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정원이야기/봄

송정섭 2014. 3. 30. 10:33

봄비가 예상보다 적었지만 새생명들에게 보약이 되었습니다.

비온 뒤라 아침 햇살이 너무 좋아 모처럼 카메라 들고 정원에 나갔습니다. 

우리 집 가장 어른인 올 210세 산수유 꽃들이 작년보다 10일이상 빠른 것 같습니다.

작년, 재작년엔 벚꽃들과 비슷하게 피더니 아무래도 지난 겨울이 너무 따뜻했고 이렇다 할 꽃샘추위도 없이 날이 따뜻해 져 버린 탓 같습니다.

 

생강나무, 스노드롭, 노루귀 등 부지런한 아가씨들은 꽃이 이미 다 지고 잎들 나오느라 분주하고,

히어리, 산수유, 개나리, 회양목, 개암나무, 수호초, 돌단풍, 제비꽃, 영춘화, 미선나무, 개별꽃, 남산제비꽃, 깽깽이풀, 진달래, 홍매화는 한창 만개하고 있습니다.

목련, 수선화, 매화, 무스카리, 앵두도 금방 꽃눈을 터트릴 기세로 속을 드러냅니다.  

그런가 하면 잎부터 나오는 라일락, 매자나무도 바쁘긴 매 한가지입니다.

 

어제 마을 반상회 때 집집마다 올 봄 심을 꽃도 얘기하고 마을 공동화단 가꾸기도 의논하였습니다.

마을입구가 우리 동네 얼굴인데 공동쓰레기장이 있어 좀 그랬는데 아예 없애자고도 하였고...

오늘은 오후 2시에 모여 마을진입로 봄맞이 청소도 하고 공동화단도 정리할 것입니다. 

이런 전원에서 함께 더불어 살아가려면 자주 만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진해 벚꽃, 거제 수선화는 만개했을 것이고 남녘 매화는 이미 다 져가고 있을텐데,

여기 화성엔 아직 싱싱한 봄, 이제 목련이 피기 시작하려고 있으니...

작은 나라지만 남과 북이 큰 차이가 납니다.

 

산수유 건너로 아침해가 빨갛게 떠오릅니다.

  

올 210 세 되신 어르신 산수유인데 꽃은 18세 소녀처럼 탐스럽습니다.

 

돌단풍도 기세 좋게 올라옵니다. 

 

약하지만 향기도 있지요? 회양나무도 아직 꽃이 한창입니다. 

 

 

며칠 뒤 다닥다닥 펴댈 앵두꽃들을 생각하면 그새 가슴이 뜁니다. 

 

히어리, 늘 그 자리에서 한결같이 아름다움을 줍니다. 

 

히아신스가 이제사 영차영차 꽃대를 밀고 나옵니다. 

 

개암나무, 위에 빨간 꽃이 암술이니 여성 상위체형입니다. 

암꽃이 왜 위로 올라간건지 알만한 사람은 다 압니다.^^

 

잎이 상록인 것도 고마운데 요즘 이렇게 근사한 꽃을 보여주네요. 수호초. 

 

가운데 길게 홀로 나온 것이 주두(암술머리, 여성), 주변에 둘러싼 것이 꽃가루(화분, 남성)니 일처다부체,

남성여러분, 사람으로 태어난 것을 감사히...^^ 

 

무스카리, 무스도 안발랐는데 칼라 자랑하며 쑥쑥 내미는 힘이 대단하다.

 

올핸 영춘화도 개나리랑 같이 사이좋게 핍니다. 

 

제비꽃들이 왜 저기 바글바글 모여 있는지 아시겠지요? 

 

쉬땅나무, 여린 잎들이 자기만의 케릭터를 그새 드러내네요.

사람도 어렸을 때 빨리 자기만의 칼라를 드러내면 좋은데... 

 

전 세계 1속1종이라 귀한 대접 받는 우리나라 특산 미선나무 아가씨, 향기도 그윽하지요.  

 

남산제비꽃도 한 향기 하는데 아주 대가족이네요.

 

그 앞에 개별꽃이 자기도 봐달라며... 

