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의 하루

은하공주 2017. 2. 19. 07:27
작년 4월 24일.
인천공항에 내려서 아들네서 하룻 밤 묵은뒤, 
다음날 바로 이 산촌으로 들어왔다.
며칠 더 쉬었다  내려 오라는 남편의 말에 
혼자 내려가면 식사는 어떻게 해결하려구 하면서
평소엔  안하던 조강지처 코스프레를 했다.
그래 그럼 같이 가. 
그런데 당신이 가면 고생할텐데 ...
그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아 차린 것은 울진에 도착한 다음날 아침이었다.

전기? 
없어. 아직 안들어왔어.
개스?
그건 LPG 불러야지.

남편이 사 놓은 전원주택용 대지는 대략 1600 백평 남짓인데
그 한쪽에 한칸짜리 황토방이 있고
그 방 윗목에 2m 길이의 싱크대가 놓여있었는데 다행인건 상수도가 나오는것.
전기가 없으니 냉장고도 없고
없고. 
없고, 
없는 것 투성이고
마당엔 
4월 말 한창 무르익은  봄날
잡초와 미역취 나물이 반반씩 섞여서
내 키가 큰가 네 키가 큰가 하고 키재기 하고 있었다.

황토방 뒤에 서 있던 키큰 돌배나무에
아직 지지 않은 돌배꽃 몇 송이가 남아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첫날밤은 앞 개울에 흐르는 골포천 물소리에 잠을 설쳤다.


플래노에서 
한국 살림을 정리하고 미국으로 온 남편은
6개월이 지나자 마자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했다.
그 6개월 동안 골프도 심심찮게 쳤고 여행도 하고
나름 바쁘게 시간을 보내나 싶었는데
그는 뭔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헤메어 본 것이었다.
막내딸 옆에서 노후를 보내려는 계획을 착실하게 짜는구나 했던 나의 짐작이
어처구니 없이 무너졌다. 한순간에.

왜?
왜 가려구 해?
한국가서 뭘  할건데?
그냥 놀아. 이젠 좀 놀아야 하는 나이잖아.

남편과 달리 나는 한국에 별 미련을 남겨두지 않았기에
돌아가자는 그 말의 뉘앙스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다.
파트타임 잡을 가지고 보니 그것이 정말 삶의 원동력이 되어서
나의 하루 생활은 늘 기대되고  바쁘게 시간이 지나갔다.
월요일은 집안일 하고 화요일은 바느질 모임. 수요일은 골프모임.주말은 일하는 날.
게다가 직장이 H 마트와 같은 블럭이라 시장보는 시간도 줄여줬다.
남는 시간엔 바느질을 열심히 하고 운동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런 생활에 젖어있던 내게 돌아가자는 남편의 마음은 
도무지 알 수 없는 오리무중.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의 대화는 자주 끊기고 
혼자있는 시간이면 어떻게 하면 그마음을 다 되돌릴까 때로는 
돌아 가고자 하는 남편의 마음을 이해해 보려고 애썼다.
그렇지만 미국생활을 포기하고 다시 보따리를 싸야 하는 상황을 쉽사리 받아 들이기는 어려웠다. 
차일피일 대답을 미루는 나의 의중을 떠 보려고 남편은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내 밷았다.
그래. 그럼 우리 떨어져 살자.
당신은 여기. 나는 한국으로 갈거야.
나는 못살겠어. 할일이 없으니까.

왜. 마당도 가꾸고 잔디도 깎고 일을 해.
아니면 파트타임 일자리라도 알아보던지.
과거의 자신이 해 왔던 일과 동떨어진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닌걸 알면서....
나는 남편이 그저 쉬면서 운동이나 하고 건강관리를 해 주기를 바랬다.
그런데 그는 자신의 일이 없다는 걸 힘들어 하고 그저 놀면서 공놀이나 하는 걸
지겨워 했다. 일주일에 한두번 나와 라운딩 하는것 외에도 시니어 클럽의 멤버가 되어
매주 두번씩 시합을 하는 것도 즐거워 했는데, 
시간이 흐르니 그마저도  그에게 도움이 안됐나 보다.

당신이 안 가면 나 혼자 간다.
일주일뒤에 갈거야.
비행기티켓도  안 사놓구서 가긴 어딜간다고?
내 땅이 아닌 남의 나라 땅에서 뭘 가꾸고 키우고 싶은 마음이 없다는 그를
어떻게 붙잡을꼬.
일주일 만에 나는 항복을 하고 
그래, 가자 가,
내던지듯 밷은 
돌아가자는 말에 
남편의 얼굴이 활짝 피는 걸 보았다.

       2,18 새벽에
얼마만 이군요! 공주님 ^^ 후속편을 기다리며, 환영 합니다^^
고맙습니다.아직 어리둥절합니다.
익숙해 지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습니다
기다렇지요
바느질여왕께서 잘시시는데
그곳이 어느몌뇨 하면서요
고생하셨서도 한국땅에 계신다면
얼굴뵐 희마을 가져봅니다
반갑습니다
저도 반가워요. 이제 얼른 적응해야지요
돌아오셨군요. 얼른 적응하시고 가르치기도 하셨으면 좋겠어요
반가워요. 곧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있어요.
돌아오셨군요. 은하공주님.
반갑습니다.
이제 웬만큼 적응하셨겠네요.
아직요.
나날이 해야 산더미라 할일이 첩첩산중입니다.
이렇게 은하공주님의 방에서 소식을 듣게 되어 반갑습니다.
그 사이 많은 시간이 지났으니 잘 적응하셨을테고
이제 자주 뵐 수 있겠죠???
다시 멋진 작품과 따뜻한 이야기를 기다리겠습니다.
착하세요~ 제 냄푠도 다시 가고 싶어하거등요
근데요 제가 절대! 안간다고 하니까 저렇게 제 옆에 계속 있어요
아시잖아요 ㅠㅠ 얼마나 피곤하게 하는지... 흑흑흑~
하지만 은하공주님이 돌아오셔서 무척이나 기쁘답니다.
살다보니 옆지기가 행복해야 저도 따라 행복하더라고요.
가끔은 후회아닌 후회를 할 때도 있어요.
내가 이러려고 한국왔나 하는 자괴감.
잘 알지는 못하지만
서로가 생각 하는 것이 다르니 걱정입니다.
늘 멋진 작품을 보아서 좋았는데.....
또 생활의 일부가 궁금해지고 행복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행복 속에 좋은 작품이 탄생 되거든요.
고맙습니다.
여건이 되면 얼른 바느질을 하고싶습니다.
그것만이 제 열정을 불러 일으키거든요.

귀국하셨는가 봅니다.
울진은 제 아들이 2012년 2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비행훈련원 조종사 훈련 마치고 교관생활까지 했던 곳입니다.
덕분에 최근 3년의 여름휴가를 함께 보내다 보니 죽변부터 후포까지 안 가본 곳이 없습니다.
다시 돌아온 고국에서 즐겁고 행복한 삶 누리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공기도 맑고 겨울에 그리 춥지 않아 노후에 살기 좋은 곳이라는
소문이 많네요.
그동안 갈등의 시간을 보내셨네요.
용단을 내리기까지 많이 고민하셨겠군요.
남편을 따라 나선다는 일도 쉽게 결정하기는 어렵지요.
나이가 들어 쉬어도 될 즈음에 남편이나 아내를 위해
어느 한쪽이 용단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은 그동안 부부관계를
잘가꾸어 왔다는 반증아닌가 싶군요.
아무튼 두분이 알콩달콩, 가끔은 티격태격하시면서
인생의 새로운 장이 시작되신것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