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겨울장미 2009. 10. 16. 14:29

제목: 울타리

      

 작가: 문순태

         1941년 전남 담양 출신으로 1974년 한국문학에 '백제의 미소'로 등단

         주요 작품집으로 '고향으로 가는 바람' '징소리' '철쭉제' '시간의 샘물' '된장' 등이 있고

         장편소설 '타오르는 강' '그들의 새벽' '정읍사' 등이 있다.

 

'늙으신 어머니의 향기' '은행나무 아래서' '느티나무와 어머니' '대나무 꽃 피다' '울타리'

'영웅전' '감로탱화' '수줍은 깽깽이 꽃' '똥 푸는 목사님' 등 총 9편의 창작집이다.

 

"내 소설의 뿌리는 바로 황토 같은 우리 어머니의 질척한 삶에 있다. 나는 어머니의 척박한 삶을 통해서

소설의 정신을 본다. 지금까지 소설을 써 오면서 가능한 한 어머니의 정서와 가치관을 통해 가식 없는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려고 했다. 어머니의 삶 속에는 해방 공간 이후 6.25의 비극적 고통과 궁핍의 슬픔,

가부장적인 남성적 세계관이 빚어 낸 비인간적인 폭력, 아름다운 모성 본능,한과 끈질긴 여자의 생명력이

오롯이 담겨져 있다. 나는 어머니를 통해 그것들을 열심히 찾아내서 소설에 담아내려고 했다."

                                                                                                 -작가의 말 중에서-

 

 

한 편 한 편 읽어가면서 가슴 속에서 아련히 느껴오는 향수에 젖어서

모처럼 이 가을 마음을 적시는 글을 읽을 수 있었다.

이 가을에 추천하고픈 책이다.

 

 

<늙으신 어머니의 향기>

고부가 함께 살면서 시작되는 영역 싸움은 농촌의 삶과 도시적 삶의 대결 양상을 펼친다.

어머니는 온종일 보리 이삭을 주워오고 아내는 이를 남이 알까 부끄러워 전전긍긍이다.

화분의 꽃과 난들을 모두 뽑아 버리고 대신 풋고추와 가지와 호박등을 심는 어머니..

어머니는 된장국을 끓이고, 가지나물, 호박나물로 식탁을 차리고..

아내는 불고기나 돼지고기, 김치찌개, 튀김을 내놓으며..서로 주방을 독점하기 위한 노력.... 등

고부간의 기세 싸움은 이어지고..

아내는 어머니 한테서 '두엄썩는 냄새' '제초제 냄새'가 난다며 어머니의 냄새를 견딜 수 없어하며

가출을 한다.. 어머니를 당분간 동생네 집에 보내겠다며 일주일만에 아내를 처가에서  데려오고

동생에게 한달 동안만 어머니를 모시기로 협의한 뒤 동생집으로 어머니를 보낸다.

그러나 동생 집으로 간 어머니가 가출을 하고..

그는 어린시절 회가 동하게 만든 구수한 어머니의 밥냄새를  그리워 한다.

어머니를 찾으러 고향으로 내려가는 길...

황금빛 들판의 벼들에서 어머니의 향기로운 냄새를 맡는다.

 

("이놈아, 에미한테서 나는 냄새는 에미가 자식 놈들을 위해서 알탕갈탕 살아온 길고도 쓰디쓴

세월의 냄샌겨"  어머니는 깊은 한숨을 섞어 가며 말했다. 쓰디쓴 세월의 냄새라는 어머니의

말이 명치 끝을 후벼 팠다. 길고도 쓰디쓴 세월의 냄새라니..-본문에서-)

 

 

<은행나무 아래서>

미국 유학 다녀와서 대학교수를 했던..아주 고고하고 멋을 내는 703호의 할머니는 동네 할머니들로

부터 따돌림을 당한다.

아버지한테 버림받고 홀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며 자식에게 희망을 걸고 자신의 삶을 희생하며..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는 절박함에 거칠게 살아온 어머니..

