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톤 칼럼】

하늘 2021. 11. 23. 09:53

 



샌디 한, 그녀에게 큰 응원의 박수를 보내며...
 신영의 세상 스케치 818회



보스톤코리아  2020-11-22, 12:24:09

 

 

사십년지기 어릴 적 친구가 같은 동네에 살고 있다. 눈빛만 보아도 무슨 생각을 갖고 있고, 어떤 말을 하려는지 짐작하고도 남을 만큼 속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친구가 있어 행복하다. 각자 자기 일에서 바쁘게 살다 보니 훌쩍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나는 나대로 글을 쓰고 여행을 하며 사진을 담고 산을 오르내리는 일이 삶의 큰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친구는 친구대로 세탁 비지니스를 여럿 갖고 있어 바쁘게 일하고 성실하고 보람되게 사는 멋진 친구다. 이 타국에서 이런 친구가 있다는 것은 나의 자랑이기도 하다.
 
서로 바쁘니 때로는 2주가 지나도록 연락을 서로 주고받지 못할 때도 있다. 그러나 언제나 늘 그 자리에 있음을 알기에 서로 보채거나 재촉하는 일이 없다. 무슨 바쁜 일이 있겠거니 하고 기다리다 연락이 오면 어제 만났던 사람처럼 또 반가워 화들짝 화답한다. 삶에서 속상한 일이 있을 때는 마음을 털어놓을 때가 있어 좋고, 그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어 좋은 가족처럼 편안하고 자매처럼 정스런 친구다. 이렇게 지내는 우리를 부러워하는 이들도 꽤 많다. 나이 들어 사회에서 만난 친구들과의 관계를 경험했기 때문이리라.
 
평생에 진정한 친구 한 명만 있어도 그 인생은 성공한 인생이라는 말이 있다. 이 나이쯤에 가만히 생각하니 내 인생의 반은 성공한 셈이다. 곁에 이렇게 좋은 친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말이다.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얼굴을 마주하며 저녁 시간을 함께 갖는다. 이런저런 이야기보따리를 편안하게 펼쳐놓을 수 있으니 속이 뻥~ 뚫린다. 서로의 이야기가 다 끝나면 보따리를 쌓았던 보자기는 툭툭 털어서 깨끗하게 정리해 착착 개켜놓는다. 서로에게 '인생 상담자와 내담자'가 되어 힐링을 나누는 것이다.
 
우리는 어려서 마냥 깔깔거리며 맛있는 거 찾아 먹으러 다니는 말괄량이였다. 내가 미국에 먼저와 2년을 짝꿍과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한 후 몇 년 후에 친구도 미국으로 시집을 왔다. 그때를 생각하니 시댁 가족들이 많아 버거울 때에 친구가 곁에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마음이 든든했던 때였다. 친구 역시도 내가 곁에 있어 견딜 만 했다고 한다. 우리는 이렇게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주며 삶에서 기쁨과 슬픔을 함께 이야기하고 나누며 이겨낼 힘을 주었다. 30년이 다 지난 때를 생각하니 참으로 고마운 마음이다.
 
"네가 잘 견디고 잘 지내고 있어 고맙다!" 하고 친구가 며칠 전 만났을 때 전해준다. 남편을 떠나보내고 힘겨울 친구를 생각하며 마음이 얼마나 많이 아팠을까 짐작으로도 알 마음이다. 그렇게 말해주는 친구의 마음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눈물이 핑 돌았다. 나를 잘 아는 친구는 내가 아무 곳에서나 힘듦이나 버거움을 표현하지 않을 거란 것까지도 알기에 말이다. 이처럼 어려운 일에도 평정을 찾고 흔들리지 않는 것에는 세 아이가 있기도 했지만, 사십년지기 친구가 곁에서 든든하게 있어 가능했던 것이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의 삶을 보며 때로는 안쓰럽고 안타까울 때가 많았지만, 잘 견뎌주니 고마운 마음으로 응원을 해주고 지내온 세월이다. 생각해 보면 삶은 돌고돌아서 내가 기쁠 때가 있고 힘들었을 때가 있으며, 친구가 기쁠 때가 있고 힘들었을 때가 있음이다. 이처럼 인생의 길흉화복은 변화가 많아 예측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새옹지마(塞翁之馬)란 옛말이 있지 않던가. 그래서 더욱더 간절한 바람이 있다면 오늘을 최선을 다하며 사는 것이 내가 해야 할 몫이며, 그것이 또한 내일의 나의 모습인 것이다.

우리 모두는 이처럼 똑같은 나이는 있어도 똑같은 인생은 없는 것이다. 삶이 서로 다른 만큼이나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로 남아 힘이 되고 용기가 된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인생이 어디 있겠는가. 햇살 고운 날에는 햇살이 좋아 감사하고 비가 오는 날에는 비가 와서 기다림을 배우니 감사한 날이지 않은가. 비바람이 불고 태풍이 몰아치면 지난 따스한 날에 대한 감사가 절로 나오고 눈이 오면 또 눈이 오는 대로 감사한 날이지 않던가. 우리는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에서 최선을 다하고 감사하며 오늘을 사는 것이다.






[보스톤코리아 /여성칼럼 2021년 11월 19일]



작성자
신영의 세상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