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어린왕자 2021. 9. 6. 23:06

지난 토요일은 부산서 올라오는 해빈을 대전역에서 만나 보은으로 데려오기로 했다. 그래서 오전에, 가는 도중에 있는 옥천군 군북면의 고리산(578m)으로 산행을 갔다. 고리산은 오래전 청주로 산악회에서 갔던 곳인데, 아내와 병원 때문에 보은과 대전을 오가며 산을 바라보고 한 번 가보자 생각하고 있었다. 요즘 매주 같이 산행하고 있는 집사람도 고리산을 생각하고 있었다.

 

산외면에서 보은읍으로 접어들다 보면, 멀리 금적산(652m)과 덕대산(620m)이 우뚝 솟은 게 보인다. 전에는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런데 보은과 대전을 여러 차례, 옥천을 거쳐 오가다 보니, 두 산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이 산들은 보은과 옥천의 경계를 이루는데, 옥천 쪽에서 바라보면, 마치 유럽 알프스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몇 주 전, 아주 더운 여름날, 아내와 함께 덕대산에 올랐다. 그 후로 두 산이 훨씬 더 가깝게 느껴졌다. 자세히 보니, 금적산과 덕대산은 보은읍 쪽에서도 아주 멋지게 보였다. 무엇이든 내가 직접 겪어보아야 가까워지는 법인 모양이다.

 

옥천과 대전을 잇는 4번 국도에서 빠져나와 꾸불꾸불한 길을 따라가노라니 여기저기서 벌초하는 소리가 들린다. 벌초를 따라온 여자와 아이들은 도로가에서 그늘막을 치고 지루한 듯 벌초 끝나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저런 벌초를 왜 해야 하는지, 농경사회에서 한참 벗어난 지금 시대에서는 좀 바뀌어야 하는 것 가 아닌가?

 

오랜만에 와 들머리 찾는데 조금 헤맸다. 황룡사 오른쪽, 급하게 경사진 가지 능선을 따라 올라가면 된다(08:17). 계속 오르막이다. 날이 선선해져서 그런지 구슬땀은 나지 않는다. 산행에서는 땀을 흠뻑 흘려야 시원한 맛이 나는데, 조금 더 올라야 그 맛을 느낄 것 같았다. 몸에 열기가 한참 오르고, 숨도 가빠진 때, 잠시 쉰 다음 좀 더 가서 아침을 먹자니 아내가 먹고 가자고 한다. 샌드위치와 과일로 간단하게 싸 왔다. 맛나게 먹었다.

 

아내는 혹시 송이버섯이 나오지 않았나 여기저기 살핀다. 나도 더덕이 보이지 않나 하고 살피기는 마찬가지였는데, 그런 것들이 우리 눈에 쉽게 띌 리가 없다. 조금 평평한 곳이 나와 잠시 쉬려는데, 아내가 기겁하고 소리친다. 뱀을 봤다는 것이다. 아내가 가리키는 곳을 봐도 보이지 않다가, 나중에 새끼독사 한 마리가 움푹 패인 곳에 웅크리고 있었다. 아내는 스틱으로 뱀을 짚으며 물컹거리는 느낌을 받은 것이었다. 잠시 바라보는데 뱀 눈이 눈에 들어왔다. 새끼라 그런지 귀엽게도 느껴졌다.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렸는데, 어떤 분은 원숭이 같다고 했다. 나도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주능선까지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09:45). 나뭇잎 때문에 전망이 트이지 않고, 틈새로 보이는 동쪽 금강호는 녹조가 끼었다. 전에도 느꼈지만, 헬기장으로 만들어진 고리산 정상은 초라하다. 사각의 검은색 돌로 표지석을 만들었는데, 볼품이 하나도 없다. 산행길 곳곳에 스테인리스스틸로 만든 표지판도 산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다. 옥천군에서 산을 어떻게 관리하나,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사진 곳에 매 놓은 밧줄은 돌보지 않아 나무 살이 줄을 삼키고 있었다. 누군가 그것이 불쌍했는지, 애써 밧줄을 끊었는데, 밧줄이 있던 곳은 흉터와 함께 불룩하게 솟아 있었다. 자연에 사람이 손을 댄다는 것은 그만큼 조심스러워해야 할 일이다. 어디 자연뿐이랴. 사람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다. 우선은 그냥 놓아둘 일이다.

 

이날 산에서 관심있게 본 것은 잘려 땅바닥에 떨어진 참나무 어린 가지들이다. 잘린 부분을 보면, 마치 톱으로 자른 듯 매끈하다. 산행할 때는 사슴벌레가 한 짓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는데, 인터넷으로 보니 도토리거위벌레가 한 짓이다. 어린 가지에 달린 도토리에 구멍을 뚫고 그 안에 수정란을 낳는다고 한다. 5~8일이 지나면 애벌레가 되고, 도토리를 파먹고 자라 20여일 뒤에 땅속에 들어가 유충 상태로 겨울을 나고, 이듬해 5월 하순 무렵 번데기가 되었다가 어른이 된다. 어른이 되면, 다시 참나무로 올라가 산란을 한다고 한다.

 

정상을 지나 능선을 타고 세 번째 봉우리가 전망대다. 대청호와 그것을 섬처럼 가로지르는 산, 그리고 멀리 겹겹이 쌓인 산들이 어우러져 그림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산을 내려가는데, 아내가 신발 밑창이 떨어질랑말랑 한다고 했다. 최근 산행을 많이 하여 그런 모양이다. 산에 맛을 들인 아내에게 멋진 등산화를 사 주어야겠다. 아래쪽에는 계곡물이 꽤 흘렀는데, 시원하게 몸을 씻었다. 도로로 내려와(11:40), 다시 황룡사 주차장까지 주변을 돌아보며 걸어가는데 옛날 생각이 떠올랐다(11:55).

 

2021. 9. 3.() 대체로 맑음

황룡사 ~ 능선 ~ 정상 ~ 전망대 ~ 도로 ~ 황룡사

 

고리산 황룡사

 

새끼 까치독사

 

금강호와 산. 녹조가 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