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어린왕자 2021. 11. 14. 20:06

드디어 두 개 봉우리를 잇다

부수동 마을에서 수정초등학교로 소리목재를 넘어가기 전, 왼쪽을 보이는 산 모습을 처음 보고 크게 놀랐다. 속리산을 많이 안다고 했는데, 전혀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바라본 모습에 홀딱 반했다. 애기업은바위가 주인공인데, 거기서 686m 봉우리로 이어지는 능선, 그 뒤로 펼쳐지는 서북능선이 겹쳐 멋진 풍광을 자아낸다.

지난 겨울, 거기서 보이는 능선을 밟아 보자고, 선재와 함께 소리목재부터 산을 올랐다. 그 길은 산꾼은 거의 다니지 않고, 버섯철에 버섯꾼들만 다녀 길이 뚜렷하지 않다. 지난 겨울에는 버섯꾼이 쳐놓은 비닐끈을 따라 686m 봉우리까지만 다녀왔다. 그 너머로는 경사가 심해 자신이 없어 포기했었다. 애기업은바위에서 686m 봉우리 능선은 언젠가 꼭 가야 했다. 오늘 다시 아내와 함께 나섰다.

 

수정초등학교 옆에 차를 세우고 소리목재로 올랐다(08:57). 소리목재를 지나 본격적인 산행을 하는데, 아내가 삽주를 발견하고는 캐자고 한다. 약초에 관해선, 아내가 나보다 낫다. 자기 몸이 아프다 보니, 더 간절하게 찾고, 그러니 나보다 더 잘 약초를 찾아낸다.

686m 봉우리를 지난 직후는 급경사 내리막이다(10:34). 스틱을 아래로 던져놓고 엉덩이 썰매를 타듯 내려가야 했다. 낙엽이 엄청나게 많아 던져놓은 스틱을 잃어버렸다. 그만큼 긴장되었다. 나로서는 처음 가는 길이라, 길이 나 있는지 불안했다. 버섯꾼들을 위해 처놓은 비닐끈 덕분에 길을 찾아가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으나, 그래도 길을 잘 찾아나갈지 조금은 두려웠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아내 몸 상태가 걱정되어 살펴보니 지치긴 했어도 아직 견딜만한 것 같았다. 자주 쉬면서 체력을 아꼈다. 애기업은바위에 점점 더 가까이 가면서 그 모습을 바라보는 맛이 있었다. 애기업은바위 바로 아래부터는 비닐끈이 없었다. 낙엽이 쌓여 희미한 길을 찾아가는데, 다행이 군데군데 표지기가 나왔다. 애기업은바위를 오른쪽으로 크게 돌아 드디어 평소 다니던 능선에 올랐다(12:01).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드디어 686m 봉우리와 애기업은바위를 이었다. 이제 그 능선을 바라보는 마음이 한결 더 뿌듯하고 여유가 있을 것이다.

묘봉 가는 능선에서 잠시 용변을 보는데, 벗어놓은 배낭 옆에서 앉아 쉬던 아내가 겨우살이를 발견했다. 그리 높지 않아 내가 올라가 땄다. 속리산은 겨우살이 보기가 힘든데, 참 우연히 처음으로 따게 되었다. 산에서 먹거리를 한두 개라도 거두어 오는 일이 즐겁다.

묘봉(13:10), 여적암(14:16)을 거쳐 수정초등학교까지 가는 길이 참 길었다(14:58). 6시간 걸렸다.

 

- 일시 : 2021. 11. 6.() 맑음

- 코스 : 수정초 ~ 소리목재 ~ 686m 봉우리 ~ 애기업은바위 ~ 묘봉 ~ 북가치 ~ 여적암 ~ 수정초

애기업은바위가 가까와지고 있다. 이제 사방에서 다 애기업은바위를 보게 되었다.
겨우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