우연한 기회에 멋쟁이 할머니도 결국은 남편에게 버림받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어머니는  서로가

남편에게서 버림받았다는 동질감으로 아주 가까운 친구가 된다.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다른 것끼리 평화롭게 어울리는 것이며 궁극에는 서로가 같아지거나 하나가

아닌가 싶었다. 더욱이 인생은 시작과 끝자락에서 똑같아 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이 세상은

거대한 조화로움의 세계가 아닐까 싶었다. 사랑과 미움. 슬픔과 기쁨. 빠른 것과 느린 것. 뜨거운 것과

차가운 것. 만남과 헤어짐. 넘침과 모자람.  절망과 희망. 생과 사. 둥근 것과 모난 것. 하늘과 땅. 고저.

장단. 명암. 흑백. 선악. 강약. 행불. 미추 등은 극단적 대립이 아니라 하나가 되기 위하여 적당하게 밀

어내고 끌어당김을 계속하는 것이 아닐까..-본문에서-)

 

 

<느티나무와 어머니>

아버지한테 버림받은 어머니.. 아들 하나를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하면서 온갖 고생을 다 해 억척스럽게

아들을 가르친다.  미국 유학을 간 아들은 그러나 미국에서 흑인 여자와 결혼을 하고 흑인 손주를 낳는다.

어머니는 흑인 여자를 며느리로 인정하지 않는다.

30년 만에 흑인 손주를 앞세우고 한국의 83세 된 어머니를 찾아가는데..

30년 만에 보는 어머니는 어머니가 아니었다.

"뉘시우?.."   " 할머니는 누구세요?.."

허리가 호미처럼 구부러지고 초췌한 노파의 모습은 아무리 보아도 어머니의 모습은 아니었다.

 

(어차피 인생은 어두운 밤길에서 혼자만의 암중모색이 아닌가. 나 역시 어머니의 뜻을 무시하고

내 맘대로 인생을 살아 왔으니까... 다만 내가 준비해야 할 것은 자식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과 집착에서

벗어나는 일 뿐이다 -본문에서-)

 

 

<대나무 꽃 피다>

대나무 숲에서 살아온 김봉도 부부.. 대나무로 4남매를 가르쳤는데...

큰 아들은 5.18때 고등학생이었는데 행방불명이 되었다.

60년 된 대나무에서 꽃이 피더니 대나무가 죽어 간다.

'대나무에 꽃이 피는 이유는 기가 부족하기 때문에 생체의 기가 부족하여 생존을 위협받은 대나무는

자신이 보유한 모든 생체의 기를 대나무 잎 끄트머리로 모아 하루 동안만 꽃을 피우고 죽미라고 하는

열매를 맺어 바람에 날려 보낸 다음 서서히 죽어 간다고 한다'

김봉도의 생일을 하루 앞둔 날 자식들을 기다리면서 음식 준비에 한창이다.

음식 냄새에서 사람 냄새를 맡는다는 김봉도..

할머니 몸에서 된장 냄새가 난다며 옆에 오지도 않으려 하는 손주를 위해 모처럼 향수도 사서 뿌리고

두 부부는 아들내외와 손주를 기다린다.

그러나 늦은 밤 갑자기 손주가 아파서 올 수 없다는 아들의 전화만 온다.

실망에 빠져 있는 한 밤중...

처녀 몸으로 임신해 들어와 내 쫓았던 딸이 아이를 등에 업고 나타난다

 

(대나무 꽃은 아름다움이 아니라 슬픔이었다. 대나무는 하루 동안 꽃을 피우고 나서 널따란

군락지가 한꺼번에 잿빛으로 죽어갔다. 꽃이 지고 나자 잎부터 파삭하게 말라 갔다. -본문에서-)

 

 

<울타리>

신문사의 기자인 그는 동료의 소개로 박사 과정을 밟고있던 아내를 알게 되었다.

처음 선 본 자리에서 풍겨오는 계피향내 때문에 결혼을 결심하게 되고 결혼을 한다.

"계피 향이 내 핏 속으로 쩌릿쩌릿 스며들면서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충동을 억제할 수 없었다."

는 그는 계피향에 끌려 계피향 때문에 자주 만나고 서둘러 결혼을 했다.