 

현호색은 좀 피곤한 듯 쉬고 있습니다.  

 

깽깽이풀도 우리 특산식물이죠. 꽃도 잎도 예쁜 아가씨입니다.

 

꽃이 이쁜 눈송이처럼 생긴 스노드롭은 이미 후대를 만들고 있습니다. 

 

분홍색 노루귀도 이제 왜 내가 노루귀인지 알겠냐며 귀여운 노루의 귀같은 잎을 보여줍니다. 

 

황금매자나무, 매자가 꽃과 열매로 한 몫하는데 이 아가씨는 잎으로 한 몫 단단히 하네요. 

 

배나무 꽃은 아직 속에서 내공을 연마하고 있습니다.  

 

매화는 아직도 18세 꽃봉오리 소녀인데... 

 

홍매화는 그새 성숙한 아가씨가 되어 벌들을 유혹합니다. 

 

화살 날개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려주는 화살나무, 가을에 빨간 단풍이 최고지요.  

 

진달래들도 전체적으로 아직 터지기 전예요. 

 

좀 지쳐보이는 할미꽃 하나가 구석에서 허릴 구부리고 있네요. 

 

지난 가을 심은 튜립들도 화려하게 장식할 날들이 금방이겠죠?(김시복대표님 감사) 

 

옆집의 개나리 울타리는 우리 정원이다.

우린 저 다리를 통해 이웃과 교감하며 소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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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꽃은 현호색, 꽃말은 희소식입니다.

만물이 되살아나는 봄, 꿈과 희망이 가득한 봄날에

그윽한 향기와 함께 활짝 피는 꽃들이 최고의 희소식이 아닐런지요.

봄을 맞아 가슴과 가슴에 희소식 가득가득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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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정원이야기/겨울

송정섭 2013. 12. 15. 11:07

그새 12월 중순, 한해를 마감해가고 있다.

우린 한해의 성과를 극대화하려고 다양한 방식으로 정리하고 있지만

정원의 식물들은 월동 모드에 들어간지 이미 오래다.

 

여름내내 만들어진 꽃눈은 겨울동안 점차 내실을 더해간다.

대부분 봄에 피는 온대성 식물들의 살아가는 방식이다.

꽃눈의 분화는 알맞은 온도와 햇볕이 필요하지만 꽃눈의 발달과 성숙은 충분한 저온이 필요하다. 

그러니 겨울이 혹독한 만큼 내년 봄 피는 꽃이 아름답다는 걸 잘 알고 있는 셈이다.

 

가만이 보면 그걸 우리 사람들만 잘 모른다.

많은 사람들의 자식사랑하는 방식을 보면 그렇다.

애지중지를 넘어 결혼 후에도 팍팍 도와주어야 하는 게 자식사랑이라고 믿는 거 같다.

그만큼 자녀들의 자생력은 나약해져 갈텐데...

 

자연계에서는 어림없는 일이다.

충실하게 만들어 세상에 내보내면 그걸로 끝이다.

 

대신 살아가는 방식을 유전적으로 잘 전달해준다.

너무 추우면 얼어죽으니 싹을 내지마라, 너무 더우면 녹아버리니 잠자고 있어라.

여름엔 비 바람을 맞고 겨울엔 추위도 견뎌내야 한다고...

우리 사람들도 타고날텐데, 그래서 20세가 되면 자식과 정을 끊어야 한다고 법륜스님이...  

얼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도종환 선생님의 시를 표절해본다. ^^

 

정원의 산수유, 당매자나무, 피라칸다, 꽈리, 층꽃나무, 범부채....

후대를 이어갈 씨앗들이 겨울 추위와 눈 속에서 내공을 다지고 있다. 

땅속의 노루귀, 할미꽃, 매발톱꽃, 금낭화, 복수초, 수선화...

뿌리의 상단부 생장점에 이미 만들어진 꽃눈이 점차 야물어지고 있다.

 

그러니 사람이나 자연이나

겨울은 따뜻한 곳에서 그냥 살찌우는 계절이 아니다.

