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땅과 소통하기)

어린왕자 2009. 9. 14. 16:07

  비닐끈 사용 문제


9. 2.(수)

오전에 다시 기숙사 짓는데 사용할 돌을 날랐다. 오후에는 당근을 심었다. 당근 심을 철이 좀 지났다고 했다. 오전에 인용씨가 경운기로 밭을 골랐다(보통 로타리라고 한다). 두둑을 어떻게 만드는가 싶었더니, 모내기줄로 기준선을 잡고, 그 선을 따라 바깥쪽에서 안으로 흙을 파올렸다. 두둑의 흙을 고른 다음, 약 30센티미터 간격으로 골을 파고 거기에 당근씨를 3개씩 10센티미터 정도 간격으로 뿌리고, 흙을 살짝 덮었다. 씨가 얇고 작아 3개씩 떨어뜨리는 것이 쉽지 않았다. 당근을 다 심고 시간이 남아 나머지 시간에 다시 주변 풀뽑기를 하였다.

 

저녁에는 대전에 산다는 50대 중반의 아저씨가 아무런 연락없이 갑자기 찾아왔다. 귀농에 관심이 있다면서 대표를 상대로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변산공동체는 원래 3박 4일 이상으로만 사람을 받는데, 너무 늦게 찾아왔으니 내칠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밤늦게까지 막걸리를 앞에 놓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내 숙소로 가 같이 잠을 잤다.


9. 3.(목)

오전에 당근을 심은 곳 바로 옆에 있는 오이, 토마토, 고추를 철거했다. 그것들을 철거하면서 한 가지 불만이 생겼다. 대나무나 쇠파이프로 지지대를 세운 것까지는 좋았는데, 지지대들 사이를 연결하는 줄, 그 줄에 식물을 묶는 줄로 비닐끈을 사용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지지대들 사이를 연결하는 줄이야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식물을 묶는 것은 지푸라기 같은 것을 사용했어야 하지 않나 싶었다. 실제로 철거작업을 하다보니 폐해가 그대로 드러났다.

 

먼저, 식물에 묶었던 비닐끈을 일일이 풀거나 낫을 자른 다음 수거해야 했다. 지푸라기로 했다면 일일이 풀거나 따로 수거할 필요 없이 그냥 밭에 떨어져 거름이 될 것이다. 지푸라기를 사용하더라도, 두세 겹 이상으로 한다면 수확할 때까지 그 강도를 충분히 유지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가만히 보니 비닐끈이 식물의 줄기를 깊게 파고들었다. 이것은 위에서 본 것보다 더 큰 문제라고 생각되었다. 식물이 자라는데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농사를 지으면서 비닐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공동체를 통해 독립한 농가 중 80% 이상이 비닐멀칭을 한다고 들었다. 전에 생태귀농학교 다니면서 실습을 갔을 때도 대부분 비닐멀칭을 하였고, 1년에 한 번씩 열리는 전국귀농운동본부 회원의 날 행사 때도 비닐멀칭을 할 것인가가 쟁점이 되었는데, 근본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농가는 아주 드물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변산공동체에서 비닐멀칭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은 크게 평가를 해 주어야 한다. 다만, 사소한 것이지만 비닐끈도 최소한으로만 사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토마토, 고추, 오이 철거작업이 끝난 다음에는 기숙사 터를 팠다. 벽이 세워질 곳을 40~50센티미터 깊이로 파는 작업이다. 오후에도 땅파기를 하였는데, 이날 그 작업을 모두 마쳤다.


밤에는 동네사람들이 모두 모여 멍석을 깔고 앉아 영화 ‘워낭소리’를 보았다. 둥근 보름달 아래 밖에서 영화를 보는 재미가 있었다. 짚으로 짠 멍석이 따뜻했다. 이 멍석 말고 비닐로 된 깔판을 깔았다면 그 감촉이 어땠을까. 공동체에 있다가 독립한 춘호씨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스코트 니어링, 소로, 간디 등이 우리 이야기 거리로 떠올랐다.


 

형님... 핸드폰이 꺼져 있으셔서.. 몇 자 적습니다.^^ 블로그에 올리신 글로 "요즘 행복하시구나~"하고 생각하고 있답니다. 월요일은 대검 국감, 화요일은 대법원 국감, 수요일엔 미디어법 관련 헌재 일정 알아보러 다녀오고 저녁엔 권태호 선배님 상가에 갔습니다. 오늘 아침 일찍 청주에서 올라와 가만히 생각해보니.. 도대체 이런 생활이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또 형님 블로그를 찾았습니다. 형 블로그에선 사람 냄새가 물씬! 나거든요.. 여행가신거라 들었는데 돌아오시면 건조하고 사람냄새 덜나는 서초동에서 인생의 황금기를 보내고 있는 동생에게 문자 한 통 날려주세요^^
잘 지내지. 백일출가 다녀오느라 이제서야 다녀간 것을 보게 되네. 출가중에 오기자 회사 건물에도 갔었다. 프레스센터. 통일 관련 세미나 하는데. 청주로 이사했으니 청주 오면 한 번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