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어린왕자 2010. 1. 10. 22:36

   회향(回向)

 

지난 1. 6. 정토수련원에서 백일출가를 마치고 회향했다. 원래는 1. 2.이 회향일이었는데, 그것이 1. 3.로, 다시 1. 6.로 두 번 미뤄졌다. 그래서 정확히 108일간 수련원에 있었다. 언제 그 날이 오나 싶었는데, 시간은 어김없이 흘렀다. 처음에 40여명이 시작했으나,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사람은 24명이었다.

 

수련원에서의 108일은 계율로써 청정하고자 했던 시간들이었다. 최초 3일간 만배를 하고, 그 다음부터 매일 500배를 했다. 이것을 다 합치면 6만배다. 간혹 지키지 못한 적도 있지만, 때 아닌 때에 먹지 않고 자지 않았다. 먹는 것은 오로지 채식이었고 파 마늘도 먹지 않았다(가끔 행사 때문에 외부에 나갔는데 그럴 때 몇 번은 김치찌개 같은 것을 먹었다). 술을 전혀 입에 대지 않았고, 신문, 텔레비전, 컴퓨터, 전화 등도 전혀 가까지 하지 않았다. 수련원에서 제공하는 교재 한 권 외에는 책도 보지 않았다.

 

새벽 4시에 일어나 밤 10시에 잠자리에 들기까지 일정은 언제나 빠듯하였다. 소임을 나누어 밥을 짓고 설거지를 하고 청소를 하고 그 외 농사를 짓는 등 여러 일을 하였다. 오전과 저녁에는 부처님 가르침에 대해 법문을 듣거나 도반들끼리 마음 나누기를 하였다. 예불이나 학습 등 정해진 시간은 칼같이 지켜야 하기 때문에 언제나 마음이 바빴다. 밥을 편안히 먹을 수 없었고, 초기에는 이를 닦거나 세수하는 시간조차 낼 수 없었다.

 

불가에서 회향이란 자신이 쌓은 공덕을 중생에게 돌리는 것을 말한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중생들이 그 전에 쌓아 온 나쁜 업으로 말미암아 받게 되는 무거운 고통의 여러 가지 과보를 내가 대신 받고, 그 중생들이 모두 다 깨달음을 얻도록 힘쓰며, 이것이 계속하여 끊임없어도 몸과 말과 생각에 조금도 지치거나 싫어함이 없는 것이 회향이다.(화엄경 보현행원품, 불교성전 539~540쪽)

 

108일간의 공부 갖고 내가 위와 같이 회향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것이다. 그러나 수련원에서 조금이나마 쌓은 공덕이 있다면, 이것을 바탕으로 더 열심히 수행하고 회향할 생각이다.


정토수련원은 불교수행 단체인 정토회에서 운영한다. 정토회 지도법사는 법륜스님이다. 스님은 개인의 철저한 수행을 강조하면서도 환경, 통일, 제3세계 빈민구호에도 큰 관심을 갖고 일을 하신다. 2002년 아시아의 노벨평화상이라 할 수 있는 라몬 막사이사이상(평화와 국제이해 부문)을 받으셨다. 정토회나 법륜 스님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언급하기로 하고 여기서는 이만 줄인다.

 

정토수련원은 문경시 가은읍 원북리에 있는 뇌정산 중턱에 자리를 잡고 희양산과 마주보고 있다. 회향 직전에 큰 눈이 와 며칠 동안 계속 눈을 쓸었다. 다행히 회향하는 날에는 눈이 오지 않았다. 우리가 눈을 치운 길을 따라 회향하는 기분이 아주 가볍고 좋았다.


수련원에 있는 동안에는 일과 공부가 바빠 글을 쓸 시간이 없었다. 약간의 간단한 메모만 했는데, 이것을 참고하고 기억을 더듬어 지난 108일을 되돌아 보면서, 시간이 날 때 틈틈이 정리하고자 한다.

(2010. 1. 10. 22:12)

 

회향하는 날 아침, 그동안 학습을 하던 관음전에서

 

원래 학습 때는 우리도 법복을 입었다.

지금 법복을 입고 있는 분들은 선배 행자님들로써 백일출가를 마치고 더 남아 공부하고 있다.

 

가운데가 유수 스님, 정토수련원장이시다. 왼쪽이 행자반장님.  

 

 

요사채, 눈이 많이 왔다.

 

멀리 보이는 우뚝한 산이 희양산 

 

 

점촌 감자탕집에서 그동안 마시지 못한 소주를 마시며 뒷풀이를 하고 있다.

 

 


검사님 이제 귀가하셨군요.
기다리고 기다리던 글이 올라오니 너무 반갑습니다. 앞으로 블로그에 자주 들러 어떤 일이 있는지 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새해 가족모두 건강하시고 항상 행복하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저도 반갑네요. 앞으로 자주 연락하고 지내요.
삶의 교훈을 보았습니다..
게으른자의 부끄러움을
이제사 느꼈습니다..
아름다운분들 이십니다..

글읽고 사진을보고 댓글을 보며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백일출가 너무 하고싶습니다.
하지만 한아이의 아빠이고 한여자의 남편입니다.
종교인도 아니며 깨닳음을 얻고싶어하는 한남자입니다.
하는일 그만두고 할수없음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집에서라도 아침일찍 일어나 108배 하고있습니다.
법륜스님 너무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