내년 봄 화려한 재생을 위해 하나하나 내공을 다져가는 계절이다. 

근데 난 요즘 모든 게 너무 맛있기만 하니...ㅜㅜ...  

 

올해 210세 되신 산수유도 내년 봄 피울 꽃을 위해 추위를 인내하며 견단다.

 

꽃양배추, 겨울동안 우리에게 자연의 아름다움을 전해주는 참 고마운 꽃이다. 

 

주목의 솜같은 눈송이는 아기 곰이 엄마 등에 오르는 듯... 

 

범부채는 엄마 몸에 오래도 붙어있다.

 

주목 잎은 '이쯤이야' 하며 하얀 눈을 즐긴다. 

 

층꽃나무도 층층이 하얀 눈꽃모자를 쓰고 있다.  

 

당매자나무, 내년 4월까지 저대로 붙어있다. 겨울 정원엔 빨간 열매가 최고다. 

 

구상나무도 추위를 즐기는 듯~ 

 

노린재나무, 스스로 수형을 저렇게 예쁘게 잘 잡는다. 

 

쪽동백나무, 근사한 향기로 유혹하더니 충실한 결실을 맺어 떠나 보낸지 오래다.  

 

생강나무, 목련처럼 내년 봄 피울 꽃눈을 달고 있다. 

 

꽈리, 빨간색 얼굴에 흰모자가 참 잘 어울린다. 곧 산타라도 올 분위기... 

 

모과나무, 늦가을 어린 잎들이 철모르고 몇 개 나오더니 제대로 겨울을 맛본다. 

 

멀꿀나무, 고향 떠나서도 저 넓은 잎들이 상록으로 견뎌 보려고 고생이 많다. 좀 안스럽긴 하다. 

 

옆집과 소통하는 다리엔 사람만 이용하는 게 아니다. 고양이들이 더 자주 애용한다. 

 

골담초도 상록으로 겨울을 견디려는 듯, 가시들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앵두나무, 꽃눈들이 다닥다닥 붙어 겨울을 나고 있다.  

 

피라칸다, 겨울에 큰새들이 와서 따먹기 전까지 정원을 잘 지켜주는... 집 들어오는 생울타리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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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모습을 담으니 더 정겹습니다 ㅎㅎ
예, 식물이나 사람이나 편안히 휴식을 취하는 모습은 참 아름답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ㅋ

 
 
 

꽃,정원이야기/가을

송정섭 2013. 9. 1. 11:45

9월 첫날, 덥지 않아 오랜만에 카메라 들고 정원을 둘러봅니다.

 

여름과 가을을 이어주는 꽃들은 여전히 피고지고를 반복합니다.

배롱나무, 옥잠화, 범부채, 부채붓꽃, 뻐꾹나리, 꽃범의꼬리, 골무꽃, 분꽃, 세이지, 독말풀, 백일홍, 천일홍, 칸나, 벌개미취, 맨드라미, 무늬수국, 채송화, 봉선화, 붉은인동...

계절 전쟁으로 보면 아직은 여름꽃 부대들이 더 우세합니다. 

 

가을을 재촉하는 열매들은 점차 색이 진해져 갑니다.

감, 꽈리, 좀작살나무, 노린재나무, 생강나무, 산딸나무, 때죽나무, 쪽동백나무, 당매자나무, 피라칸사, 천남성...

아침 저녁 일교차가 커지며 곧 우리 세상이 올거리고 굳게 믿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부터 자연의 향기는 우리가 책임진다는 듯 가을꽃들도 하나 둘 꽃눈을 내놓기 시작합니다.

둥근잎꿩의비름, 구절초, 감국, 층꽃나무, 개똥쑥도 거들 기세입니다. 

진한 국화향들이 여기저기... 그새 10월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늘 푸른 상록으로 묵묵히 자리를 지켜주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소나무, 사철, 구상, 주목, 반솔, 맥문동, 수호초, 측백...

꽃이 안피는 것들이 많아 꽃이야기에서 종종 소외되어 늘 미안한 친구들입니다.

