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2021년 05월

09

나의 창작시 황사(黃砂

황사(黃砂) 너와 나 사이는 청명했고 마음 호수는 밑바닥까지 투명했다. 연꽃은 가슴위에서 피었고 너의 향기는 내 호흡을 다스렸다. 내 존재의 의미는 너에게서 나오고 삶의 가치는 언제나 공유되었다. 너와 나는 달라붙은 찰 엿이었고 죽음 외에는 갈라놓을 수 없는 필정(必定)의 운명이었다. 아직도 확정된 내 마음은 바위덩어리인데 황사바람이 자주 불어와 너에게로 향하는 내 눈빛을 어두운 연막으로 가로막는다. 출처불명의 황사(黃砂)가 겹겹이 쌓이면 너에 대한 내 불신도 높아지고 너 또한 나에 대한 진심은 사라지리라. 바람아 불어라 세차게 불어라. 황사먼지를 삼켜버리고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서로의 마음을 거울처럼 들여다보도록 해주라. 2021.5.8

08 2021년 05월

08

나의 창작시 진노(震怒)

진노(眞怒) 등산길에 발견한 산 더덕 몇 뿌리 우연히 발견하던 날 눈독을 드렸다. 임산물 절취죄는 형사범으로 5년 징역에 5천만원 벌금형인걸 알지만 법은 양심의 울타리 안에 가두고 집을 나섰다. 간간히 떨어지는 빗방울이 산으로 향하는 내 발걸음을 붙잡았지만 입산(立山)한 발걸음을 멈출 순 없었다. 이윽고 나는 산비탈을 돌아 더덕 향을 헤집으며 뿌리를 들어 올렸고 뛰는 가슴을 절제하며 두리번거릴 때 갑자가 일어난 천둥은 호령을치고 번개는 번쩍이며 플래시를 터트렸다. 소낙비는 일제히 물을 퍼붓고 거세게 일어난 바람은 나에게 겁을 주었다. 벌목꾼의 도벌(盜伐)은 묵과하고 불법 사냥꾼들의 밀렵행위는 눈감아주면서 나의 작은 죄(罪)를 찾아내서 내 양심을 한 없이 부끄럽게 하는가. 쏟아지는 비를 흠뻑 맞으며 집으로..

07 2021년 05월

07

나의 창작시 애강나무

애강나무 빨갛게 익은 애강(산사)이 대추보다 더 다닥다닥 달라붙어 늦가을 일어나는 바람에도 흔들릴지 언즉 흩어지지 않았다. 나는 어릴 적부터 어떤 의지가 나뭇가지처럼 뻗어내려 점점 굳어져 단단해진 껍질만큼 고집스럽게 꿈을 키웠다. 마을을 지나가던 새들마다 나를 향해 앉아 노래를 불러주었고 새들이 하늘위로 날아오를 때면 소년의 상상력은 구름위로 치솟았다. 누구도 내 손을 붙잡아주지 않았지만 나는 스스로 두 손을 뻗어 애강나무 정수리를 힘 있게 붙잡고 찢어지지 않는 깃발을 달았다. 여름날 뇌성이 하늘을 태우듯 요란하고 삼년 치 폭우가 삼림을 삼킬 때 내 소원을 알고 있는 애강 나무는 뿌리를 꺾는 흙탕물에도 넘어지지 않았다. 내가 놔두고 떠난 애강 나무는 아직도 내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려나. 그 깃발은 아직도 ..

06 2021년 05월

06

나의 창작시 저녁노을

저녁노을 저녁 하늘 붉게 물든 노을이 어둑어둑한 도시를 내려다본다. 수많은 군상(群像)들은 일상을 접고 아득한 보금자리를 찾아 발걸음을 옮긴다. 저 선연(鮮姸)한 노을을 바라보는 저마다의 사색은 분분하리라. 휘젓는 바람에 흔들리며 걸어가는 사람과 쓸쓸한 그림자를 밟고 가는 나그네 연인의 손을 잡고 벤치에 앉아 다정히 속삭이는 청춘남녀 눈 위로 쏟아지는 진홍빛 노을은 결이 다르리라. 어떤 날은 핏빛으로 보이다가 뜨거운 불꽃 같이 내 마음을 흔들다가 외로운 산비둘기 설음으로 퍼지다가 오늘은 붉은 안개꽃으로 핀다. 고개턱에 짙게 깔려 아픔을 토하는 저 붉디붉은 저녁노을은 늙어 감을 서러워하는 나의 슬픔을 노래에 실어 하늘 끝으로 전하고 있다. 오늘은 저녁노을이 두렵다. 2021.5.6

