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작소설(小說) ◈

스파이크 2014. 11. 20. 13:39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도 모르게 수면속 깊은 구렁에서 허우적 되던 나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온 몸을 휘감음을 느꼈는지 새벽 05시 30분이 되자 눈이 저절로 번쩍하고 떠졌습니다. 원래 기상나팔이 울리는 시각은 06시 정각으로 불량 시스템을 자랑하는 지지직 거리는 파란 나팔관 형태의 스피커를 통해 잔인하고 끔찍한 하루를 알리는 기계음이 터저 나오게 되지요. 하지만 자대에 처음 배치를 받고 첫 아침을 맞은 나는 몸 속에 무슨 자동 알람 장치라도 작동한듯 정확히 30분 전에 정신이 들고야 말았습니다. 일단 눈을 살며시 뜬 나는 아직 기상 시간이 조금 남았다는 것을 감지하고 다시 눈을 감은채 주변에서 어떤일이 벌어지는지를 간파하려고 노력했지요. 그때 불친번 근무자가 조용조용 걸으며 내 머리맡을 스쳐 지나가는 기척을 느꼈고, 그가 등을 보이고 통과하는 것이 느껴지는 순간 감았던 눈을 뜨고 얼른 주변을 재빠르게 살펴 봤습니다. 그때 처음 본 광경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데 등화관재로 창문에 시커먼 커튼을 쳐논 틈 사이로 빛이 들어와 어느 정도 환해진 내무반안은 고요한 정막감만 흘러 넘치고 있었고, 천장 슬레이트의 햐얀 정사각형의 조합은 꼭 사다리 타기 게임을 연상 시키듯 불안하게 붙어 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눈을 뜬 후, 불침번이 다시금 내쪽으로 걸어 오는가 싶으면 얼른 눈을 감고 잠들어 있는 척을 하면서 이제 기상나팔이 울리면 제일먼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했지요. 훈련소에선 빵빠레가 울리면 일단 동기놈들과 모포를 개서 관물대 밑에 정리를 하고 전투화를 신고 연병장으로 집합을 했지만 이곳 자대에선 어떤 형식으로 체계적 순서에 맞게 움직이는지를 알 수 없었기에 마냥 긴장만 한체로 초조한 마음을 가다듬고 시간이 얼른 지나가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오분, 십분, 십오분이 지나자 드디어 기상나팔이 울릴 시간이 되었고 행정반에서 복도로 이어진 통로 쪽에서 뭔가 말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지요. 그말이 무엇이었는지는 나중에 마지막 불침번을 서면서 알게 됐는데 기상시간 5분전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잠깐 짜증나고 지루한 불침번 근무중 그래도 선호도가 가장 높은 것을 뽑아 보라면, 개인적인 생각에 의한 판단이지만 점호 시작 후 첫번째로 근무를 서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되네요. 왜냐하면 처음 근무를 서고 잠이들면 기상시간까지 일방통행으로 잘 수 있어 피로도 면에서 훨씬 부담이 적기 때문이었습니다. 또한 두 번째로는 제일 마지막 불침번 근무라 느껴지는데, 일단 전투복을 입고 있는 상황이라 남들보다 빨리 아침 점호에서 움직일 수 있다는 점 때문이라 할 수 있지요. 물론 마지막 근무를 서면 하루가 더 길게 생각되는 단점이 있긴 합니다. 

 

아무튼 일직 근무자에게 점호 5분전이란 소리를 전달받은 불침번 근무자는 내무반 전체에 불을 밝히는 형광등 전원단추 앞에서 버튼 누를 준비를 하며 서 있었지요. 그리고 정말로 오지 말았으면 하는 시간이 다가오자 온 몸이 싸하게 서늘해 지는듯한 전율에 휘감겼는데 그와 때를 같이해서 빠~빳빠빠 빳빠라빳빠 빠빠빠 빳빠라바~빳빠라바바빠라바라바~하며 금속성의 나팔 소리가 우렁차게 울렸습니다. 그러자 불침번이 바로 형광등을 켰고 기상, 기상, 기상 이라며 큰 소리로 3번을 외쳤지요. 그렇게 하루의 첫 스타트가 열림과 동시에 병장들의 으~하는 한숨 비슷한 소리가 여기 저기서 들리기 시작했고 우선 벌떡 일어난 나는 어떤걸 해야할지를 찾았습니다. 그 때 내 윗 고참들은 바로 일어나자마자 검은색 암막 커튼을 일사분란하게 겉어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킴과 동시에 내무반을 환하게 만들었고 정해진 각자의 파트너와 함께 모포를 잡아 어느새 반으로 접기 시작했지요. 또한 다른 밑바닥 고참들은 메트리스를 순식간에 착착 접어 관물대 안으로 밀어 넣기 시작했고 모포를 다 접은 고참이 그 위에 모포를 쌓고는 벼개를 착착 올리는 모습을 봤습니다. 그런 기계적 동작들이 얼마나 일사분란하게 이루어지는지 신병인 저로썬 어찌할바를 모르고 엉거주춤 있을 수 밖에 없었는데, 그때 1소대 식기조 중 한명인 배창수 상병이 뒤에서 갑자기 내 머리통을 후려치며 말했지요

