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톤 칼럼】

하늘 2021. 4. 13. 20:36

 



Heineken Man!!

 신영의 세상 스케치 787회


보스톤코리아  2020-04-12, 11:15:00

 

 

늘 우리 집에는 초록색 병 Heineken 맥주가 시원하게 냉장고에 있다. 남편은 30여 년을 보아왔지만, 양주나 와인보다는 하이네켄 맥주를 즐겼다. 친정아버지는 술을 한 잔도 못 하셨다. 늘 조용하시고 자상하신 편이었다. 술을 드시는 친구들 아버지를 보면 변화에 재밌게 느꼈었다. 그래서 나는 어려서부터 술 잘 마시는 사람과 결혼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었다. 친정엄마는 큰일 날 소리 한다고 말씀을 하셨다. 술을 마시고 주정하는 것을 못 봐서 네가 그런다고. 하긴 우리 집에는 오빠가 없어서 술주정하는 것은 못 보고 자랐다.

 

32년을 함께 살면서 하이넥켄 맥주를 친구들과 마시거나 아내인 나와 함께 마시더라도 단 한 번도 술로 인해 나를 힘들게 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내 기억 속에는 남편과 술에 대한 추억이 더 많다. 술을 한두 잔 마실 수 있다면 누구나 서로에게 마음의 문을 열어 이야기할 수 있는 좋은 윤활유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부부라 할지라도 서로 하고 싶은 말을 못 하면 앙금이 쌓이게 마련이다. 이럴 때 속의 말을 시작할 수 있는 좋은 친구이다. 나는 맥주나 양주보다는 와인을 더 좋아하는 애주가에 속한다. 

 

10여년 전 하루의 일이었다. 딸아이가 대학 1학년 때라 여겨진다. 여름방학을 시작하고 대학 기숙사에서 집으로 짐을 챙겨 돌아오는데 마시다가 남은 6 Pack Heineken 맥주가 손에 들려져 있는 것이었다. 우리 가족은 그저 웃음이 나서 웃고 말았었다. 요즘 젊은 아이들이 누가 하이네켄 맥주를 마시겠냐며 말이다. 어려서부터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 아빠가 늘 초록색 병 하이네켄을 마시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아빠와 엄마 그리고 세 아이가 모이면 아빠가 좋아하는 하이네켄 맥주로 시작해 즐거운 담소를 나누곤 했었다.

 

아빠가 떠나는 날(04/03/2021) 아침에 셋이서 옷을 챙겨입은 후 밖의 포치에서 Heineken 맥주를 하나씩 들고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은가. 참으로 슬픈 날이었지만, 세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웃음을 지었다. 그래 아빠를 마지막 보내는 날에 아빠가 좋아하고 즐기던 맥주를 나누며 아빠를 추억하는 것이었다. 장례식장에서도 아빠가 좋아하는 골프 물품들과 사진들 그리고 하이네켄 맥주를 아빠 곁에다 놓아두었다. 우리 집 세 아이의 좋은 추억이 된 하이네켄 맥주는 아빠를 생각하고 기억하는 소중한 일이 되었다.

 

장지에서 장례예배를 다 마치고 근처의 이탈리안 식당 룸을 하나 예약을 했었다. 장례식에 코비드로 인해 40명이 리밋이었다. 우리 가족이 20명이 되었고, 그래서 지인들을 20여 명밖에 초대할 수밖에 없어 다른 분들께는 많이 송구했다. 모두 남편이랑 가장 가까운 지인들만 초대하게 된 것이다. 식사를 하기 전 오픈 바를 열어 Heineken 맥주를 들어 Tom Shin을 추억했다. 그렇게 하이네켄 맥주로 아쉬운 이별과 안타까운 마음을 서로에게 위로했다. 그 후에는 각자 좋아하는 술 한 잔씩을 하며 음식을 대했다. 

세 아이와 아빠를 떠나보내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빠지지 않는 얘기가 Heineken 맥주 이야기였다. 집에서나 밖의 골프장에서나 여행을 했을 때나 언제 어느 곳에서나 남편과 하이네켄 맥주는 늘 함께했었다. 그 맥주로 인해 실수하지 않았고, 서로 이야기를 즐기며 재밌는 대화로 이어갔던 참으로 삶의 활력꾼이었다. 아내인 나뿐만이 아닌, 가까운 친구와 지인들도 남편을 생각할 때 하이네켄 맥주를 떠올릴 것이다. 그의 환한 웃음 속에 시원하게 푸르른 하이네켄 맥주를 말이다. 

Heineken Man!! 남편의 이름으로, 아빠의 이름으로, 아들의 이름으로, 동생의 이름으로, 삼촌의 이름으로, 조카의 이름으로, 친구의 이름으로, 지인들의 이름으로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초록의 푸르름만큼이나 환한 웃음으로 늘 곁에 있었던 즐거웠던 사람으로 기억될 것이다. 아마도 맥주를 썩 좋아하지 않지만, 남편이 그리울 때면 시원한 하이네켄 맥주를 한 번씩 들이키지 않을까 싶다. 열린 마음으로 살았던 한 사람으로, 늘 편안하게 대해줬던 한 남편으로, 세 아이에게 자상했던 한 아빠로 아주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보스톤코리아 /여성칼럼 2021년 04월 09일]



작성자
신영의 세상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