는 수도회의 영성은 회원들이 누구를 위해 봉헌됐는지를 일깨워준다. 수도회 회원들은 ‘그리스도의 생각과 마음을 입으며’ 쟌..

01 2022년 07월

01

◇ 시인과 시(현대) 하보경 시인 / 새의 감정 외 1편

하보경 시인 / 새의 감정 듣고 있나요? 조용히 혼자 만지는 비의 세계 걷다가, 뛰다가 날아오를 수 있어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없었던, 하얀 혹등고래처럼 외롭고 귀한 새 그런 새의 소리 오늘은 없고 어제는 있던 표정을 말해요 크게, 더 작게 멀어지라고 하더니 또 가까이 오라고 하더니 별빛이 흘러내리는 것도 아니고 달빛이 춤추는 것도 아니고 사방팔방으로 너울너울 그림자도 아니고 그늘도 아니고 그도 아니고 나도 아닌 어떤 새의 모양 그저 꽃바람에 듣고 있지요 시작에서 시작으로 끝에서 끝으로 가는 감정 내 것이 아닌 감정 흰 구름으로, 먹구름으로 피어오르다 사라지는 감정 다시 모이는 감정 내 것인 감정 내 것이 아닌 감정 어느 새의 감정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빗방울처럼 넌 - 2018년 9-10 ​ 하..

01 2022년 07월

01

◇ 시인과 시(현대) 정양숙 시인 / 메마른 사막에도 숲은 우거지고 외 5편

정양숙 시인 / 메마른 사막에도 숲은 우거지고 빙 둘러선 수묵화 빛 능선이 동양화를 그리는 허허벌판 한 모퉁이 사철 직사광선 줄기차게 내리꽂는 마을에 초록빛이 다부지다 비도 눈도 구름도 외면한 지대에 강한 햇살 단비 같은 밤이슬 인공적인 물보라가 싱그러운 녹색 옷을 두텁게 입혀 놓았다 집보다 많아지고 커진 나무 푸른 숲에서 숨바꼭질하는 지붕들을 정겹게 품고 사람들은 한결 같은 나무 사랑 나무들은 시원한 그늘로 기꺼이 보답하며 서로 의지한다. 정양숙 시인 / 정향나무 해묵은 벽돌담장을 훌쩍 넘은 고목나무 자잘한 잎새 사이로 붉다 못해 시뻘건 노을 군데군데 뭉치거나 풀어져 있다 저 핏빛 붉음! 가슴이 먹먹하다 소름 돋듯 맺히는 이슬방울 방울 불타는 사르비아 화단으로 또르르 굴러간다 빨강은 복스런 색깔이죠 엷..

01 2022년 07월

01

◇ 시인과 시(현대) 이성렬 시인 / 루비콘 강에 내리는 유성우 외 4편

이성렬 시인 / 루비콘 강에 내리는 유성우 - 일상다반사 3 어느 흐린 일요일에 K는 보르헤스의 「갈라지는 길들의 정원」을 읽다가 용산 근처에서 깜빡 잠이 들었다 그때 열차의 좌석을 구성하는 모반의 분자들과 그의 둔부를 지탱하는 우울한 세포들 사이 미세한 불화 때문에 K는 철로 위 공중에 떠 있었다 남영역을 지난 열차는 후암에 정차했다. 후암역이라니? 그는 휴대전화를 꺼내어 1호선 전철 지도를 들여다보았다. 남영역과 서울역 사이에는 후암, 동자역이 확실히 놓여 있었다 그의 맥박은 평소의 1/3로 뛰었고, 손목시계의 초침도 1/3의 속도로 움직였다. 남대문역 승강장에서 백인청년이 입에서 불을 뿜으며 동족의 머리가죽 네 개로 저글링을 연기하였다. 가시면류관과 황금도포로 장식한 흑인 사제들이 이라고 외치며 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