 

야이 씹쎄끼야, 멍하니 있지말고 고참들 뭐하는지 잘 보고 익혀 새끼야. 멀뚱멀뚱 있지말고. 그리고 새꺄 얼릉 전투복 입어 병신아라며 정신없어 어쩔줄 모르는 저를 다그쳤습니다. 그리곤 바로 김우림 일병에게 야, 신병챙겨라고 말을 하곤 자신은 전투복을 입기 시작했지요. 그렇게 순식간에 침상 정리가 끝나고 전투복을 갈아입을 때 상병 3호봉 이상급들은 앉아서 전투화(워커) 끈을 묶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군대에서 이해할 수 없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전투화를 짠밥에 따라 누구는 앉아서 묶고 누구는 서서 묶는다는 것이었지요. 일단 전투화를 서서 신으려면 허리를 완전히 굽혀 무릎을 살짝 꺾은 후 묶어야 하는데 꽤나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는 행동입니다. 이게 군기를 심어주고 고참으로 올라가면 자신도 침상에 앉아 전투화를 묶게 되면서 이제 나도 고참이 됐다는 희열감을 느끼게 해주는 맛이라는 놈들도 있지만 그게 군의 전투력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왜 그래야만 하는지 알 수 없는 행동들이었지요. 아무튼 그렇게 전투화 끈을 꽉 조이고 침상 끝에 각을 잡고 어제처럼 앉아 있는데, 내 맞은편에 김경재는 벌써 한 대 후려 맞았는지 뺨이 뻘개져 있었습니다. 그때 행정반 복도에서 전달이란 소리가 들리자 어젠 있었는지 조차 몰랐던 바로 윗고참 이병 '김환동'이 갑자기 튀어나가 전달을 받고는 내무반에다 다시 전달이라며 소리치기 시작했지요.

 

 전달. 06시 15분에 전투복과 전투모를 갖추고 중대사열대 앞으로 집합하랍니다란 명령이 하달됨과 동시에 전투화 끈을 모두 묶고 침상에 앉아 대기하던 1, 2소대 짬빱 어린 인원들은, 올림픽에서 출발신호를 기다리는 백미터 육상 선수들처럼 내무반 문쪽을 향해 몸을 살짝 틀고 바짝 긴장을 한채 '집합'이라는 총성이 울리길 기다리는듯 보였습니다. 그때 말련들과 병장들은 전투복 상의 단추를 슬슬 엮으며 담배를 주머니에서 꺼내곤 어기적 어기적 먼저 밖으로 걸어나갔고 그들이 눈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집합이란 고함 소리가 행정반 저편에서부터 들려왔지요. 그러자 내 바로 옆에서 앉아있던 윗 고참들이 집합이라며 복명복창을 하곤 미친듯 내무반 밖으로 뛰어 나갔습니다. 그렇게 우르르 밖으로 몰려나가는 모습에 동조되어 함께 집합이라며 얼결에 대답하듯 말한 나는 일단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서 허둥되듯 그들을 따라 밖으로 나갔지요. 그러자 중대 사열대 위에서 일직 근무자가 인원 상황판을 들고 뭔가를 휴지로 지우며 서 있었고 병장들은 사열대 주변 화단에서 담배들을 피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한꺼번에 몰려 나간 중대원 중 내 윗고참으로 알고 있는 1소대 쫄따구 하나가 제일 먼저 중대 사열대 좌측 끝으로 미친듯 달려가더니 딱 멈춰서서 중대 기준하나를 목이 찢어져라 외치며 주먹을 쥔 오른손을 번쩍 들었다 내렸지요. 그러자 그 뒤로 2, 3, 90미리 소대원 중 짠밥이 낮은 녀석들이 한 명씩 뒤에 서면서 둘, 셋, 넷 번호 끝을 고래고래 소리 질렀습니다.

