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작소설(小說) ◈

스파이크 2014. 10. 22. 15:36

 

 

!!!?~이번에 신병 '후견인'은 누가 되는거야~?!!!

 

말이 떨어지자 2소대 침상에서 총의 먼지를 털고 있던 고참 몇 명 중에 한 명이, 아마 1소대는 '안영모' 병장이 맡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최뱀은 안영모 걔는 지금 일병 김우림이 후견인 아니냐며 되물었지요. 그러자 김우림이는 이제 일병도 달고 해서 후견인에서 손을 뗀 거나 마찬가지라며 아마 저 신병새끼를 다시 맡게 될꺼라 턱주가리를 나에게 가리키곤 말을 끝냈습니다. 그런 이야길 들은 최병장은 근데 안병장 얘는 어디간거야라며 안영모를 찾았지요. 그 질문을 들은 또 다른 고참 하나가 안영모 병장님은 지금 '위병소' 근무 중이신데 곧 교대하러 들어올 꺼라 했습니다. 그 답변을 들은 최뱀은 그게 뭐 그리 중요하고 궁금한지 행정반을 향해 야, 유영진이 좀 오라고해라며 소리를 질렀지요. 그러자 이병 하나가 네 알겠습니다라며 불이나케 행정반으로 뛰어갔고, 곧이어 슬리퍼를 질질끌고 다시금 행정반 유병장이 내무실 안으로 어슬렁 거리며 들어왔습니다. 그런 유병장을 보곤 최뱀이 얘 후견인이 안영모가 되는게 맞냐라며 다짜고짜 물었고 그 질문에 아마 그럴껄요, 1소대는 안병장 말고는 할 사람도 없지말입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여기서 '후견인'이란 신병이 자대에 전입 왔을시 일정기간 동안 부대내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1년정도 군생활을 먼저한 고참을 옆에 붙여두는 것을 말하지요. 일단 후견인은 낮선 군생활에 신병이 잘 어울려 큰 문제 없이 모든 임무를 스스로 해나갈 때까지 고충을 헤아려주고 아픈곳 등은 없는지를 살펴보게 하여 질문과 답변을 통해 자대 내에서 멋진 군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게 주(主)임무입니다. 하지만 군대 내에선 후견인이란 단어보단 아버지 뻘 군번만큼이나 차이가 난다고 해, 신병을 '아들'이라 칭하고, 신병은 후견인 고참을 '아버지'라 부르게 하는 촌극을 벌이게 하지요. 저도 처음에 후견인 배정을 받고 2살 차이뿐이 안나는 자기를 아버지라 부르라는 녀석의 요구에 심한 불쾌감을 느꼈습니다만, 어쩔 수 없이 맞기는 싫으니 아들하고 부르면 네 아버지라고 대답을 해야만 했습니다. 특히 후견인은 한달가량 신병 주위를 맴돌며 자대내에서 문제가 없도록 이것저것을 알려주는 역할을 해야 함에도 수시로 구타와 폭언을 일삼아 개인적으론 오히려 군생활 적응에 커다란 방해물이 됐다고 생각이 드네요. 아무튼 그렇게 가만히 각을 잡고 앉아 긴장하며 총기수입 하는 모습들을 지켜보던 내 앞으로 또 다시 누군지 알 수 없는 이병 하나가 행정반에서 뛰어 오는가 싶더니 전달이라며 소리치곤 19시 30분까지 총기수입을 마치고 야간점호 전까지 자유시간을 가지라 외쳤습니다.

