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송씨네 2006. 2. 21. 00:06

 

 

 

 

주님의 기도(주기도문)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듯이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보육원 천사의 집...

여기에는 많은 버려진 아이들이 생활하는 곳이다.

우리의 주인공 신성일도 역시 이 곳에서 살아간다.

그런데 여긴 금식을 해야만 한다.

우리는 죄인이므로 탐욕의 상징인 식사를 거부하고 금식을 해야한다고 원장 선생님은 말씀하신다.

굶는게 어찌보면 당연한 건지도 모르지...

하지만 아이들은 몰래 식당에서 권사님이 주시는 초코파이와 우유로 식사를 대신한다.

하지만 이 식사(?) 역시 많은 이들이 보이는 곳에서는 안된다.

밥먹는 것을 보는 행위 자체가 수치스러운 행위이거든...

침대 밑, 화장실, 허름한 냉장고 등등...

몸을 숨길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가능...

성일이는 못먹어서 배가 나왔건늘 아이들은 이런 성일을 의심한다.

원장선생님의 사랑을 받고 있으니 이 녀석 자신들 몰래 맛있는 것 많이 먹고 있겠지...

먹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성일은 탈출을 시도하고 한편 보육원 아이들은 원장을 해치우려는 음모을 꾸미는데 ...

성일의 친구 김갑수와 새로온 여자아이 이영애...

과연 어떤 일들이 그들에게 펼처질런지...

 

 

 

 

식욕이 죄가 되는 곳이 있다.

영생교도 아니고 소쩍새 마을도 아니고 꽃동네는 더더욱 아니다.

신재인 감독은 이미 단편영화로 유명세를 치룬 감독이다.

 

그의 장편 데뷔작인 '신성일의 행방불명'은 탐욕, 그리고 식욕에 관한 별난 소재의 작품이다.

디지털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초반 흑백으로 진행되다가 갑자기 컬러로 바뀌었다가 다시 흑백으로, 성일이 탈출 후 도시로 이동하면서는 다시 컬러로 바뀐다.

이 영화에 대한 지식이 없는 이들은 진짜 신성일과 김갑수와 이영애가 나올 것으로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에 나오는 배우이름은 단지 동명이인일 뿐이다.

감독의 재치가 돋보이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겠다.

더구나 이 영화는 나레이션도 황당하며 음악이나 자막들도 황당하다.

 

영화 초반에는 오카리나로 연주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음악을 들려주는데 나레이션은 그것을 영화에서 자신들이 그냥 삽입했다고 이야기한다.(대부분 영화에서는 '사용된 음악에 대한 안내' 같은  것은 앤딩 크레딧에서 표시하기 마련인데 말이다...)

또한 좌충우돌 등장인물들의 충돌은 도대체 이 영화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이런 컬트적인 느낌은 과거 남기웅 감독('대학로에서 매춘하다가 토막살해 당한 여고생 아직 대학로에 있다', '우렁각시')의 작품들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신재인 감독 역시 남기웅 감독 만큼이나 컬트적이고 엽기적인 감독이라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다.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소재는 바로 이 초코파이이다.

오죽하면 성일의 환상속에서도 초코파이 왕국으로 가는 꿈을 꾸었을까?

그는 정말로 굶고 있었지만 신체적인 조건상 아이들이 그것을 믿지 않았던 것이다.

이 영화의 포스터와 홍보 카피가 그것을 입증해 준다.

'천사님, 저는 못먹어서 부은 거에요...'

초코파이는 이들의 간식이 아닌 주식이다.

원장 앞에서는 어떠한 음식도 먹을 수 없으며 초코파이는 유일하게 허락된 이들의 간식이자 주식이다. 하지만 이 역시 원장 앞에서는 먹을 수 없으며 수치심을 불러일으키지 않기 위해 앞에 말한 장소들을 아이들은 애용한다.

