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어린왕자 2021. 6. 1. 22:05

등잔 밑이 어둡다 (새로운 것을 알게 되는 즐거움)

 

지난 토요일, 아내와 함께 집을 나섰다. 선재는 이틀 전 사랑니를 빼 몸이 좋지 않아, 집에서 쉬었다. 일주일 전, 아내랑 선재와 함께 통영 미륵산을 다녀오는데 큰 무리가 없었기 때문에, 이번에 아내와 둘이 상학봉 산행을 위해 나선 것이다. 조금씩 늘려가 밑바탕이 튼튼하게 잡히길 바란다. 이번 산행길은 내게는 세 번째다.

 

신정리에서 애기업은바위 쪽으로 들어가 삼거리에 차를 세우고, 왼쪽으로 상학봉을 향해 올라갔다(08:28). 아내가 엉겅퀴를 발견했다. 가면서 보니 많이 나 있었다. 좀 더 자라면 뜯어다 효소를 담가야겠다고 말을 나누었다. 임도 끝에서 산행길에 들어서는 입구는 작은 나무들로 뒤덮여 터널 같았다. 허리를 굽혀 터널을 빠져나오면, 평평한 길이다.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는 것 같은데도 길은 그런대로 잘 나 있다.

 

가지 능선을 타고 조금 오르면, 조망이 트이는 바위 쉼터가 나온다. 그곳에 앉아, 애기업은바위도 보고, 우리 집 쪽으로 알프스 자연휴양림 뒷산도 바라보았다. 따뜻한 보이차 맛이 좋았다. 가만히 견주어 보면, 이 차 맛이 술맛보다 훨씬 더 그윽하고 정신을 맑게 하는데, 난 왜 술에 집착하는 것일까? 아내는 순간의 쾌락에 탐닉하는 것이라 했다. 맞는 말이다.

 

신정리 쪽에서 묘봉, 상학봉, 비로봉, 상모봉으로 이어지는 서북능선에 오르는 길은, 내가 알기로, 세 곳이다. 전에는 이 길을 잘 몰라, 반대쪽 화북 운흥리에서만 올랐다. 재작년부터인가는 이곳을 알게 되어, 요새는 이쪽에서만 서북능선에 오른다. 이쪽이 집에서 더 가깝고 산 타는 맛도 더 나는데, 몇 년 동안 알지 못했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헛말이 아니다. 새로운 것을 알게 되는 기쁨이 큰데, 최근 이런 경험을 자주 하는 것 같다. 이렇게 우리가 안다는 것에는 한계가 있으니, 늘 겸손하고 열려 있어야 할 것이다.

 

바위에서 일어나 조금 가면, 꽤 길고 경사가 있는 쇠로 만든 계단이 나온다. 중간쯤 가다 보니, 계단 아래 바위 위에 바위채송화가 있었다. 멋지게 찍어보려고 하는데, 계단 때문에 잘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사진을 찍으며, 경사진 계단 중간에서 한참 머무니, 아내가 무섭다고 하였다. 애기업은바위는 언제나처럼 늠름하게 서 있었다. 능선에 올랐다(09:38). 먼저 올라간 아내는 능선 반대쪽에서 단풍취를 찾아내 뜯으려고 하였다. 그런데 이미 샜는지 뒷면에 검은 점 같은 것이 있어 뜯지는 않았다. 아내가 별로 힘들어하지 않아 다행이었다.

 

상학봉에서 북쪽으로 난 능선을 따라 10여미터만 가면 확 트인 조망이 나온다. 특히, 상모봉에서 토끼봉 쪽으로 이어진 커다란 바위 모습이 엄청나다. 속리산 전체에서 몇 번째 안에 들 수 있는 절경이다. 바로 눈앞에 고사목이 있어 절경을 가리는가 싶기도 한데, 고사목 때문에 더 멋있다고 아내는 말한다. 바람이 셌다. 우리가 있는 바위 능선 폭이 좁아, 아내는 작은 의자에 앉는 것도 떠 있는 것이라 무섭다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렇게 주저앉고도 무섭다고 했다. 거기서 막걸리 몇 잔 마시면서 멋진 풍경을 보고, 아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상학봉에서 묘봉을 향해 내려가는 곳에는 사람 뒷모습을 한 바위가 눈길을 끌었다. 조금 더 가서는 한 바위 위에서 참나무와 소나무가 함께 자라는 것을 보았다.

 

묘봉과 애기업은바위로 갈라지는 삼거리 조금 못 미친 곳에서 아주 큰 단풍취밭을 만났다. 처음이다. 단풍취를 알게 된 것은, 지난봄 상주 푸른누리에 가 멧나물 공부를 해서다. 배워서 새로 알게 되는 즐거움이 삶에 활기를 더해준다. 배우지 않았다면, 그냥 지나쳤을 것이다. 삼거리에서 애기업은바위로 얼마 더 가서는 비비추가 모여있는 곳을 만나 조금 뜯었다. 나물이 한창 날 때는, 공단에서 산불을 막는다며 사람을 막는데, 이 나물들을 어찌해야 할지 고민이었다. 새벽 일찍 올라와 따, 산불감시원이 출근하기 전 내려가는 방법밖에 없다.

 

다 내려와서는 임도 가에 있는 이고들빼기를 뜯었다. 차 세운 곳에 오니 11:28이다. 3시간이 걸렸다. 아내는 올라갈 때 미끄러져 넘어져, 다리에 멍이 좀 들기는 했으나, 가뿐한 모습이다. 앞으로 같이 다니면, 아내도 산행의 즐거움에 빠져들 것이다. 집에 와, 산에서 따온 비비추와 이고들빼기를 삶아 무쳤다. 이고들빼기가 무척 썼다. 그래도 산 기운에 몸이 좋아지는 느낌이었다.

(2021. 6. 1. 21:31)

 

일시 : 2021. 5. 29.() 맑음

같이 간 이 : 아내

 

 

 

알프스 자연휴양림 뒷산. 뾰족한 산은 이름을 모르고, 오른쪽은 쌀개봉

 

애기업은 바위

 

상학봉에서 바라본 상모봉, 토끼봉

 

상학봉에서 묘봉 쪽으로 내려가면서 왼쪽에 있는 사람 머리 바위

 

한 바위 위에서 참나무와 소나무가 같이 자라고 있다.

 

단풍취밭

 

비비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