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어린왕자 2021. 6. 21. 23:15

청미래덩굴과 둥굴레 뿌리를 캐다

 

2021. 6. 19.() 맑음

이날은 낮 두 시에 본리지 학교 수업이 있어 마음이 바빴다. 어느 산을 갈지 고민하다가 주봉을 선택했다. 주봉은 작년 12월 선재와 함께 대원리 쪽 체메기고개에서 올라 원평리 싸리재로 내려온 적이 있다. 이번에는 반대로 싸리재에서 오르기로 했다. 거리가 짧고 험하지 않아 반바지 차림으로 나섰다. 집사람은 컨디션이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싸리재에 차를 세우고 전에 내려온 길을 거꾸로 올랐다. 전날 마신 술 때문에 몸이 무거웠다. 고사리와 청미래덩굴이 자주 눈에 띄었다. 청미래덩굴은 나는 자연인이다프로그램에서 가끔 뿌리를 캐던 것이다. 아내가 줄기가 튼튼해 보이는 놈을 하나 보고는 캐자고 한다. 몸이 무거워 귀찮았지만, 아내가 원하니 할 수밖에 없었다. 흙에 돌이 섞여 캐기가 쉽지 않았다. 약초 캐는 괭이를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 캐니, 30센티미터는 되었다. 뿌리가 굉장히 딱딱했다.

 

정상까지 1시간 반 정도 걸렸다. 신선봉 쪽은 벌목으로 확 트였다. 아내와 따뜻한 보이차를 마셨다. 전에 그곳에 선재와 함께 앉아 술 마시던 때를 떠올렸다. 정상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장갑리 쪽으로 향했다. 가다 보니, 둥굴레 무리가 나왔는데, 캘까말까 하다가 그냥 지나쳤다. 그런데 아내가 캐자고 한다. 둥굴레는 뿌리가 옆으로 길게 뻗어 캐기 쉽다. 크고 굵은 것을 많이 캤다. 이것들은 집에 가져와 밥하는 데 넣고, 나머지는 한번 삶아 말렸다. 나중에 볶으면 둥굴레 차가 된다. 멧돼지 소리가 몇 번 지나갔다. 의외로 아내가 별 반응이 없었다.

 

계속 내려가는데 경사가 심했다. 아무래도 우리가 가려고 했던 길이 아닌 것 같아, 도로 올라왔다. 지금 글을 쓰면서 지도를 자세히 보니, 가려고 했던 그 길이 맞았다. 한참 내려갔다 다시 올라간다. 아무래도 그 길은 나중에 겨울에 다시 가야 할 것 같다.

 

주봉 정상에서 대원리 쪽으로 내려가는 능선길 왼쪽은 벌목한 곳이다. 풀과 작은 나무들이 가득했다. 반바지를 입어, 가시가 있는 산딸기, 산초 등에 다리가 마구 긁혔다. 풀 속으로 뱀이나 벌이 있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되었다. 스틱으로 미리 치면서 나아갔다. 그만큼 더뎠다. 그래도 취나물을 곳곳에서 본 것은 수확이다. 큰 나무가 없다 보니, 이른 봄에는 뜯어먹을 나물이 꽤 나올 것 같다. 내년 봄에 다시 오자니 아내도 그러자고 한다.

 

전의 경험에 비추어, 능선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오른쪽 능선으로 빠지는 갈림길이 있어야 하는데 도무지 나오지 않았다. 길을 잘못 든 것이다. 나중에 보니, 도중에 능선 오른쪽으로 빠졌어야 하는데, 지도를 보아도, 그 지점을 찾기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어쨌든, 앞으로는 어떤 산을 가더라도, 미리 지도를 꼼꼼히 검토한 후 가야겠다. 이번 산행에서 두 번이나 길을 잘못 들었지 않은가.

 

능선을 따라 계속 내려가면 임도다. 걷기 편한 길이 나와 다행이다 싶었는데, 체메기고개까지 한참이다. 이미 지친 몸에, 대원리를 지나는 버스 시간을 맞춰야 한다는 생각에 조바심이 났다. 그래도 아내는 가는 길에 만난 뽕나무에서 오디를 따 먹는 데 열중이다. 지난 산행에서도 산 오디를 맛나게 따 먹었다. 산 오디는 작지만, 무척 달다. 산 기운이 가득 배어 있으니, 먹는 마음이 어찌 기껍지 않겠는가.

 

체메기고개에서 대원리 버스 서는 곳까지 가는 길은 땡볕이다. 그러나 호숫가라 바람이 시원하고, 비탈길에 핀 꽃들 구경하는 재미가 커 지루하지는 않았다. 도중에 길가 산자락에 머위가 무리 지어 있는 것을 봤다. 이 머위는 일요일 차를 끌고 와 다 베어갔다. 줄기는 껍질을 까 반찬을 하고, 잎은 효소 만드는데 들어갔다.

 

서둘러 내려가, 대원리에서 1155분 버스를 타고, 알프스 수련원에서 내렸다. 아내는 그곳 그늘에서 쉬게 하고, 혼자서 뛰어 차를 세워놓은 곳까지 갔다. 뜨겁고 등산화가 무거워 뛰다걷다 했다. 차를 갖고 집으로 가, 서둘러 점심을 먹고, 본리지 학교에 갔다. 수업 뒷부분에서는 졸음과 피로가 밀려오는 것을 참느라 힘들었다. 쉽지 않은 산행이었지만, 아내는 이런저런 멧나물 만나는 재미를 즐겼다.

(2021. 6. 21. 23:00)

코스 : 싸리재 ~ 주봉 ~ 체메기고개 ~ 대원리 버스 서는 곳

 

청미래덩굴 뿌리
기린초
엉겅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