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이야기]/[GA 국어 수업]

스마일쌤 2010. 4. 7.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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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장수 우투리

 

옛날 옛날 먼 옛날, 임금과 벼슬아치들이 백성들을 종처럼 부리던 때의 이야기야. 욕심 많은 임금과 사나운 벼슬아치들에게 시달릴 대로 시달리던 백성들은 누군가 힘세고 재주 많은 영웅이 나타나 자기들을 살려 주기를 목이 빠지게 바라고 살았지.

 

이때 지리산자락 외진 마을에 한 농사꾼 내외가 살았어. 산비탈에 밭을 일구어 구메농사나 지어 먹으며, 그저 산 입에 거미줄이나 안 치는 걸 고맙게 여기고 살았지. 그렇게 살다가 늘그막에 아기를 하나 낳았는데, 낳고 보니 아기 탯줄이 안 잘라져. 가위로 잘라도 안 되고 낫으로 잘라도 안 되고 작두로 잘라도 안 돼. 별 짓을 다 해도 안 되더니 산에 가서 억새풀을 베어다 그걸로 탯줄을 치니까 그제야 잘라지더래. 

 

아기 이름을 ‘우투리’라고 했는데, 이 우투리가 갓난아기 때부터 하는 짓이 달라. 방에다 뉘어 놓고 나가서 일을 하고 들어와 보면 시렁에 덜렁 올라가 있지를 않나, 곁에 뉘어 놓고 잠깐 잠들었다 깨어나 보면 장롱 위에 납죽 올라가 있지를 않나. 이래서 참 이상하게 여긴 어머니 아버지가 하루는 아기를 방에 두고 나와서 문구멍으로 들여다봤지. 그랬더니, 아 이런 변이 있나. 글쎄 아기가 방 안에서 포르르포르르 날아다니지 뭐야. 가만히 보니 아기 겨드랑이에 조그마한 날개가, 꼭 얼레빗만한 게 뽀조록하니 붙어 있더란 말이지. 그걸 보고 어머니가 그만 기겁을 해.

 

“아이고, 여보, 이것 큰일났소. 내가 아기를 낳아도 예사 아기를 낳은 게 아니라 영웅을 낳았소.”

 

겨드랑이에 날개 돋친 아기는 장차 영웅이 될 아기란다. 그런데 이게 참 좋아할 일이 아니라 기겁을 할 일이야. 가난한 백성이 영웅을 낳으면 임금과 벼슬아치들이 가만히 두지를 않거든. 영웅이 백성을 살리려고 저희들과 맞서 싸우기라도 하면 큰일이니, 힘을 쓰기 전에 죽여버리려고 든단 말이야. 잘못하다가는 온 식구가 다 죽을 판국이지.  

그래서 어머니 아버지가 의논 끝에 우투리를 데리고 지리산 속 아주아주 깊은 골로, 사람 발길이 닿지 않는 곳으로 들어가 숨어 살았어.  

 

그런데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더니, 우투리라고 하는 영웅이 지리산에 났다고, 이런 소문이 백성들 사이에 돌고 돌아 임금 귀에까지 들어가게 됐어. 임금이 그 소문을 듣고 가만 있을 리 있나. 사납고 힘센 장군을 뽑아 우투리를 잡으러 보냈어. 장군이 군사들을 많이 거느리고 우투리네 집에 들이닥쳤지. 

 

그런데 우투리가 참 영웅이라도 큰 영웅인지, 군사들이 몰려오는 걸 어떻게 알고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어. 어디로 갔는지 자취도 없어. 그 많은 군사들이 온 산 속을 이 잡듯이 뒤져도 못 찾지. 사흘 밤낮을 뒤지고도 못 찾으니까 장군이 애매한 우투리 어머니 아버지를 잡아 갔어. 잡아 가서 묶어 놓고 곤장을 치는 거야.

 

“우투리 있는 곳을 어서 대라.”

 

이렇게 으르면서 곤장을 친단 말이야. 그런데 어머니 아버지인들 알 수가 있나. 때려도 때려도 모른다고 하니까 어쩔 수 없었던지 사흘 만에 풀어줬지.

