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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휘애비.溢空 2022. 6. 17. 09:46

#11,811.일휴(日休)가 부쳐 온 시에 차운하다 3.

-徐居正(서거정):朝鮮-

금압 향로에 향 피우고 문을 반쯤 닫고

  金鴨燒香半掩門(금압소향반엄문

황혼 무렵 좌병 앞에 외로이 누웠노라니

  短屛孤枕欲黃昏(단병고침욕황혼)

가는 구름 끊긴 곳에 저녁 하늘은 푸르고

  行雲斷處暮天碧(행운단처모천벽

소나기 때로 내리어 못 물은 혼탁한데

  急雨時來池水渾(급우시래지수혼)

달 밝은 남루에서 내 흥취 맞아주어라

  明月南樓邀我興(명월남루요아흥

맑은 바람 북쪽 창또한 임금 은혜일세

  淸風北牖亦君恩(청풍북유역군은)

근래엔 병이 많아서 교유마저 끊어지니

  邇來多病交遊冷(이래다병교유랭

인정의 변태 분분함이 문득 괴이하구려

  却怪人情變態紛(각괴인정변태분)

-古譯院()-

맑은~ : 도잠(陶潛)이 어느 여름날에 맑은 바람이 불어오는 북쪽 창 밑에 누워서 스스로 희황 이전 시대 사람[羲皇上人]’이라고 했던 데서 온 말이다.

 

#11,812.두 번째.

-徐居正(서거정):朝鮮-

항아리 들창 앞엔 대로 사립짝 만들고

  瓮牖前頭蓽作門(옹유전두필작문

소금 부추로 조석 끼니는 지낼 만한데

  鹽虀聊可度晨昏(염제료가도신혼)

눈은 오랜 병 때문에 어른어른거리고

  眼因病久花曾翳(안인병구화증예

머리는 시를 읊다가 온통 희어져가네

  頭爲吟安雪欲渾(두위음안설욕혼)

다만 거친 광기로 물의를 일으키지만

  直以疎狂招物議(직이소광초물의

쇠퇴함으로 임금 은혜 보답고자 한다오

  擬將衰朽答君恩(의장쇠후답군은)

평생에 얻은 거라곤 오직 서책뿐이건만

  平生所得唯編簡(평생소득유편간

지금까지도 백발로 분란함이 한탄스럽네

  猶嘆如今白首紛(유탄여금백수분)

-古譯院()-

항아리~만들고 : 아주 협소하고 빈한(貧寒)한 집을 말한다. (예기(禮記)) 유행(儒行) 선비는 일 묘의 집이 있으되, 매우 협소한 집에다 대로 엮은 사립에 홀만 한 출입구를 내고, 쑥으로 엮은 거적문에 항아리 구멍으로 들창을 낸다.[儒有一畝之宮 環堵之室 篳門圭窬 蓬戶甕牖]”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지금까지도~한탄스럽네 : 어려서부터 학문을 하여 백발에 이르러서도 분란(紛亂)스럽기만 하다는 뜻으로, 늙어서까지 학문이 전혀 성취되지 못함을 의미한다. 양웅(揚雄) (법언(法言)) 오자(吾子) 아이 때부터 학문을 익혔지만 늙어서도 분란스럽기만 하다.[童而習之 白紛如也]”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11,813.세 번째.

-徐居正(서거정):朝鮮-

무궁화 붉게 피고 버들가지 문에 비치고

  紅槿花開柳映門(홍근화개류영문

매실 익을 무렵이라 비는 어둑히 내리니

  黃梅時節雨昏昏(황매시절우혼혼)

서늘하긴 엷은 오사모가 가장 좋거니와

  納涼最愛烏紗薄(납량최애오사박

취하는 덴 막걸리 텁텁함을 논할 것 없지

  取醉休論白酒渾(취취휴론백주혼)

경술을 익힌 소신은 좋은 계책도 없이

  經術小臣無好策(경술소신무호책

문명 성대에 깊은 은혜만 입고 있다가

  文明聖代荷深恩(문명성대하심은)

십 년 동안 청산에 갈 약속을 저버렸더니

  十年辜負靑山約(십년고부청산약

낚싯배 낚싯대가 꿈속에 자주 들어오네

  釣艇漁竿入夢紛(조정어간입몽분)

-古譯院()-

 

#11,814.재차 화답하다 네.