 

 

<수줍은 깽깽이 꽃>

잘 나가던 회사의 부사장이었던 남편이 척수 종양으로 하반신 마비가 된다.

강남의 아파트와 남편의 퇴직금을 합쳐 몽땅 주식에 투자한 것이 대박이 난 유화례여사..

그녀는 주식에서 번 돈으로 단독주택 주변의 땅 수천평을 사들이고 외제차를 뽑았다.

지금도 투자한 주식과 땅값이 하루가 다르게 춤을 추듯 오르고 있으니 이 모든 행운이

남편이 쓰러지고 부터이니 남편의 불행이 그녀에겐 오히려 축복이었다.

아파트를 팔고 전원주택으로 이사온 유여사는 요즘 하루하루가 마냥 행복하기만 하다

그녀는 골프 회원들과 함께 '자연을 찾는 사람들'의 모임에 들어가 전국의 이름난 숲과 식물원들은

다 찾아 다니고 있다.

그녀는 넓은 정원을 아름다운 장미 정원과 값비싼 정원수를 심기 위해 인부들을 불러 정원을 모두

갈아 엎으라는 지시를 하고..

회원들과 함께 희귀종이라는 깽깽이꽃을 보기 위해 '새벽 뜰 식물원'을 향해 출발한다.

"깽깽이 꽃은 아주 앙증맞고 신비스러운 꽃인데 깊은 산 숲 속에 양지에서만 드물게 자라는 희귀

식물로 가을부터 겨울 동안 자취도 없이 사라졌다가 어느 화사한 봄날 느닷없이 요술처럼 짠하고

꽃망울을 터뜨린다는거야. 워낙 희귀종이라 재배하기도 까다롭고 가격도 알 수 없다..."는

회장의 설명에 유여사는 마음이 설레며 자기의 정원을 온통 깽깽이꽃밭으로 만들 생각을 한다.

그러나 '새벽 뜰 식물원'에 도착해서 그렇게 안달복달하며 보기를 원했던 깽깽이 꽃이라는 것이..

아침에 갈아 엎으라고 일렀던.. 유여사의 정원에 보라색으로 앙증맞게 피었던.. 갈아엎기가 너무

아깝다며 한사코 안타까워하면서 말리던 김씨가 말한  그 꽃이 아닌가?..

유여사는 그제야 전 집주인이 집을 비워주던 날 자기는 자연 상태 그대로 정원을 보존해 왔다고

하면서 화단의 꽃들도 오랫동안 야생화를 수집해서 가꾼 것이라고 한 말이 생각났다.

뒤통수를 호되게 얻어 맞은 듯 한 유여사.. 제발 화단을 갈아 엎지 않았기를 빌면서 집으로 달려와

보지만... 그 꽃밭은 이미 다 엎어지고 난 뒤...그녀는 맥이 풀려  우두커니 소파에 앉았다.

깽깽이꽃을 집에 두고도 그것을 구경하기 위해  수선을 떨며 먼 곳까지 갔다 온 자신이 바보처럼

생각되었다. 무엇인가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듯 허전해졌다.

 

("탐지고 향내만 진한 것이 꽃이 아니라 요로코롬 하찮게 생긴 것도 꽃은 꽃인디..

사장님 안 그러요?.. 벼꽃이나 콩꽃 깨꽃은 향내도 안 나고 보잘 것 없어도 사람한테는

을매나 유익하다고라우 우리는 장미는 없어도 살제만 벼꽃이 없으면 죽어라우.."-본문에서-)

 

 

<똥 푸는 목사님>

도시에서 목회 활동을 하다가 청산하고 귀향해서 농사를 짓는 박지수..

고향에 온지 2년이 되었지만 한 번도 똥을 푸지 않았다.

동네 사람들은 비가 올 때를 기다렸다가 거북천에 퍼내버리고 하지만 그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더이상 하천을 오염시킬 수가 없다. 마을 사람들에게 똥을 거북천에 버리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는

자신부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는 채전의 한 귀퉁이에 구덩이를 파고 똥을 그 구덩이에 퍼서 햇빛 속에서 충분이 발효시킨 다음

밭에 거름으로 쓸 생각이었다.