 

'자유시간'이라면 사회에선 개인적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거나 쵸코바를 뜻하는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군 내무생활에선 자유시간이 사생활을 즐기는 시간이 아니라 오히려 개인적 구타와 얼차려를 숨어서 저지르는 시간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꽤 많았지요. 특히 짬밥이 낮은 고만고만한 고참들이 자신들보다 등급이 밑인 녀석들을 조용한 곳으로 불러 개인적으로 괴롭히는 때가 바로 요시간에 많이 발생하였습니다. 하지만 역시 가장 고통스러웠던 자유시간의 추억을 꼽아 보자면 바로 겨울철에 태권도 승급심사가 있는 주(週)라 할 수 있는데, 이때는 내무반 침상에서 고참들이 주로 태권도 연습을 시켰지요. 그러나 태권도 연습은 말뿐이고 대부분 얼차려로 쫄따구들을 괴롭히기 일쑤인데 가장 잔인했던 병장 중 하나였던 '이상호'란 녀석은 내무반 안에 매달려 있는 온도계를 보면서 온도가 2도 올라갈 때까지 태권도 할딱까리를 시키곤 했습니다. 물론 그런것에 관심 없는 말련 병장들은 티비 앞 침상에 앉아 팔을 괴고 누워 연예인들이 나오는 쇼 프로그램을 보며 희희낙락 웃으며 발차기나 쪼그려 뛰기를 할 때 쿵쾅 거리는게 시끄럽다고 슬리퍼를 던지며 신경질을 통한 화풀이 지랄을 하곤했지요.

 

그렇게 이병이나 일병들은 상병들의 눈초리 속에 자유시간 대부분을 얼차려나 구타, 혹은 침상에 앉아 고참들의 노트를 베낀 81미리 박격포의 제원과 습득방법을 암기하는 것에 시간을 소비해야 했습니다. 또한 소대별로 시간을 나눠 박격포가 넣어져 있는 창고로 가, 포가 녹이 슬지 않토록 닦고 조이고 기름칠을 하게 되지요. 특히 박격포를 땀을 뻘뻘 흘리며 죽어라 닦고 있을 때 총렬의 길이와 무게, 사거리, 데프콘이 뭐고 진돗개 하나의 뜻은 뭐냐는 등의 질문등을 갑자기 받게 되는데, 그 때 바로 대답이 튀어 나오지 않으면 답변을 못 한 개인뿐만이 아니라 바로 윗 고참들까지 창고에서 연좌제 형식으로 구타를 당했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자유시간이라는 명목하에 고참 몇 명을 제외하고 쫄다구들은 숨죽이며 뭔가를 하는척 하느라 부산해 보였고, 점호준비가 끝난 상태에서 딱히 할 일이 없는 녀석들은 똥마려운 강아지들처럼 이러저리 움직이며 뭔가를 끊임없이 찾아 하려고 노력했지요.

 

그렇게 움직이는 반대편 침상의 고참들을 바라보며 각을 잡고 앉아 있으려니 허리가 아파 몹시 힘들었는데, 또 다시 이등병 하나가 헐래벌떡 내무반 안으로 뛰어 들어와 침상복도 끝에서 소리를 냅다 질렀습니다. 그 내용은 오늘의 암구호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오늘의 암구호는 친구, 깡통, 친구, 깡통 입니다라는 말이었지요. 그러자 내 옆에 있던 최뱀이 그 이등병을 손으로 깔짝거리며 자기 앞으로 오란 신호를 보냈습니다. 그러자 그 이등병은 네, 이병 '김낙중'하며 최뱀 앞으로 뛰어왔지요. 김낙중은 나보다 보름 정도 먼저 들어온 이등병으로 논산 훈련소 출신이 아닌 28사단 신병교육대 출신으로 키가 아주 작은 도토리만한 녀석이었습니다. 나중에 고참이 돼 그에게 들은 얘기로는 키가 2cm나 어중간하게 큰 바람에 현역으로 끌려왔다고 억울해 하는 말을 들은적이 있습니다. 아무튼 김낙중을 앞으로 끌어들인 최병장은 다시금 암구호를 그에게 물어보았지요. 그러자 김낙중은 오늘의 암구호를 말씀드리겠다며 친구, 깡통, 친구, 깡통을 외쳤습니다.

