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

재휘애비.溢空 2014. 2. 5. 12:49

一 字를 아십니까?

 

 

나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 앞에서 千字文을 읽었지만

一字를 제대로 안 것은 나이 50이 넘어서였다.

우리세대는 중고등하교는 물론 대학에서도 교양한문敎養漢文이란 과목이 있어

한자漢字와는 매우 친숙했었고 예전에는 간판이나 신문에도 한자가 많아

한글보다 더 요긴하게 쓰기도 했었다.  

 

옥편이나 자전은 가장 자주 이용하는 책으로

수천수만 번을 뒤적거렸어도 한 자를 찾아본 적은 없었다.

수련修鍊 中에 대한 의문이 생겨 자전을 펼쳤을 때

나는 깜짝 놀라 감전된 듯 온 몸으로 전율을 느꼈다.

  

세상에...한 일자도 모르는 물체가 뭘 안다고 지껄이고 다녔단 말인가...

자 속에는 많은 뜻이 들어있고 용례用例 단어가 무려 900개가 훨씬 넘었다.

자를 어렴풋이나마 알고 나서야

난 한자漢字에 비로소 실눈을 뜨게 되었다.

해서 요즘 내 강의는 단순히

글자의 훈이나 음만을 기억하도록 가르치는 게 아니라

그 글자가 생기게 된 내력來歷과 그 글자 속에 담긴 뜻을

스스로가 도출導出헤낼 수 있게 유도誘導한다.

첫 시간 교육은 대개 이렇게 시작된다.

 

이 세상에 있는 것 중에 가장 큰 게 뭘까요?“

 

수강자가 20명 내외라면 각자에게 다 물어,

대답을 모든 사람이 같이 듣는다.

것은 + = 하늘이라는 답과

어릴 때 가장 먼저 배우는 千字文의 첫 자인 하늘 천 자를 함께 만들어 낸다.

아울러 하늘 자 속에는

자와 자와 자와 자가 모여 하늘이라는 글자가 되었음과

자 한 글로 일곱 글자를 알게 하여

사고력과 추리력도 함께 기르게 지도한다.

처음 배우는 글자인 한 자가 가장 소중함을 일깨우고

자가 품은 뜻과 쓰임새를 공부한다.

  

一人이라면 한 사람이나 一同이라면 모든 사람을 뜻한다.

一等이라면 제일 높은 등급이지만 一層이라면 제일 낮은 곳이다.

一席은 가장 높은 황제의 자리이고 一般人은 가장 낮은 백성이다.

一介는 낱낱의 한 개이나 一切全體를 나타낸다.

一寸光陰이라면 아주 짧은 잠깐의 시간을 뜻하지만

一生이라면 내가 가질 수 있는 가장 긴 시간을 의미한다....

또한 한 일자의 은 중앙中央을 말하기도 한다.

한낮. 한밤중. 한가운데처럼...

  

자는 하나라는 뜻도 있고 전부라는 뜻도 있다.

첫째라는 의미도 있고 끝이라는 의미도 있다.

가장 높은 곳도 이요 가장 낮은 곳도 이다.

가장 짧은 시간도 이요 가장 긴 시간도 이다.

한 가운데도 인 걸 깨닫고 나면

색즉시공色卽是空1=0이라는 의미도

그 참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쉽고 가장 작은 숫자

자전의 첫 장 첫 글자로 올라있는 이유와

존재하는 모든 것은 모두가

의 집합集合임을 깨달을 때

수와 글(數字)의 철학과 그 위대함에 숙연해 진다.

  

쓰임에 따라 수백 가지 뜻으로 나타나고

이 바로 이고 이고 우리이고 하늘임을

첫 시간에 암각화岩刻畵로 하이얀 가슴에 수를 놓는다.

 

<한국어문회의 語文生活 195.-2014.2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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