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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ch-22 사회 -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박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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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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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박 준 모 (
朴 峻 模)

사단법인
선진사회만들기연대

약 칭: (사)선 사 연
2022. 6. 8.

Catch-22 사회


○...우리가 공유했던 신뢰


나라의 골간이 되는 많은 제도와 규범 중 대한민국을 지탱하고 한국인이 공유하는 가장 기본적 신뢰는 군대와 고시, 대학입시라고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보장된 교육과 계급 이동의 기회, 우리 모두의 의무인 국방은 대한민국이 ‘자유인의 공화국’이라는 확신의 토대였다. 비록 당장은 힘들어도 누구나 잘살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누구나 출세할 기회가 있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누구나’였다.


그러나 지난 20년간 군대, 입시, 고시라는 세 가지 신뢰의 공유가 해체되고 이제는 그 결과를 서로 못 믿고 의심하고 승복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자유는 평등하게 발현돼야 하는 것이므로 ‘누구나’라는 전제가 필수적이지만 지금은 그 ‘누구나’가 삭제된 것이다. ‘누구나’가 사라진 곳에는 형식적 자유만 있을 뿐이다. 이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을 뜻하는 조셉 헬러의 소설 제목 ‘Catch-22’가 연상되는 형국이다


○... 정문은 닫고 뒷문만 열어 놓은 입시



한국인이 공유하던 근본적 신뢰가 무너진 상황 자체도 위중하지만 더욱 황당한 것은 이러한 상황에 책임 있는 정치권이 오히려 이것을 정쟁의 수단으로 삼는다는 점이다. 건강한 대한민국의 필수요소인 ‘누구나’를 삭제하고 예외적 계급을 만든 사람들이 끼리끼리 모여서 서로 특권층이라고 공격하는 모습은 이해하기 어렵다.


고려대는 지난 4월 조국 전 장관의 딸 조민 씨의 생명과학대학 입학 허가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올 1월 대법원이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재판(동양대 표창장 위조 및 행사와 업무 방해 등)에서 조민 씨의 7대 스펙을 허위로 판단한 것을 근거로 삼았다. 조 전 장관은 이른바 ‘아빠 찬스’로 고려대에 입학한 의혹을 받고 있는 현직 의사 2명도 조사하라고 줄기차게 주장하지만 학교 측은 아무런 해명도 없다.


정치권과 언론은 편을 갈라 서로 상대 진영의 잘못을 증폭시키느라 골몰하고, 대학은 정권 말기 관료들처럼 ‘앙증맞은 처신’으로 금쪽같이 여겨야 할 명예에 스스로 흠집을 내고 있다. 이런 행태는 이번 정권에도 화살로 날아와 결국 장관 후보자 2명이 낙마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도 정치권과 언론은 아직 문제의 본질을 회피하고 있다.


단언컨대 현재 대한민국 입시제도의 전모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온갖 포장과 스펙 쌓기 경쟁으로 내몰고 하지도 않은 인턴을 한 것처럼 꾸미기 위한 ‘자식 사랑 품앗이’를 사실상 강요하는 엉터리 제도와 말장난에 불과한 허황한 전형 프로그램들이 판친다. 이런 식으로 귀족 자제들을 미리 다 뽑아 놓고 정작 시험은 장식에 불과한 입시제도에서 살아남으려면, 부모는 자식을 천재로 둔갑시킬 수밖에 없다. 15세에 각각 옥스퍼드대와 튀빙겐대에 들어간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의 홉스나 ‘객관적 관념론’의 셸링에 필적하는 천재들이 대한민국 귀족 자제 중에 수두룩한 이유다.


○...신뢰 상실, 공화국의 붕괴



조국 사태의 본질이 불공정이라는 건 모두가 안다. 그 불공정은 조국 일가의 개별적 일탈인 동시에 ‘누구나’가 삭제된 입시제도의 탓이기도 하다. 정문은 닫고 뒷문만 열어 놓은 기이한 제도가 문제다. 사회의 근본적 신뢰 상실로 대한민국이 밑바닥부터 무너지고 있고, 그 원인은 제도의 구성과 운영에서 ‘누구나’가 배제된 데에서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정치권과 언론, 심지어 지식인들조차 이것을 정면으로 지적하는 목소리를 듣기 어렵다. 그것은 혹시 그대들도 조국이어서인가?


잘나가는 부모는 스펙 쌓기 편법에 인맥까지 총동원해 자식을 천재 아니면 ‘21세기 간디’로 둔갑시켜 뒷문으로 대학, 의전원, 로스쿨에 입학시킨다. 하지만 이렇게 귀족 계급의 성을 견고히 하며 계급 이동의 사다리를 끊어 버린 대가를 어떻게 감당하려 하는가? 그렇게 할 수 없는 부모의 아이들이 스무 살이 되기도 전에 가슴에 맺히는 억울함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다들 이러는가? 공부를 열심히 해도 소용없고 잘해도 소용없고 또 잘 할 수도 없는 아이들의 한을 계속 모르는 척할 텐가? 화내도 소용없는 분을 속으로 삭여 무표정한 청춘들의 눈빛이 서늘하지 않은가?


○... 이대로 계속 가면 우리 모두 조국이 된다



법치와 단죄는 엄격해야겠지만 문서를 위조했니 안 했니, 실제로 이용했니 안 했니의 논쟁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제도 자체, 구조 자체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계속 싸우면 모두가 번갈아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왜 ‘일시적 승자 독식, 장기적 전원 패자’의 길을 고집하는가? 한국 사회에서 자식을 위해 친구에게 부탁하고 편법을 쓴 부모를 비난할 수 있는가? 이제라도 모두가 서로 그럴 수밖에 없었음을 인정하고 모두가 그러지 않아도 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인간을 미워하지 말고 그럴 수밖에 없었던 구조를 바꿔서 다함께 변해야만 평화로운 진보가 가능하다. 지금도 전국 수십만 가정에서는 불공정한 제도에서 살아남기 위해 암수범죄(暗數犯罪)가 공모되고, 그마저 못하는 집은 서로가 미안한 패자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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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박준모 (parking2020 @naver.com)
서울대 법대·미국 에모리대학 로스쿨 졸업(현) 클레어폭스 홀딩스 대표 (전) 씨스타픽처스 대표 (전) 초록뱀미디어 이사 저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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