어머니 아버지가 초주검이 돼 가지고 집으로 돌아오니, 그새 우투리가 집에 돌아와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기다리고 있어. 저 때문에 어머니 아버지가 두드려맞은 걸 보고 가슴이 아파서 그러지. 

 

그런 뒤에 하루는 우투리가 어디서 구했는지 콩을 한 말이나 가지고 와서 어머니한테 볶아 달라고 그러더래. 그래서 어머니가 콩을 넣고 볶는데, 볶다가 보니 콩 한 알이 톡 튀어나오겠지. 하도 배가 고파서 어머니가 그걸 주워 먹어 버렸네. 그러니까 한 말에서 한 알이 모자라게 볶아 줬단 말이야. 

 

우투리가 볶은 콩으로 갑옷을 짓는데, 콩을 하나하나 붙여 옷을 만드니 온몸을 다 가릴 만큼 되었어. 그런데 딱 한 알이 모자라서 한 군데를 못가렸어. 어디를 못 가렸는고 하니 왼쪽 겨드랑이 날갯죽지 바로 아래를 못 가렸어.
우투리가 그렇게 갑옷을 지어 입고 나서, 어머니더러,

 

“조금 있으면 군사들이 다시 올 것입니다. 혹시 내가 싸우다 죽거든 뒷산 바위 밑에 묻어 주되, 좁 쌀 서 되, 콩 서 되, 팥 서 되를 같이 묻어 주세요. 그리고 삼 년 동안은 아무에게도 묻힌 곳을 가르쳐 주지 마세요. 그렇게만 하면 삼 년 뒤에는 나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거든.

그러고 나서 조금 있으니 아닌게아니라 장군이 군사들을 데리고 다시 왔어. 우투리가 갑옷을, 그 왜 볶은 콩으로 지은 갑옷 있잖아. 그걸 입고 집 앞에 떡 버티고 섰으니, 군사들이 겁을 내어 가까이 오지 못하고 멀리서 활을 쏘는데, 뭐 몇백 발을 쏘는지 몇천 발을 쏘는지 몰라. 화살이 참 비 오듯이 쏟아져. 그 많은 화살이 죄다 갑옷에 맞아 부러지는데, 꼭 썩은 겨릅대 부러지듯 툭툭 부러져. 그러니 그 많은 화살을 다 맞아도 끄떡없어. 군사들이 화살을 다 쏘고 이제 딱 한 개가 남았는데, 그 때 갑자기 우투리가 왼팔을 번쩍 들어 겨드랑이를 썩 내놓는 게 아니겠어? 그 콩 한 알 모자라서 날갯죽지 밑에 맨살 드러난 데 말이야. 거기를 썩 드러내 놓고 가만히 서 있는 거야. 그 때 마지막 한 개 남은 화살이 탁 날아와서 거기를 딱 맞추니 우투리가 풀썩 쓰러져 죽었어. 

 

장군이 군사들을 데리고 돌아간 뒤에, 어머니 아버지가 슬피 울면서 우투리를 뒷산 바위 밑에 묻어 줬어. 우투리 말대로 좁쌀 서 되, 콩 서 되, 팥 서 되를 같이 넣어 묻어 줬지. 


그러고 나서 세월이 흘렀는데, 거의 한 삼년이 흘렀나 봐. 그 동안 백성들 사이에서 소문이 나기를, 우투리가 아직 안 죽고 살아 있다, 지리산 속에서 병사를 기르며 때를 기다린다, 이런 소문이 짜하게 퍼졌어. 사방이 고요하면 산 속에서 병사들이 말을 타고 내닫는 소리가 두가닥두가닥 들린다고도 하고, 얼마 안 있으면 우투리가 산에서 나와 백성들을 다 구할 거라고도 하고, 이런 소문이 돌도 돌아 또 임금 귀에까지 들어갔지.

 

“에잇, 안되겠다. 이번에는 내 손으로 죽이는 수밖에 없다.”

임금이 화가 나서 군사들을 많이 데리고 우투리네 집을 찾아갔어. 찾아가서 어머니 아버지더러,

 

“우투리를 어디에 묻었느냐? 바른 대로 대라.”