그래도 한결같은 모습으로 우리 가족에게 위안을 줍니다.

 

꽃이 백일간 핀다는 배롱나무가 입구에서 한 품 합니다.

 

범부채가 사랑릉 나누더니 훨씬 아름다운 피부색을 가진 2세를 낳았습니다(강현근샘 작품). 

 

꽃범의꼬리(핏소스테키아), 어린이가 입 크게 벌리고 우는 모습도 그려집니다.^^  

 

백일홍이 쓰러진줄 알았더니 끝에서 꽃을 잘 피웁니다. 유연한 허리, 놀랍습니다.   

 

맨드라미랑 공생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모습이죠?^^ 

 

옥잠화, 옥비녀 같은 꽃봉오리가 열리면 강한 향을 발산합니다. 그것도 주로 밤에...ㅎ 

 

붉은인동, 옥잠화에 뒤질세라 고혹적인 향으로 유인합니다. 참 부지런한 꽃입니다.  

 

배롱나무꽃, 꽃잎들을 보면 캉캉춤 추는 현란한 무희들의 치마자락 같습니다.  

 

피라칸사 열매인데 깜놀!, 위장술이 기막힙니다. 자연에서 살아가는 모습들이 경이롭습니다. 우리가 배워야 할 게 많습니다. 귀농을 하면 도시의 자신의 모든 걸 비우고 그 마을에 적응해야 하는 이치랑 같습니다.  

 

골무꽃도 봄부터 참 오랫동안 핍니다. 지난 5월하순 몽골의 초원에서도 만났으니 생존범위가 굉장히 넓은 것 같습니다.

 

둥근잎꿩의비름, 지금부터 11월까지 현관앞에서 기쁨을 줄 것입니다. 연분홍에서 붉은 색, 커피색으로 화장도 해가며... 

 

좀작살나무, 제법 보라색이 들었죠? 주차장 주변 생울타리로 심었더니 출퇴근 때마다 웃습니다. 

 

 분꽃, 들여다 볼수록 속과 꽃잎이 곱습니다. 몇포기 심었는데 금방 식구들을 늘립니다.

 

꽈리, 이 아가씨가 진한 감색으로 변하면 가을은 한없이 깊어진 것입니다. 

 

무늬수국, 꽃보다 잎이 정원 한자리를 차지하고 묵묵히 아름다움을 주고 있습니다.  

 

노린재나무, 전정하지 않아도 스스로 수형을 잘 잡는데 열매색도 근사합니다.  

 

얼마전 페이스북에서 꼴뚜기소리까지 들었는데 요새도 꽃을 막 펴 댑니다. ^^

 

셀비아, 쭉 뽑아 빨면 꿀이 쏙! 입안으로... 사실 곤충들이 먹어야 하는데...ㅎ

 

족두리꽃(클레오메), 꽃이 줄기보다 크고 무거워 '가분수' 라는 꽃말이... 머리에 들은 게 많나 봅니다.  

 

더덕꽃, 식사를 마친 개미가 만족한 표정으로... 그래도 허리는 잘록~^^ 

 

만지지 않아도 향기가 진동하는 개똥쑥도 슬슬 열매를, 요즘 항암효과가 크다며 인기 급상승~ ^^

 

큰애의 허브밭에서 빨간 얼굴로 주시하는 세이지, 커플이 참 보기 좋습니다.  

 

얼마나 오래가면 천일홍이라고... 

 

이질풀도 본격적으로 펴 대기 시작합니다. 나중에 꼬투리가 왕실 촛대를 닮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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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2백여 야생화 친구들과 대화하는 휴일 아침이 참 좋습니다.

우리에게 사계절이 있다는 것, 꽃과 야생화를 다루다 보니 너무 좋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이제 가을 시작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여름내내 흘린 땀방울을 생각하면 알토란 같은 결과물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다들 풍요, 정서, 편안함, 즐거움, 감성, 웃음, 독서... 를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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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글 모두 다 정겹고 포근합니다. ^^ 참 좋아요.
잘 보고 갑니다 . *^^*
부지런한 민영씨가 그새 다녀갔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