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 출간도서】

하늘 2015. 6. 27. 05:20

 

 

 

 

 

            나는 '춤꾼'이고 싶다 

         

                    - 수필집(2005)

         

         

         

         

 

 

 

 

  어느 날 나즈막한 빛을 쬐어 오던 한 실오라기 같은 따스함. 눈을 떠 바라보기조차 부셔 오던 그 빛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나는 한 굼벵이로 땅을 기고 있는 '애벌레'의 모습으로 땅 밑만 바라보고 있었다. 누구보다도 저 하늘을 날아보고 싶었던 마음(꿈)이 언젠가 나에게서 떠나 버린 듯 나는 그렇게 움츠러 있었던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내 자신에 의해서든 타인에 의해서든 그것은 지금 나에게는 긔 중요하지 않다.

 

  가슴 아픔으로 다가왔던 지난날의 모든 일들이 이제는 얼마나 감사하고 고마운지 모른다. 이제야 알 둣 싶어진다. 살아 있다는 것이, 살아간는 것이, 살아갈 일들이, 나 굼벵이, 애벌레의 모습으론 바라볼 수 없었던 저 하늘을 말이다. 누군가 나에게 다가와 말해 온다. 저 하늘을 한 번 바라보라고, 저 높은 푸른 '파랑 하늘'을 한 번 바라보라고, 내 얼굴을 쳐들어 하늘을 보여 준다.

 

  난 하늘을 한 번 보았다. 저 푸르고 맑은 땅 위의 하늘을 바라본 것이다. 정말 저 푸른 하늘을 날고 싶어졌다. 저 파랑 하늘을 마음껏 자유로이 날고 싶어졌다. 하지만 나는 날개가 없었다. 그러,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내 모습을 바라보았다. 나의 모습을 오랫동안 바라보며 때론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을 그렇게 한참을 바라보는 그런 시간을 갖게 되었다. 정말 저 거울 속에 비춰진 모습이 내 모습일까? 아니야, 저 속에 또 다른 내가 분명 있을 것 같았다. 나는 계속 "내 안에서의 '나'를 찾아가는 훈련"을 시작했다. 겹겹이 쌓여진 것들이 왜 이리 많을까? 벗겨도 벗겨도 제자리인 듯 보이지 않는 모습들, 언제까지 찾아야 '나'를 만날 수 있을까?

 

  그리고 내가 늘 생각해 온 일들이 있었다. 저 멀리 바라다본 저 언덕 너머의 산, 나는 가끔 그 먼 산을 바라보았다. 어렴풋이 보일 듯 말 듯한 저 산 능선을 그렇게 바라보고 있었다. 헌데, 어느 날 문득 그 언덕 너머의 산이 말해 오듯 나를 찾는 그런 마음이 나를 잡았다. 늘 저것이 산이라고 하는데 나에게는 보이질 않았던 저 산이 뿌옇게 가려진 안개의 빛이 걷히는 듯한 그런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그 능선을 바라보게 되었다. 아, 저것이 정말 산이로구나! 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그때부터 무엇인가 마음에 찾아오는 것들이 생겼다. 그리고 '나'를 찾아가는 길이 점점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저 하늘을 바라보다던 그 하늘을 이제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를 바라보며 무엇인가 내 모습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나는 지금 '애벌레'인데 내가 저 '하늘'을 날으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여기까지 마음이 와 있었다. 그래 그렇다면 '나비'가 되어야 할 텐데, 그래야 날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을 했다. 그날부터 나는 '고치'를 짓기로 마음먹었다. 견고하고 아름다운 '고치 집'을 짓기로 마음으로 굳게 다짐했다. 쉽지 않은 일들이었다. 중요한 것은 그 마음을 먹은 후 나는 이미 내 안에서의 '자유스럼'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 동안의 내가 생각했던 '상처'라고 받아들였던 것들이 '감사'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마음속에 '미움'으로 남아 있던 일들이, 사람들의 얼굴들이 그때부터 내 마음에서 흩어지기 시작했다. 사랑의 마음(자비의 마음)이 조금씩 싹트기 시작했다. 어찌 보면 다 부질 없음인 것을 나를 놓지 못한 데서 출발한 내 몫이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어리석게 살아온 내 모습 속의 '참나'를 발견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제는 시작이다, 놓는 연습을 하자. '놓아주는 연습'을 하자. 거기에는 남편도, 자식들도 내것인 양 여겼던 것들을 풀어놓기로 마음먹었다.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놓는 연습을 통해 많은 공부를 하게 되었다. 나는 그때부터 내 몸 속에서 '실'을 뽑기 시작했다. '아픔'이 분명 있었다. '고통'이 분명 있었다. 편안함 속에서 때론 떨어져 나와야 하는 그런 일도 맞게 되었다. 하지만 이거이 진정 내가 이 땅에 와서 해야 할 일(사명)이라면 하고 싶었다. 주역에 '낙천지명(樂天知命)'이 있다. 이 얼마나 '나'를 '나'로 만들어 주는 것인가? 내가 이 땅에 왔을 때는 하늘의 뜻(목숨, 사명)이 분명 있지 않을까? 진정 이 땅에서 내 목소리, 내 색깔을 내며 ㅅㄹ아갈 때 기쁜 삶이 되고 행복한 삶이 되지 않을까 한다.

 

 

                                                                                                                                                                              2008년의 하루...   /신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