 

이 작품은 은근슬적 기독교(필자 주-여기서 말하는 기독교는 우리가 알고 있는 기독교가 아니라 정식 명칭은 '개신교'이다. 기독교의 종류에 우리가 알고있는 천주교와 개신교가 포함되어 있다.)를 풍자하고 있다.

물론 그게 개신교일지 천주교일지는 모르겠지만 영화 속에 사용된 이미지를 볼 때 개신교에 대한 풍자라고 볼 수 있으며 이 영화에서 사용된 음악이 카톨릭 성가라는 점에서 볼 때는 천주교 역시 풍자의 대상으로 사용되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작품이 기독교를 조롱한 것도 아니다.

다만 이 작품은 천지창조와 아담과 이브(천주교에서는 '하와'라고 이야기한다.)가 애댄동산에서 쫓겨난 상황 역시 식욕과 관계지어 이야기한다.

식욕에 대한 고민을 갖게된 성일은 도시로 향하지만 그가 본 것은 원장아들과 원장이 다정히 치킨을 뜯고 있는 모습이었다.(물론 전상황에서 원생들은 원장과 수위가 자신들 몰래 식사를 하는 광경들을 보았노라고 이야기한다.)

 

영화는 식욕 혹은 그에 따른 욕망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원장과 수위가 섹스를 하는 듯한 시늉이 나오은 장면에서는 이 욕망이라는 소재가 잘 드러나 있다. 식욕은 어찌보면 그들에게는 욕망의 대상인데 성에 대한 욕구... 즉 섹스 역시 마찬가지라는 소리이다.

식욕의 욕구만큼이나 성에 대한 욕구 역시 하고는 싶지만 억제를 해야한다는 점에서 같은 듯 다른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이 영화는 보고 있으면 의도를 도통 알 수 없는 영화이지만 나중에 영화를 보고나서 생각하면 감독의 의도가 딱 생각나게 만드는 작품이다. 컬트적이고 엽기적이지만 그 속에 나름대로 계산이 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 영화의 앤딩은 원래 천사(성일의 엄마라고 이야기하지만...)의 품에 피흘리며 죽어가는 성일의 모습이었으나 제작상의 문제로(씨네 21 540호 참고) 그냥 도시를 배회하는 성일의 모습으로 대체된다. 정말로 행방불명 된 것이다. 영화는 여기서 끝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끝이 아니다.

 

이 영화는 속편이 이미 다 만들어진 상태이나 단지 시나리오만 나왔을 뿐 제작비 문제로 크랭크 인은 되지 못했다. 이 작품은 앤딩크레딧이 흐르고도 더 많은 것을 알려준다. 바로 속편인 '잊혀진 아이 2: 김갑수의 운명'에 대한 줄거리를 설명하는 것. 아울러 3편인 '심은하의 잠적'도 준비중이다.(필자 생각이지만 나중에 배우 김갑수 씨와 은퇴한 심은하 씨를 이 영화의 시사회에 참석시키는게 어떨까 하는 엉뚱한 상상도 해본다.)

이는 마치 스타워즈의 시리즈의 공식처럼 이야기하고 있는 지난줄거리를 비꼰것처럼 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제작비 조달에 대한 어려움을 속편을 소개함으로써 극복하자는 의미도 담겨 있는 듯 싶다.

 

이 작품이 다른 작품과 다른게 하나 더 있다.

스텝을 보육원 팀과 도시 팀으로 나누어 촬영에 임했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같은영화이지만 도시 장면과 보육원 장면에서 각기 색다른 느낌을 주게 만든 것이다.

이러한 효율적인 운영은 물론 제작비 상승의 부작용도 있겠지만 감히 독립영화가 이런 방식을 시도했다는 것은 칭찬할 일이기도 하다.

 

아무쪼록 신선하고 발랄한 감독으로 평가받고 있는 신재인 감독의 다음 작품도 기대해 본다.


저도 제목만 보고 방문했는데...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대단한 작품이였습니다..이런 영화.정말 반가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