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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발바닥 2006. 4. 6. 22:26

한글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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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05

1980년대에 <한국일보>에 칼럼을 연재하면서 “한글문화의 새 시대”를 역설한 적이 있다. 나의 변함없는 주장은 오늘도 그렇지만 그 때에도 그러했다.

한글문화가 한자문화를 이기는 날이 반드시 온다는 그 글을 읽고 많은 사람들이 “설마”하였을 것이다. 아무렴 한글이 한문을 이길 수 있겠는가 - 그런 비관론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발언에 가장 크게 감동한 이는 한글타자기 발명으로 이름난 안과 의사 공병우 선생이었다.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그 당시 미국에 사시던 공 선생은 내 글을 읽고 한글 문화권의 새 시대가 온다는 내 말에 크게 감동한 나머지 “나, 이제 언제 죽어도 한이 없어요”라는 내용이 담긴 장문의 편지를 보내주신 사실을 지금도 기억한다.

한문을 섞어서 쓰지 않으면 한국문화가 제대로 나갈 수 없다는 얼토당토않은 주장을 가진 사람들이 아직도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한글의 승리는 이제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

한 시대의 잘못된 권력이 잘못된 판단을 하여 10월9일 한글날을 국경일에서 빼버림으로써 이 겨레를 매우 부끄럽게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작년 12월8일 정기국회 본회의에서 한글날을 다시 국경일로 지정하는 “국경일에 관한 개정법률안”이 통과되었다.

한번 잘못된 일을 바로 잡는데 15년이라는 긴 세월이 소요되었다. 무식한 짓을 감행한 당시의 권력을 나무라기에 앞서 이것이 한글의 소중함을 국민 전체에게 알릴뿐 아니라 전 세계에 그 우수함을 드러내는 새로운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최근에 <우리말 우리얼>이라는 잡지를 발행하는 “우리 말 살리기 겨레 모임” 공동대표 4사람을 우리 집으로 청하여 점심을 같이 하였는데 그 자리에는 누리글이 곧 정음이라고 한결같이 주장하는 김석연 박사도 함께 점심을 나누었다.

이 날 점심을 함께한 이들은 모두 태평양의 새 시대에는 한자문화권 대신 한글문화권이 힘을 얻고 한국은 틀림없이 태평양의 새 시대에 주역이 된다는 또는 주역이 되어야 한다는 확신에 가득 찬 사람들이었다.

생각만 해도 한국인의 가슴이 부푸는 내일인 동시에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그 영광의 날에 동참할 사람들이라는 생각에 더욱 가슴이 벅찼다.

한국은 틀림없이 민주주의로 승리한다. 한국은 틀림없이 도덕으로 승리한다. 한국은 틀림없이 생산성으로 승리한다. 그 모든 노력을 뒷받침하는 것은 한글이요 한글의 정신이다.

다시금 한글문화권의 새 시대를 바라본다.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