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이야기

하늘나라 -2- 2018. 2. 1. 18:15




힘과 도덕 다 갖춰야 '나라다운 나라' 된다



'국가의 철학' 펴낸 윤평중 교수

마키아벨리와 안중근 재해석
"남북 간 '국가이성' 통합 불가능… 북핵 위협 시대, 민족보다는 국가"


"우리 국민은 군사독재와 권위주의 기억 때문에 국가에 대해 피해의식이 있다. 하지만 개인과 공동체의 존립과 발전을 위해 국가는 여전히 중요하다. 부정적 유산은 덜어내야 하지만 목욕물과 함께 아이까지 버리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된다."

정치철학자이자 칼럼니스트인 윤평중(62) 한신대 교수가 국가의 본질과 현재적 의미를 따지는 '국가의 철학'(세창출판사)을 펴냈다. 국가에 대한 이론적·역사적 논의와 함께 한국 사회, 한·일, 한·중 관계, 남북한 문제 등 우리가 당면한 중요 과제를 짚고 있다.

윤평중 교수는“국가 수호를 평화원리주의에 종속시킨 지도자들이 불러들인 재앙의 가장 큰 피해자는 항상 민중이었다”고 말했다.
윤평중 교수는“국가 수호를 평화원리주의에 종속시킨 지도자들이 불러들인 재앙의 가장 큰 피해자는 항상 민중이었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


윤평중 교수는 '나라다운 나라'의 이념적 토대 구축을 '국가이성'이라는 오래된 개념의 재구성에서 시작한다. 국권이 민권을 억압하는 도구로 여겨져 온 '국가이성'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하기 위해 그는 마키아벨리를 재해석한다. 권모술수의 주창자로 오해받는 마키아벨리가 사실은 국가가 폭력과 정의의 양 측면을 갖고 있는 사실을 간파하고 법치주의·시민의식·애국심에 기반한 공화정을 통해 바람직한 정치공동체를 만들려고 했다는 것이다. 권력과 도덕, 현실과 이상, 국권(國權)과 민권(民權)을 조화시키는 '변증법적 국가이성'이 윤 교수가 제시하는 21세기 국가상이다. 그는 "국권을 강조한 산업혁명, 민권을 중시한 민주혁명에 이어 국권과 민권을 통합한 공화혁명의 출발점에 서 있는 대한민국은 변증법적 국가이성의 길을 따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동아시아에서 '변증법적 국가이성'의 모델이 안중근의 '동양평화론'이라고 본다. 국가지상주의에 입각해 이웃 나라들을 지배하려 한 일본의 이토 히로부미와 달리 안중근은 한·중·일 상호 인정과 호혜 평등으로 번영하는 동아시아를 꿈꾸었다. 오늘날 일본은 아직도 메이지 시대의 패권주의적 국가이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중국은 전근대적인 중화중심주의적 국가이성이 범람하고 국권 앞에 민권이 질식 상태다. 윤 교수는 "일본과 중국에서도 관심이 높아지는 안중근의 동양평화론은 삼국 관계를 재정립할 시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한 문제는 '변증법적 국가이성'의 관점에서 조명할 때 명암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부분이다. 남한이 국가이성의 발전 과정을 착실히 밟아온 것과 달리 북한은 국가이성을 김일성 일가(一家)가 사유화함으로써 공공성이 무너졌고 반(反)국가적, 반인민적 유일 지배체제가 성립됐다. 자신을 남북한 사이의 '경계인'으로 규정한 철학자 송두율의 지적 실험은 이런 북한 현실에 눈감음으로써 파산했다. 윤 교수는 "북한의 수령 중심 국가이성과 남한의 변증법적 국가이성의 통합은 불가능하다"며 "더구나 북한이 핵무기로 대한민국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선 민족보다 국가를 앞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나라다운 나라'외침이나 내란에 의해 흔들리는 허약한 국가로는 만들 수 없다고 이 책은 강조한다. 위기에 처한 국가를 지키는 지혜는 로마에서 배울 수 있다. 강력한 시민군이 번영의 물리적 기초가 됐던 것이다. 반면 아테네는 포퓰리즘에 빠져 군사적 판단을 그르쳐 스스로를 지키는 데 실패했다. 윤 교수는 "힘과 도덕 이 결합돼야 제대로 된 국가"라며 "시민들의 나라인 공화정은 시민들이 단호하게 수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의 철학'은 2016년 출간된 '시장의 철학'에 이어 윤 교수가 구상하고 있는 정치철학 3부작의 두 번째 저서. 윤평중 교수는 "정년까지 '시민사회의 철학'을 저술해 현대 사회구성체의 세 요소를 철학적으로 구명하는 작업을 매듭짓고 싶다"고 말했다.





[뉴스해설] 보수가 건강해야 나라가 산다

게시일: 2017. 11. 9.

[윤평중 객원해설위원]

야권발 정계개편이 한창입니다. 바른정당이 진원지입니다. 국민의당도 소란합니다. 바른정당은 국회의원들의 탈당으로 교섭단체 지위를 잃고 말았습니다. 탈당한 의원들은 즉각 자유한국당에 복당 했습니다. 이들은 보수통합을 위해서라고 말합니다. 문재인 정부의 폭주를 막기 위해서라고 변명합니다.

하지만 민심은 냉담합니다. 이들이 헤쳐 모이는 이유를 시민들이 꿰뚫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갤럽이 밝힌 11월 3일자 정당 지지율이 모든 걸 말해줍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48%입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지지도는 9%에 불과합니다. 의석수가 민주당과 비슷한데도 그렇습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각각 6%입니다. 이들 야당 지지율을 다 합쳐도 여당의 절반이 안됩니다. 게다가 문재인 대통령 지지도는 70%를 넘나듭니다. 보수야당들이 지리멸렬한 이유는 자명합니다. 보수가 민심을 잃은 겁니다. 민주국가에서 민심이 떠난 정당은 죽고 맙니다. 이것이 정계개편의 배경입니다. 그러나 4당체제를 3당체제로 바꾸고 3당체제를 양당체제로 재편해도 보수야당이 살아나긴 어렵습니다. 정치공학으로 보수의 위기를 극복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어려울수록 정공법이 필요합니다. 잃어버린 민심을 되찾아야만 보수 부활이 가능합니다. 보수는 과거의 잘못을 역사와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합니다. 과감한 인적 청산과 새 인물 수혈이 시급합니다. 시대를 이끄는 신선한 비전으로 국민을 감동시켜야 합니다.

새는 좌우 날개로 납니다. 나라 살림도 비슷합니다. 여야가 상호견제해야 국정이 순항합니다. 건전한 비판세력은 권력의 부패를 막아줍니다. 튼튼한 야당이 있어야 정부여당이 긴장합니다. 보수가 살아야 진보도 살고, 보수가 건강해야 나라가 삽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