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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칼럼-김인영] 선거법 개정, 국민에게 먼저 물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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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 Column

2021. 7. 31.

2018. 12. 12

 

지난 8일, 2019년 정부예산안이 통과되자 국회는 선거법 개정 논란에 빠져들고 있다. 선거법 개정을 두고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동반 단식하고 있는 것을 보면 두 당의 사활이 걸린 문제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에는 실리의 문제일 뿐이다.

애초에 예산안 통과와 선거법 개정은 협상의 등가물로 보기 어려웠다. 선거법 개정은 헌법 개정만큼 어려운 과제다. 의원수란 권력의 크기를 의미하는데 내 집의 감나무를 이웃집에 넘겨줄 리 없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의 선거제 개혁 논의를 보면 국민이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 동의를 구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이 주장하는 선거제 개혁의 핵심은 비례대표 의원 숫자를 늘리자는 것인데, 그러려면 국회의원 정수를 늘려야만 한다. 선거제 개혁의 본질이 ‘의원 정수 늘리자’는 사실이 밝혀지면 국민 반발이 클 것이기 때문에 전문가가 아니라면 그 내용을 알기도 힘든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전면에 내세웠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란 정당별 득표율과 총 의석배분 비율이 일치하도록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을 말한다. 예를 들어 총 의석 300석에 지역구 의석수가 200석, 비례대표 의석수가 100석이라고 가정하자. A당이 지역구에서 5석을 얻고 정당득표율 20%를 획득했다면 의석수는 지역구 5석에 비례대표 20석(비례대표 의석수 100석×정당득표율 20%)을 더해 총 25석이 된다. 현행 방식은 지역구는 지역구대로, 비례대표는 비례대표대로 따로 계산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A당의 총 의석수는 지역구 5석에 비례대표 55석을 더해 60석이 된다. 의석수를 정당득표율에 따라 결정하기 때문에 총 의석 300석에 정당득표율 20%를 곱하면 60석이 되는데 지역구에서 5석을 얻었으니 비례대표는 나머지 55석이 된다. 이렇게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현행 25석의 정당이 60석으로 세를 키운다.

그러나 문제점이 크다. 첫째, 비례대표 의석수를 늘리려면 지역구 의원들 반대를 무마해야 하는데 의원수 증원밖에 방법이 없다. 이 때문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의원 1인당 인구수를 제시하며 현행 300명에서 360명으로 20%까지 증원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의원 1인당 인구수를 보면 대략 한국 16만 명, 미국 70만 명, 일본 26만 명, 프랑스 11만 명, 독일 14만 명으로 정해진 답이 없다. 한국은 1948년 건국 당시 제헌의회 의원수가 200명이었다. 당시 인구수가 2000만 명 정도였으니 지금의 5150만 명의 인구수에는 400명의 의원도 부족하다고 주장할 수 있다. 명분이 없지는 않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현행 300명 의원도 많다고 한다.

둘째, 비례대표제 장점만 강조되고 단점은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다. 비례대표 의원이 지역구 의원보다 의정활동에 열심이고 국가 전체를 위한 결정을 내린다는 주장은 ‘가짜뉴스’다. 비례대표는 원래의 취지인 전문성과 직능 대표성을 상실했고, 지역구 출마를 위한 발판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공천장사와 계파정치 수단으로 악용된 지 오래다. 또 정당이 만든 리스트의 인사들 가운데서 선출되는 것이므로 국민의 자유로운 선택을 방해한다. 유권자 누구를 대표하는지 불분명해 책임도 명확하지 않다. 또 사표(死票) 방지를 위해 비례대표 의원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한 측면만 본 것이다. 사표란 국민의 뜻이 무시되는 것이라는데 대표적인 민주주의 국가 영국과 미국은 비례대표제를 채택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국회의 선거제 개혁 논의를 보면 핵심인 국민의견 수렴이 빠져 있고 주장은 한쪽에 치우쳐 있다. 나아가 각 정당들은 비례대표제의 확대가 가져올 다당제가 대통령제와 조응하는지, 우리 실정에 맞는 제도인지 고민하지 않고 있다. 제한적 다당제와 대통령제를 병행하는 남미식 정치가 ‘극도의 정치 불안정’이란 부작용을 나타내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다당제란 원래 연립정부를 형성하는 유럽식 내각제와 어울리는 제도다. 의원수 증가라는 당리당략에 눈이 멀어 ‘남미 정치화’라는 국가 위기를 초래할 수 있음을 각 당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선거법 개정 전에 국민에게 내용을 상세히 설명하고 먼저 동의를 구해야 한다.

 

김인영 / 한림대 교수·정치학

 

자료출처 :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