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시 이야기

재휘애비.溢空 2022. 3. 20. 17:39

自祭文(자제문) 陶淵明(도연명)

 

茫茫大塊 悠悠高旻 (망망대괴 유유고민)

是生萬物 余得爲人 (시생만물 여득위인)

自余爲人 逢運之貧 (자여우인 봉운지빈)

簞瓢屢罄 絺綌冬陳 (단표누경 치격동진)

含歡谷汲 行歌負薪 (함환곡급 행가부신)

翳翳柴門 事我宵晨 (예예시문 사아소신)

 

春秋代謝 有務中園 (춘추대사 유무중원)

載耘載耔 迺育迺繁 (재운재자 내육내번)

欣以素牘 和以七弦 (흔이소독 화이칠현)

冬曝其日 夏濯其泉 (동폭기일 하탁기천)

勤靡餘勞 心有常閒 (근미여로 심유상한)

樂天委分 以至百年 (낙천위분 이지백년)

 

惟此百年 夫人愛之 (유차백년 부인애지)

懼彼無成 愒日惜時 (구피무선 게일석시)

存爲世珍 沒亦見思 (존위세진 몰역견사)

嗟我獨邁 曾是異玆 (차아독매 증시이자)

寵非己榮 涅豈吾緇 (총비기영 날기오치)

捽兀窮廬 酣飮賦詩 (졸올궁려 감음부시)

 

識運知命 疇能罔眷 (식운지명 주능망권)

余今斯化 可以無恨 (여금사화 가이무한)

壽涉百齡 身慕肥遯 (수섭백령 신모비돈)

從老得終 奚所復戀 (종로득종 해소부련)

 

寒暑逾邁 亡旣異存 (한서유매 망기이존)

外姻晨來 良友宵奔 (외인신래 양우소분)

葬之中野 以安其魂 (장지중야 이안기혼)

窅窅我行 蕭蕭墓門 (요요아행 소소묘문)

奢恥宋臣 儉笑王孫 (사치송신 검소왕손)

 

廓兮已滅 慨焉已遐 (곽혜이멸 개언이하)

不封不樹 日月遂過 (불봉불수 일월수과)

匪貴前譽 孰重後歌 (비귀전예 숙중후가)

人生實難 死如之何 (인생실난 사여지하)

嗚呼哀哉 (오호애재)

 

 

나의 제문

 

끝없이 넓은 대지

아득히 높은 하늘

이 하늘과 땅 만물을 낳고

나도 사람으로 태어났다

사람으로 태어나면서부터

가난한 운명을 만나

밥 소쿠리와 표주박은 자주 비고

거친 베옷을 겨울에도 입었다

그러나 기쁜 마음으로 골짜기에서 물을 긷고

땔나무 지고 걸어가며 노래했으며

어둡고 누추한 집에서

아침부터 밤까지 내 일을 하였다

 

봄과 가을은 바뀌지만

전원에는 언제나 할 일이 있으니

풀 뽑고 흙 북돋우면

작물이 자라 번성한다

책 읽으며 즐거워하고

七弦琴(칠현금) 타며 편안하였다

겨울에는 햇볕을 쬐고

여름에는 시내에서 목욕을 한다

일 할 때는 힘껏 열심히 하고

마음은 언제나 한가로웠으니

天命(천명)을 즐거이 따르고 본분에 맡기며

이렇게 일생을 보냈다

 

이 한평생을

사람마다 모두 아끼는데

일생토록 이룬 바 없을까 두려워

하루 한시를 탐하고 아까워한다

살아 있을 때는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죽은 뒤에도 그러하길 원한다

아아, 나만은 홀로 나의 길을 걸으며

지금껏 세상 사람들과는 달랐다

사랑을 받는 건 내 영광으로 여기지 않았으니

혼탁한 세상이 어찌 나를 검게 물들일 수 있겠는가

누추한 집일지언정 꼿꼿하게 지내며

흥겹게 술 마시고 시를 지으며 살아왔다

 

운명이란 것을 잘 알지라도

누군들 뒤돌아보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는 이제 이렇게 죽어도

유감이 없다

백 살 가깝도록

은거 생활을 동경하였는데

늙어 天壽(천수)를 다 하였으니

또 무엇을 연연해하리오

 