05 2021년 05월

05

나의 창작시 5월

5월 나는 5월을 제일 좋아한다. 연녹색 새순들이 하늘로 치밀고 종달새 노래들은 보리밭이랑에 흐르고 들판에 부는 바람들은 민들레 홀씨를 하늘로 띄워 보내는 짙푸른 향기에 나는 취한다. 느릅나무 껍질에는 윤기가 흐르고 다래나무 옹졸한 꽃을 보았는가. 좁쌀만 한 머루가 촘촘히 열 때 산새들의 합창이 계곡에 울려 퍼지고 물푸레나 근육이 불끈 일어서면 총총한 숲은 삶의 요람이 된다. 내 영혼을 에워싼 불길한 기운들이 여왕의 계절에는 혼비백산하고 추악한 생리적 본능들이 연한 새순 앞에서 허물어진다. 찔레꽃 순수한 감정들은 온종일 내 발자국을 따라다니고 불꽃보다 더 붉은 울타리장미꽃은 내 가슴에 사랑의 불을 지핀다. 2021.5.5

04 2021년 05월

04

나의 창작시 비 맞은 아카시아

비 맞은 아카시아 오월 아침에 내리는 비에 젖어 후줄근한 네 모습에서 슬픔에 겨워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은 음읍함에 내 마음이 아프다. 어제만 해도 꽃송이 휘늘어진 호젓한 저녁 길에 네 향기에 취해 팍팍하고 고단한 심신이 흐늑흐늑하게 녹아 내렸다. 비릿한 젖내 풍기는 꽃 터널을 지나 초롱꽃 가득한 둑길을 걸을 때면 마음에 걸려 풀리지 않던 깊은 시름은 우유 빛 꽃잎이 말끔히 지웠고 오월 하늘에서 쏟아지는 햇살이 그 하얀 꽃잎에 반사 될 때면 고운 소녀와 손을 마주잡고 거닐던 꿈길의 추억은 언제나 나를 설레게 했다. 오늘 내리는 차가운 봄비에 젖어 어떤 슬픔을 주렁주렁 매달고 축 늘어진 가엽은 네 모습은 내 고운 추억까지 씻어내려 슬프다. 2021.5.4

02 2021년 05월

02

나의 창작시 마로니에

마로니에 마로니에나무에 꽃이 솟아올랐다. 문학경기장 정원에 세 그루가 우거진 칠엽(七葉)을 바람에 나부끼며 가지마다 피워 올린 낯선 꽃송이마다 어떤 기도(祈禱)를 매달고 있다. 이국땅에 뿌리를 내린지 오래지만 이름은 여전히 마로니에 유행가 가사에서 그 이름을 처음 접했을 때 나는 샹젤리제 거리를 연상했었다. 비잔틴이나 로마네스크 혹은 고딕양식의 즐비한 중세풍의 건축물이 길게 늘어선 프레스코 벽화 새겨진 직선도로에 우아한 자태의 마로니에가 고대와 현대의 품격을 조화시키는 격조 높은 가로수를 연상했었다. 혜화동 마로니에 공원에서 처음 봤을 때 나의 상상은 곤두박질치지 않았고 그 후 나는 마로니에 깊이 스며들었다. 줄기 색깔, 잎사귀, 꽃, 열매는 내 마음을 몽땅 끌어당겼고 계절마다 내뿜는 향기와 멋진 자태는..

01 2021년 05월

01

나의 창작시 백철쭉 꽃

백 철쭉꽃 이토록 하얀 철쭉꽃이 핀 길을 나는 아무 말 없이 걷는다. 그 땅에도 여전히 철쭉꽃이 필 테고 너는 꽃향기 맡으며 혹여 나를 생각할는지. 나를 까맣게 잊었다할지라도 나는 하나도 섭섭해 하지 않는다. 자지러지게 터트린 꽃망울들이 파도처럼 바람에 출렁일 때면 너에 대한 내 감정들을 꽃가지들 사이에 숨겨 놓았었다. 하얀 꽃잎들이 속절없이 떨어지던 날 어쩔 수 없이 돌아서던 네발걸음을 나는 망연한 눈으로 바라만 보았지만 내 입술에는 원망 하나 없이 네가 밟고 간 꽃잎을 기억할 뿐이었다. 이제는 꼽을 수 없을 만큼의 시간이 하얀 꽃잎을 붉게 물들이고 그 곱던 네 얼굴이 이제는 구겨진 철쭉 꽃잎처럼 되었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나는 백 철쭉꽃이 필 때면 너에 대한 그리움에 밤마다 뒤척인다. 202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