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어린왕자 2021. 12. 12. 21:39

주왕산 기암과 협곡

 

처음 가 보는 주왕산, 어떤 모습일까? 사진으로 많이 본 주산지 버드나무만 떠올랐다.

아침 8시 조금 넘어 떠났는데, 상주-영덕 고속도로는 안개가 무척 짙었다. 가시거리가 40미터도 안 되는 곳이 많았다. 비상등을 켜고 속도를 줄이고 천천히 갔다.

청송 나들목을 빠져나와 주왕산으로 가는데 왼쪽 마을에 커다란 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언뜻 느티나무나 버드나무로 보이지만 뭔가 달랐다. 차를 세우고 가까이 가 보니, 350년 된 비술나무란다. 느릅나무과 느릅나무속에 속한다. 구불구불 줄기를 세우고 가지를 뻗친 모습이 장관이다. 보은 집에서 주왕산 주차장까지 2시간 정도 걸렸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10:38) 산으로 가는데, 식당가가 나왔다. 막걸리 한 잔에 오뎅 5개를 먹었다. 젊은 주인 아주머니가 뜻밖에도 유쾌했다. 현금으로 6,000원을 주니, 땡큐란다. 아내는 오뎅 값이 비싸다고 했다. 대전사 가는 길목의 식당가는 차가 다니지 않아 가깝게 느껴졌다. 옛날 저잣거리를 가는 기분이었다.

 

대전사에 가기 전부터 멀리 커다란 봉우리 몇 개가 우뚝 솟아 있는 게 눈길을 끌었다. 기암이라 불렀다. 이 기암은 주왕산에서 내가 서 있는 곳에 따라 다르게 보였다. 산행하면서 기암을 다르게 보는 맛이 좋았다. 대전사는 너른 마당에 편안하게 자리 잡았다. 보광전(보물 1570) 뒤로 우뚝 솟은 기암이 절과 잘 어울렸다. 오래된 부도 4개가 눈에 띄어 사진을 찍는데, 뒤의 돌담, 그리고 다시 그 뒤로 기암이 보였다. 나뭇잎이 떨어지니 기암도 같이 사진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주봉 쪽으로 향했다. 올라가는 도중에 있는 두 곳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광이 뛰어났다. 아래서는 우뚝 솟았던 기암이 눈 아래로 펼쳐졌다. 그 기암 왼쪽으로 혈암이 있고, 오른쪽으로는 길게 바위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었다. 나중에 내려가 확인한 것인데, 그곳이 멋진 협곡이었다.

산행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올라가는 도중에 아내가 삽주를 찾아냈다. 사람들이 지나가길 기다렸다가 캐 보니, 그리 크지는 않았다. 삽주가 여러 개 더 보였으나 욕심을 내지 않았다. 어쨌든 아내가 약초를 잘 찾아낸다. 약초꾼 소질이 있다. 주왕산 정상인 주봉(726m)은 그저 그랬다(12:43). 정상에서 조금 더 내려가 점심을 먹었다.

왼발이 아파 3주 정도 운동을 못했더니, 내려가는 다리가 후들거렸다. 이름이 특이한 후리메기 삼거리에서 조금 쉬었다(14:15). 물이 많지는 않아도 개울이 예뻤다. 용연폭포 가는 삼거리에서 아내는 쉬고, 나 혼자 용연폭포 쪽으로 올라갔다(14:40). 바위가 비스듬하게 누워 있어, 물이 떨어지지 않고 바위를 타고 몇 줄기로 흘러내린다. 이 폭포는 2단이고 높아 물이 천천히 흘러내리는 모습을 바라보는 즐거움이 있다. 이 폭포는 주왕산 폭포 가운데 가장 크다고 한다. 어린아이 둘을 둔 젊은 부부가 폭포를 뒤로해 사진을 찍는데, 아이 엄마가 해맑게 웃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아내도 같이 올라왔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절구폭포는 길에서 200미터 벗어나 있는데, 아내와 같이 갔다. 이 폭포도 2단인데, 웅장한 맛은 없었다.

조금씩 내려가다 보니, 지형이 특이한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협곡이 시작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큰 협곡은 처음이다. 주왕산은 이 협곡과 폭포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용추폭포는 가장 멋진 협곡에 자리 잡았다. 그곳은 대전사부터 평지 흙길로 이어져 있어 사람들이 많았다. 대전사에 다다르니 날이 어둑해지고 있었다(15:50).

차를 몰아 주산지로 가니, 1킬로미터는 걸어 들어가야 했다, 피곤하고 날도 저물기 시작해 다음을 기약하고 발을 돌렸다. 기암과 협곡, 비술나무가 기억나는 하루였다.

 

일시 : 2021. 12. 12.() 맑고 포근함

누구와 함께 : 아내

코스 : 대전사 ~ 주봉 ~ 후리메기삼거리 ~ 용연폭포 ~ 용추폭포 ~ 대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