세월은 점점 흘러

죽어 살았을 때와는 달라지니

친척들은 새벽에 오고

친한 친구들도 밤에 문상을 와서

들판에 나를 묻어

내 영혼을 편안하게 한다

어두운 곳으로 내가 가는 길

바람 소리 쓸쓸한 무덤 문을 들어서니

()나라 桓魋(환퇴)같이 사치한 장례 부끄럽고

楊王孫(양왕손)같이 검소한 것도 우습구나

 

공허하니 나는 이미 죽어버리고

개탄스럽게도 이미 멀리 떠났네

높이 봉분도 만들지 않고 나무도 심지 않으며

세월은 점차 흘러가버린다

살아생전 명예를 귀하게 여기지 않았으니

누가 죽은 뒤의 칭송을 중시할 것인가

인생살이 참으로 어려웠는데

죽은 뒤는 또 어떠할까

아아, 슬프도다

 

 

自註

1 이 글은 작가가 죽던 해인 427년 지은 마지막 작품으로 이치수 역주의 도연명전집(문학과 지성사간)에서는 ()으로 소개되었지만 換韻(환운) 長篇詩(장편시)로 볼 수 있는데

 

2 그 앞부분에

때는 정묘년 9월 날씨는 차고 밤은 길며 바람은 쓸쓸하게 부는데 기러기는 남쪽으로 날아가고 초목은 누렇게 시들어 떨어진다 나 도연명은 이제 잠시 깃들었던 인생이라는 여관을 작별하고 영원히 본래의 집으로 돌아가노라 친구들은 구슬프게 울며 오늘 저녁 나를 제사 지내며 떠나보낸다 좋은 음식을 차리고 맑은 술을 따른다 나의 얼굴을 보아도 이미 흐릿하고 나의 소리를 들으려 해도 더욱 적막하기만 하다 아아 슬프도다

라 적혀 있는데

 

3 첫째 단락 4련의 簞瓢屢罄(단표누경)에서 ()은 대나무로 만든 밥그릇이고 ()는 표주박이며 ()은 고갈되다 끊어지다로 한 그릇의 밥이나 한 바가지의 물도 자주 비워졌다는 뜻이며 絺綌(치격) ()는 가는 갈포고 ()은 굵은 갈포이며 5련의 含歡谷汲(함환곡급)은 즐거운 기분으로 골짜기에서 물을 긷는다는 뜻으로 漢書 地理誌(한서 지리지)에 땅이 협소하고 험한 산 속에서 살며 골짜기의 물을 떠먹다(土狹而嶮山居汲谷)는 글이 있으며 行歌負薪(행가부신) 漢書(한서)에 있는 말로 朱買臣(주매신)이 길을 가면서 혼자 노래하며 무덤 사이로 나무를 지고 갔다(朱買臣獨行歌道中 負墓薪間)고 하며 둘째 단락 3련의 素牘(소독) ()는 때 묻지 않았다는 뜻이고 ()은 글, 책이며 6련의 樂天委分(낙천위분) 天道(천도)를 즐기고 자기 분수에 몸을 맡긴다는 뜻이고 셋째 단락 3련의 存爲世珍(존위세진)은 이 세상에 살아서는 세상 사람들에게 칭찬받고 존대 받고자한다는 뜻이고 沒亦見思(몰역견사)는 죽어도 역시 남에게 추모되기를 바란다는 뜻이고 5련의 ()은 사랑으로 속세의 명예나 이득이나 권세를 말하고 涅豈吾緇(날기오치)에서 ()은 진흙 속의 흙먼지나 때고 ()는 검게 물들이다라 속세의 ()이 어찌 나를 더럽힐 수 있겠느냐는 뜻이고 넷째 단락 3련의 肥遯(비돈)은 주역 遯卦(돈괘)에 있는 말로 은거한다란 뜻이고 다섯 째 단락 5련의 奢恥宋臣(사치송신) ()나라의 신하인 桓魋(환퇴)가 자기가 묻힐 호사스러운 돌관(石棺)을 삼 년 이상의 세월을 들여 만들었는데 도연명은 그런 사치는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사용했고 儉笑王孫(검소왕손) () 楊王孫(양왕손)은 자식에게 자기가 죽거든 알몸으로 땅에 묻으라고 일렀는데 몸이 흙에서 나온 것이니 죽어 알몸으로 묻혀야 원래대로 환원된다는 생각에서 그랬다하는데 사람들은 너무 儉約(검약)한다고 웃으며 욕했다하는데

 

4 지금까지 위 이치수 역주의 도연명전집(문학과 지성사간)과 장기근 편저 중국고전한시인선 3 도연명(태종출판사간)을 참고했음을 거듭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