-徐居正(서거정):朝鮮-

삼복의 무더위라 문 닫고 들앉았노라니

  三伏炎蒸爲杜門(삼복염증위두문

쓸쓸한 손의 자리는 이미 먼지가 뿌옇네

  凄涼客榻已塵昏(처량객탑이진혼)

매실나무 바람에 쓰러짐은 혐의로운데

  黃梅小樹嫌風亞(황매소수혐풍아

연꽃 붉게 핀 연못은 빗물로 혼탁하여라

  紅藕方塘得雨渾(홍우방당득우혼)

동린에서 술 마심은 감지덕지 하거니와

  覓酒東鄰偏感德(멱주동린편감덕

북곽에 시 부친 건 은혜 보답기 위함일세

  寄詩北郭欲酬恩(기시북곽욕수은)

작은 창 앞에 일 없이 턱 괴고 앉았자니

  小窓無事支頤坐(소창무사지이좌

눈에 가득 연작들이 떼를 지어 나는구려

  滿眼群飛燕雀紛(만안군비연작분)

-古譯院()-

 

#11,815.().

-徐居正(서거정):朝鮮-

내 말 타고 남의 집 기웃거린 적 없노니

  不曾騎馬傍人門(불증기마방인문

만길의 뿌연 먼지를 보기가 두려웠었지

  怕見紅塵萬丈昏(파견홍진만장혼)

술은 시름을 눌러 꺾을 수가 있거니와

  酒壓愁城能頓挫(주압수성능돈좌

시는 필진을 따라 힘차게 내달리도다

  詩隨筆陣正奔渾(시수필진정분혼)

어머니껜 삼생의 봉양을 심히 저버렸지만

  慈親酷負三牲養(자친혹부삼생양

남자는 일반의 은혜도 꼭 갚아야 하고말고

  男子須酬一飯恩(남자수수일반은)

깨끗한 안석 밝은 창 아래 홀로 앉았자니

  淨几明窓成獨坐(정궤명창성독좌

향로의 향 연기만 수다하게 피어오르네

  小爐香縷裊紛紛(소로향루뇨분분)

-古譯院()-

삼생(三牲)의 봉양 : 삼생(三牲)은 우(), (), ()를 말한 것으로, 어버이 봉양을 매우 극진히 함을 의미한다

일반(一飯)의 은혜 : 아주 작은 은덕(恩德)을 말한다. (사기(史記)) 범수채택열전(范睢蔡澤列傳) 밥 한 끼 먹여준 은덕도 반드시 갚고, 눈 한 번 흘긴 원한도 반드시 보복했다.[一飯之恩必償 睚眦之怨必報]”라고 하였다.

 

#11,816.().

-徐居正(서거정):朝鮮-

공업 이루어 문에 창 세울 마음은 없이

  功業無心樹棘門(공업무심수극문

십 년 동안 서책 속에 눈만 어두워졌네

  十年編簡眼昏昏(십년편간안혼혼)

요순 시대의 세도는 희호를 생각했고

  唐虞世道思熙皥(당우세도사희호

전고의 문장들은 악혼을 다하였어라

  典誥文章盡噩渾(전고문장진악혼)

일월의 광화는 광대한 빛을 고루 나누고

  日月光華分大曜(일월광화분대요

천지의 조화는 깊은 은혜를 널리 펴는데

  乾坤造化布深恩(건곤조화포심은)

장부의 뜻 세움은 의식에 있지 않나니

  丈夫立志非溫飽(장부립지비온포

천고에 그 누가 분란을 잘 풀어줄런고

  千古何人善解紛(천고하인선해분)

-古譯院()-

공업(功業)~없이 : 문에 창을 세운다는 것은 고대(古代) 제도에 관(), (), ()의 삼품(三品) 이상이 된 자에게는 그의 저택 문 앞에 창을 세우도록 했던 데서 온 말로, 전하여 고관(高官)을 의미한다.

요순(堯舜) 시대의~생각했고 : 희호(熙皥)는 희희호호(熙熙皥皥)의 약칭으로, 화락(和樂)하고 자득(自得)한 모양을 말하는데, 즉 태평성대를 의미한다. (노자(老子))  20 장에 세속의 중인들은 희희하여 마치 푸짐한 잔칫상을 받은 듯, 다스운 봄날 높은 누대에 올라서 사방을 조망한 듯 즐거워한다.[衆人熙熙 如享太牢 如登春臺]”라고 하였고, (맹자(孟子)) 진심상(盡心上) 성왕의 백성은 호호한 듯하느니라.[王者之民 皥皥如也]”라고 하였다.