하고 을러대겠지. 그런다고 어머니 아버지가 순순히 가르쳐 줄 리 있나. 입을 딱 다물고 죽어도 말 못한다고 버텼지. 아무리 으름장을 놓아도 말을 안 하니까 임금이 시퍼런 칼을 아버지 목에 딱 갖다 대고,

 

“이래도 말 안 할 테냐?”

 

하는데, 그걸 보니 어머니가 그만 눈앞이 아득해져서 저도 모르게 뒷산 바위 밑에 묻었노라고 말해 버렸어.

임금이 그 길로 뒷산에 가서 우투리 묻었다는 바위 밑을 파 보았지. 그런데 이게 참 귀신이 곡할 노릇이야. 암만 파도 아무 것도 안 나와. 우투리는커녕 개미 뒷다리 하나 없어. 아주 깨끗해. 임금이 가만히 살펴보니, 우투리가 살아 있다면 숨을 데라고는 그 위에 있는 바위 속뿐이겠거든. 그렇지만 바위에 뭐 틈이 있기나 하나. 

 

바위를 열고 속을 들여다보려고 해도 도무지 열 재간이 있어야 말이지. 임금이 바위를 이리 쳐다보고 저리 쳐다보고 빙빙 돌기만 하다가 다시 우투리 어머니 아버지한테로 갔어. 가서,

 

“우투리 낳을 때 뭐 이상한 일이 없었느냐? 바른 대로 대라.”

 

하는데, 이번에도 칼을 아버지 목에 딱 갖다 대고 으름장을 놓으니 어머니가 그만 눈앞이 아득해 가지고, 탯줄이 안 잘라져서 억새풀로 잘랐노라고 가르쳐 줘 버렸어.

임금이 다시 뒷산으로 가서 억새풀을 한아름 베어다 바위를 탁 쳤지. 그랬더니 이게 왠일이냐? 우루루 하고 땅이 흔들리면서 바위 한가운데에 금이 쩍 나더니 그 큰 바위가 스르르 두 쪽으로 갈라지지 않겠어?
그 갈라진 틈으로 바위 속을 들여다보니, 야, 참 이런 장관이 없구나.

소문대로 우투리가 죽지 않고 살아, 바위 속에서 병사를 기르고 있었던 게지. 그 사이에 좁쌀 서 되, 메밀 서 되, 팥 서 되가 모조리 병사가 되고 말이 되고 투구가 됐어. 투구를 쓴 병사들이 저마다 말을 타고 늘어섰는데, 그 수가 몇천이나 되는지 몇만이나 되는지 몰라.

 

그 때 우투리는 막 말을 타려고 한 발은 땅을 딛고 한 발은 말 안장에 걸쳤는데, 그 때 그만 바위가 갈라져 버린 거야. 바위가 갈라져 바깥 바람이 들어가니까 그 많은 병사들이 스르르 녹아져 없어지고, 우투리도 스스로 눈 녹듯이 녹아서 형체가 없어져 버렸어. 그 때가 삼 년에서 딱 하루가 빠지는 날이었단다. 하루만 더 있었으면 우투리가 병사들과 함께 바위를 열고 나와 백성들을 살렸을 텐데, 딱 하루가 모자라 그리 되고 말았어.

 

바위가 열리고 우투리가 병사들과 함께 사라지던 바로 그 순간, 지리산 자락 어느 냇가에 날개 달린 말이 나타나 사흘 밤 사흘 낮을 울었대. 그렇게 슬피 울던 말은 냇물 속으로 스르르 들어가 버렸는데, 그 뒤에도 물 속에서는 자주 말 우는 소리가 들렸대. 백성들은 그 소리를 듣고 우투리가 아직도 죽지 않고 살아 있다고 믿었어. 날개 달린 말이 우투리를 태우고 물 속으로 들어갔다고 믿은 게지. 우투리는 지금도 그 물 속에 살아 있을까?

출처 : 다시 일어서는 세상
글쓴이 : 여명의불꽃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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