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톤 칼럼】

하늘 2021. 4. 7. 06:25

 



친구같은 남편, 자랑스러운 아빠!!

 신영의 세상 스케치 786회


보스톤코리아  2020-04-05, 11:26:47

 

 

참으로 행복했다. 35년을 함께하며 늘 한결같은 사람이었다. 여느 남편들처럼 자상하지는 않았지만, 처음과 끝이, 겉과 속이 똑같았던 내게 참으로 귀한 사람이었다. 1986년 이 사람을 뉴욕에서 처음 만나 연애를 시작했다. 나는 분장 메이컵 공부를 위해 미국 뉴욕에 왔었고, 남편은 뉴욕 업스테잇의 코넬 대학을 졸업할 무렵에 만났다. 만 6살에 이민을 왔던 한국말이 너무도 서툰 한 남자와 청소년기를 보내고 미국에 온 한 여자는 그 무엇 하나 서로 통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좋아하게 되고 사랑을 하게 되었다.

 

세 아이(딸과 두 아들)들과 아빠는 늘 이야기하기를 좋아했다. 세 아이가 어려서 여름방학이 시작되면 비지니스를 하면서도 캐시 레지스터를 직원에게 맡기면서까지 시간을 놓치지 않고 아이들과 함께 우리는 가족 여행을 했다. 남편은 가족에게나 친구들에게나 책임감이 강하고 성실한 사람이었고, 그 삶을 실천하며 살았다. 성격이 강직한 사람이라 옳지 않은 일에 대해 타협할 줄 몰라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곁에서 바라보는 아내인 나는 때로 버거운 때도 있긴 했다. 그러나 이 사람은 정직하고 바른 사람이었다.

 

아내인 내게는 친구 같은 남편이고, 세 아이에게는 자랑스러운 아빠였다. 2021년 3월 6일이 결혼 32주년이었다. 연애를 포함하면 35년을 이 사람과 함께 나누며 살아온 시간이었다. 생각해보면 참으로 행복했다. 그 여느 부부들보다도 즐겁고 행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 사람이 17년 전(2004년)에 백혈병(LeuKemia) 진단을 받았었다. 세 아이가 미들스쿨, 하이스쿨에 막 입학할 무렵이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남편과 아내인 나 그리고 세 아이가 잘 견뎌주고 서로 아껴주며 17년을 행복하고 감사하게 살아온 시간이었다.

 

지난 1월 중순경 가깝게 지내는 지인 집에 놀러 갔다가 코로나에 걸린 것을 그 후에 알게 되었다. 그 부부도 코로나에 걸려 고생을 했다. 그러나 그들은 건강하니 나아졌고, 지병이 있는 남편은 두 달을 병원 중환자실에서 고생하다가 결국 3월 28일 오후 3시 30분에 가족들과 안타까운 이별을 했다. 남편이 걸린 코로나의 시작이 어디였던 가에 대해 탓하거나 원망할 생각은 없다. 다만, 지병이 있는 이들에게 얼마나 치명적인가를 말하고 싶은 것이다. 그 지병이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이 아닌 내 남편이었음에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이었다.

 

세 아이와 함께 폭풍우처럼 밀려든 슬픔과 아픔에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그러나 엄마인 나는 세 아이에게 또 이렇게 말해주었다. 아빠가 17년 전 처음 Leukemia(백혈병) 진단을 받았을 때 그때 우리가 이별을 했다고 생각해보자. 그러면 우리 가족에게 17년은 '하늘이 주신 아주 특별한 선물'이었다고 말이다. 17년을 되돌아보면 우리 가족은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는지 너희들이 알 수 있을 거라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남편이, 아빠가 아팠기에 다른 가족이 누릴 수 없는 삶의 깊은 속을 서로 나눌 수 있었다.

이 사람은 이 이별의 시간을 알고 있었을까. 제 작년에는 막내아들의 결혼식을 앞두고 작은 집을 샀는데, 아빠가 코사인을 해주었고, 5년 전 시작한 작은 커피 샾(What's Brewin)을 지난해 막내아들에게 이름을 이전해 주었다. 그리고 딸아이는 보스턴 시내의 GOODWIN Law Firm에서 코디네이터로 일을 하고 있는데, 올봄에 할아버지 도움을 받아 다운페이를 하고 보스턴 시내 근처의 콘도를 샀다. 큰아들은 워싱턴 DC의 Law Firm에서 Lawyer로 일을 하다가 이번 1월에 보스턴 시내의 WilmerHale Law Firm으로 옮겨왔다. 

친구같은 남편, 자랑스러운 아빠였다. 지난해(2020) 큰아들은 코로나-19로 보스턴 집에 와서 재택근무를 했다. 그 이유로 아빠와 이른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마시며 2시간을 이야기하고 아빠가 저녁에 오면 늦은 시간에라도 1시간을 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자곤 했다. 지금 생각하니 참으로 소중하고 귀한 시간이었다. 세 아이가 모두 제 길에서 자리매김하고 살아가니 큰 걱정은 하지 않고 떠났으리라 생각한다. 아내인 나도 믿는 하나님이 계시고, 세 아이가 곁에 있으니 씩씩하게 잘 살거라 믿고 평안하게 떠났으리라.

 





[보스톤코리아 /여성칼럼 2021년 04월 02일]



작성자
신영의 세상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