똥을 푸는 날 똥 냄새 때문에 인근의 식당 주인들과 주유소 사람들이 몰려와 싸움을 하게 된다.

이들은 모두 고향의 토박이가 아닌 외지에서 온 사람들 이었다.

그들은 거북재의 장래는 아무 상관없이 결국 돈을 벌거나 망하거나 간에 떠나고 말 것이지만..지금껏

단 한 번도 이곳을 떠나본 적이 없는 토박이들은 죽을 때까지 거북재에 뿌리를 박고 살아갈 것이기

때문에 그는 이곳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세상을뜨는 순간까지도 똥을 결코 더러운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

할머니한테는 똥만큼 소중한 것이 없었는지도 몰랐다.  남의 집에 똥 오줌도 못싸게 하셨다.

남의 집에 똥을 싸면복이 달아난다고 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농토는 똥오줌과 퇴비를 많이 먹은

땅이라고 했다'

 

('언젠가 할머니는 배내똥 이야기를 해 준 일이 있었다.  사람은 태어날 때 아무 것도 먹지 않았는데도

태편(胎便)을 내놓고 세상을 하직할 때는 마지막으로 죽음의 똥을 싼다고 했다. 어떻게 보면 아무것도

먹지 않은 상태에서 태어난 아이가 배내똥을 내놓는 것은 더럽혀진 세속에 몸을 맡긴다는 의미이고

목숨을 다하고 마지막 떠날 때의 죽음의 똥은 이제 세상에 나와 더렵혀진 것들을 모두 속세에 남겨두고

깨끗한 빈 몸으로 저승으로 간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본문에서-)

 

 

잘읽고 갑니다

늘 좋은 책만 보시니 겨울장미님은 천사가 되었을 겁니다 ㅎㅎㅎ
ㅎㅎㅎ 잘 지내시지요?..
가을의 한라산 얼마나 멋질까?.. 상상해봅니다
비밀댓글입니다
비밀댓글입니다
빗소리에 잠이 깼습니다
오래전에 읽었던 묵은책을 다시 꺼냈습니다

가을이 깊어갑니다.
며칠 가을 답지 않게 춥더니
오늘은 아주 좋은 가을날씨네요.
다음주 까지 이런 날이 지속되기를..
사무실 앞 산에 노란 아카시 잎사귀가 불어오는 바람에
노란 나비떼처럼 팔랑거라며 날더이다.
또 한 해 가을이 가는 구나...

버둥질치며 반항하고 새로운 일을 시도하며 생기를 찾으려 한들
위 문순태님의 글에 나오는 늙은 어머니처럼.....
류계영이 부른 인생이란 노래가 오늘따라 불러보고파 지네요.
"지는 해에 묻어버린 내 사랑아. 바람처럼 사라져 간 내 인생아~"
허무하지요?..
저도 읽은 책인데 ~``
좋은 책 내용에 다시 읽어봐얄까 봐요
이제 나이들다 보니 예전 작가님들 책 다시 읽게 되고
언니 이 가을 더욱 힘내시고 ~`건강챙기셔요
하얀님도 좋은날 되셔요
머물다 갑니다.
'배내똥' 참 오랜만에 들어봅니다.
늘 좋은 날 되십시오.
날씨가 참 좋네요.
등산하기 참 좋은 날씨네요.
성마루님의 계절인 것 같네요.
가을과 책
책을 든 사람의 모습은 참 아름답습니다
가을 벤치
낙엽 떨어지는 강가에서
한권의 시집을 펼쳐든 사람의 모습은 더욱 향기롭습니다


책을 가까이 하시는 겨울장미님의 모습은
참 곱습니다
참 향기롭습니다

이쁜 주말 되세요~~겨울장미님,
안녕하세요.
털보예요..
어제 옥정호가 만들어 지면서 생겨난 수몰민이 있듯이
문순태 선생님의 수몰민 이야기 "징소리"를 읽었었군요.
글 잘읽고 감니다 추워진 날씨에 감기조심하셔요
11월 초하루를 맞고 보냅니다
늘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