 

그러자 번호를 외친 녀석들을 기준으로 4열종대의 줄이 금방 만들어졌는데, 다시말해 좌측 맨 끝으론 소대에서 가장 짠밥이 낮은 녀석들이 앞다투어 기준을 잡고 4열로 정렬한 후에 나머지 짠밥들이 주르르 서는 방식으로 형태가 만들어 지는 것이었지요. 아무튼 기준을 잡는 녀석은 아침 점호 때를 제외하고 그 중대에서 가장 짠밥이 낮은 4명 중 누구라 할 것 없이 집합이라고만 하면 무조건 뛰어가 '중대 기준 하나'라고 소리를 버럭 지르며 손을 올렸다 내려야 했습니다. 하지만 처음 그런 모습과 소리를 처음들은 나는 도데체 그게 뭐라고 외치는 것인지조차 알 수가 없었고 그저 ''라는 얼버무린 악센트만 느껴졌지요. 그렇게 일단 악을 쓴 녀석의 옆에 무조건 서니 누군가 또 내 뒤통수를 사정없이 때렸고 어디서 날라오는지 모르는 발길질에 종아리 부분을 마구 걷어 차였습니다. 그러면서 야이 씹쎄끼야, 거기 2소대잖아. 1소대 새끼가, 정신 못차려 개새끼야라는 욕설을 들어야만 했지요. 그렇게 자대 세상 밖 새벽 아침에 연상 얻어터진 나는 잠깐이지만 정신이 멍해지면서 귀에선 삐~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고 여기가 어디고 내 자리가 어딘지 몰라 오락게임에서 제자리를 빙글빙글 도는 캐릭터처럼 움직이고 말았습니다. 그 때 옆에서 누군가 오른쪽 어깨를 꼬집듯 잡아 채는가 싶더니 나를 끌어 밀쳐 세웠는데 그 자리가 바로 아까 중대 기준 하나를 외쳤던 녀석의 자리였고 금방 자리가 바뀌어 내 자리가 됐지요. 

 

그런 모습을 중대 사열대 위에서 바라보던 일직 근무자가 다 왔나라고 상황판을 탁하고 닫으며 번호라고 명했는데 1소대 좌측 제일 끝에 있던 내가 '하나'하고 번호를 외쳐야 하는 자리임을 몰랐던 나는 또 다시 멍하니 서 있기만 했습니다. 그러자 뒤에서 또 다시 손과 발이 온 몸을 난사했고 번호 새끼야, 번호라는 소리를 들렸지요. 그래서 일단 시키는데로 '번호'라고 큰 소리로 외치니, 야 이 미친새끼, 뭐 이런 고문관 새끼가 들어왔어라는 욕설과 함께 귀와 턱 부분에 쩍쩍 소리가 나도록 따귀를 맞아 별과 함께 삐~하는 이명소리를 또 다시 듣게 됐습니다. 그러자 어이없다는듯 일직 근무자가 씁쓸하게 웃으며 다시 번호라고 말했고 옆에선 나에게 하나하라고 하나라는 살벌한 으르렁 거림을 짖어댔지요. 그 말을 듣자 그제서야 알아차려 상황파악이 된 나는 '하나'라고 숫자를 외쳤고, 그러자 기다렸다는듯 둘, 셋, 넷, 다섯하며 숫자가 이어졌습니다. 그렇게 60명 전원이 모인것이 확인되자 모두 뒤로 돌앗이란 명령이 떨어졌고 일직 근무자는 전방을 향해 힘찬함성 10초간 발사라는 명령을 했지요. 그러자 병장들을 제외한 모든 중대원이 갑자기 옆구리 쪽을 양손으로 잡고 얼굴을 하늘로 45도 각도로 향한채 아~~하고 위장이 튀어 나오도록 악다구니를 질러댔습니다. 그렇게 10초간 함성을 발사한 우리에게 다시금 일직 근무자가 짧게 끊어 함성 3번 발사라고 외쳤고 그것에 맞게 악악악하고 소리쳤지요. 그 후 다시 중대 사열대를 바라보고 뒤로 돌은 중대원들은 좌양좌를 한 후 4대대 전체가 보고를 하는 아침 점호를 위해 대대 사열대 앞으로 이동하였습니다. 그 대대 사열대 앞까지 짧은 거리를 힘차게 걸어가며 옆에서 따로 상황판을 들고 걷는 일직 근무자는 중대원들을 향해 말했지요. 대대 사열대 앞까지 번호붙여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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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영만하고 제대한 스파이크님
저 같았으면 일저질렀을겁니다 ㅋ
제 밑에 놈이 선수를 치는 바람에...저는 못 했음둥.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