 

그러자 최뱀이 엉덩이를 살짝들어 일어나는가 싶더니 김낙중의 뽈따구를 오른손 엄지와 검지로 잡아 이리저리 흔들며 침상 쪽으로 끌고 왔습니다. 그러면서 야이 새끼야 암구호를 그렇게 큰 소리로 말하면 적들이 다 알고 우리 다 죽이겠다 씨발롬아 하면서 계속 볼을 잡고 흔들어 댔지요. 그리곤 다음부턴 오늘의 암구호를 말씀드리겠습니다까진 큰 소리로 외치고 암구호는 작은 목소리로 하라며 잡고 있던 손을 그제서야 놔 줬습니다. 그렇게 덫에서 얼굴이 풀린 김낙중의 한 쪽 뺨은 새빨갛게 물들었고 꽤나 아펐던지 눈에 눈물이 고인 것 같아 보였지요. 그렇게 태풍이란 경례를 붙이고 자신의 소대로 줄행랑을 친 김낙중을 바라보던 최뱀은 갑자기 나한테 오늘의 암구호가 뭐냐라며 다시 물었습니다. 그 때 갑자기 던져진 질문에 당황한 나는 이병 이한성, 오늘의 암구호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늘의 암구호는 친구...까진 대답했으나 머리가 순간 하얘 지면서 깡통이 전혀 생각나지 않았지요. 

 

그러자 최뱀이 요녀석 봐라, 아주 정신줄을 놓고 앉았네하며 제 뺨을 장난치듯 찰싹찰싹 때렸습니다. 그러더니 어이, 충식아라며 일병 박충식을 불렀습니다. 그러더니 이새끼 교육 똑바로 시켜야겠다, 암구호도 제대로 못 왼다하며 실실거렸지요. 그러자 박충식은 눈에서 미사일이라도 쏟아내듯 나를 꼬라 보았고 최뱀은 여전히 징그럽게 미솔 지으며 오늘의 암구호는 친구, 깡통이야 알았지라며 근무중에 암구호 잊어버리면 뒤진다라고 중얼거리듯 말하곤 침상에서 일어나 슬렁슬렁 딸딸이를 끌고는 티비 앞에 모여있는 병장들 사이로 끼어들어 뭐가 그리 재밌어, 보지들도 안나오는데라며 낄낄거렸습니다. 그 후 옆에 남아있던 박충식이 크지 않은 소리로 야이 씹쎄끼야, 금방 외치고 간 암구호도 몰라. 이 씨발새끼가 빠져가지고. 정신 똑바로 안챙겨 개새끼야라고 말한 뒤, 너 씨발새끼야 신병 적응기간 끝나면 죽었어 개새끼야라고 다시한번 윽박지른 후에 똑바로 각잡고 앉아 대기 하라고 나즈막히 떠들곤 내 시야에서 사라졌지요. 

 

그렇게 각을 잡고 앉아 멍하니 정면만을 바라보니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겠고 앞으로 어떤 상황이 닥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질 않았습니다. 또한 침상에 앉아 있는 내가 사람도 아니라는듯 자신들의 할 일만 분주히 하고 있는 상황이다보니 심적인 불안감은 조금도 낮아지질 않았지요. 그 때 행정반 쪽에서 태풍 거리며 경례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내무반 안으로 병장 한 명과 각 각 소대의 소대원 한 명씩으로 보이는 고참들이 들어왔지요. 그러자 소대 침상에 있던 말련 병장들을 제외한 거의 모든 인원이 벌떡 일어나거나 태풍태풍 거리며 경례를 붙였습니다. 그가 바로 저의 후견인이 될 안영모 병장이었지요. 그러면서 하이바와 소총을 내려 놓곤 그제서야 나를 발견한듯 아래 위를 훌트더니 한마디를 툭 던졌습니다.


어, 못 보던 새낀데 신병이냐?!   

ㅠ.ㅠ 사람이 제일 무서운 종족
맞아요. 인간의 가장 밑을 보고 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