전고(典誥)~다하였어라 : 전고는 (서경(書經))의 요전(堯典), 순전(舜典)과 중훼지고(仲虺之誥), 탕고(湯誥), 대고(大誥)를 말하고, 악혼(噩渾)은 악악 혼혼(噩噩渾渾)의 약칭으로, 당우삼대(唐虞三代)의 문장을 평론한 말로서, 악악은 밝고 엄숙한 모양이고, 혼혼은 아주 질박하여 알기 어려운 모양이라고 한다. 양웅(揚雄) (법언(法言)) 우하 시대의 글은 혼혼하고, 상서는 호호하고, 주서는 악악하다.[虞夏之書渾渾爾 商書灝灝爾 周書噩噩爾]”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천고(千古)~풀어줄런고 : 분란을 풀어준다는 것은 (노자) 무원(無源) 도는 만물의 예리한 끝을 꺾고, 만물의 분란을 풀어준다.[挫其銳 解其紛]”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11,817.().

-徐居正(서거정):朝鮮-

쓸쓸한 내 신세는 흡사 산승과도 같아

  蕭條身世似桑門(소조신세사상문

포단에 가부좌한 채 낮잠만 쿨쿨 자네

  趺坐蒲團晝睡昏(부좌포단주수혼)

한창땐 높은 노래로 공연히 강개했는데

  壯歲高歌空慷慨(장세고가공강개

때론 거나히 취해 혼전함을 얻기도 하지

  有時微醉得全渾(유시미취득전혼)

동산의 흥은 십 년을 헛되이 저버렸지만

  十年虛負東山興(십년허부동산흥

북궐의 은혜야 어찌 하룬들 잊는단 말가

  一日何忘北闕恩(일일하망북궐은)

깊은 집에 해는 길고 오는 손은 없는데

  深院日長無客到(심원일장무객도

뜰 가득 비바람만 어지러이 몰아치누나

  滿庭風雨亂紛紛(만정풍우란분분)

-古譯院()-

동산(東山)의 흥 : () 나라 때의 명신(名臣) 사안(謝安)이 나이 40세가 넘도록 회계(會稽)의 동산에 은거했던 데서 온 말로, 전하여 은거를 의미한다.

 

#11,818.세 번째 화답하다 8.

-徐居正(서거정):朝鮮-

소년 시절 교분은 외람히 용문에 끼었더니

  妙齡交分忝龍門(묘령교분첨룡문

백발 나이 오늘날엔 두 눈이 어두워졌네

  白首如今兩眼昏(백수여금량안혼)

나는 시주로 일생 백년을 방종하는데

  詩酒百年吾跌蕩(시주백년오질탕

그대는 문장이 한 시대에 웅혼하구려

  文章一代子雄渾(문장일대자웅혼)

의기투합해 다행히 생전 교분 맺었거니

  投膠幸托生前契(투교행탁생전계

풀을 걸어매어 사후의 은혜 보답할 걸세

  結草相酬死後恩(결초상수사후은)

장안의 경박한 사람들을 세지도 말게나

  莫數長安輕薄子(막수장안경박자)

뒤집으면 구름 엎으면 비가 몹시 분분하나니

  飜雲覆雨苦紛紛(번운복우고분분)

-古譯院()-

풀을~걸세 : 춘추 시대 진() 나라의 위 무자(魏武子)가 일찍이 아들 위과(魏顆)에게 자기가 죽거든 자기 첩()을 개가(改嫁)시키라고 유언했다가, 병이 깊어져서는 마음이 변하여 자기를 따라 순사(殉死)하게 하라고 다시 유언했는데, 위과는 인정에 끌려 그의 서모(庶母)를 차마 순사시키지 못하고 개가하게 하였더니, 뒤에 위과가 진() 나라의 용사(勇士)인 두회(杜回)와 싸울 적에 개가한 서모의 아버지 혼령이 나타나서 풀을 걸어매어 놓아 두회가 마침내 그 풀에 걸려 넘어져서 위과에게 포로로 잡히게 되었다는 고사에서 온 말로, 전하여 죽은 뒤에도 은혜를 꼭 갚는 것을 의미한다.

뒤집으면~분분하나니 : 두보(杜甫)의 빈교행(貧交行) 손 뒤집으면 구름이요 손 엎으면 비로다. 경박한 작태 분분함을 어찌 셀 거나 있으랴.[翻手作雲覆手雨 紛紛輕薄何須數]”라고 한 데서 온 말로, 즉 세인(世人)들의 교태(交態)의 반복무상함을 비유한 말이다.

 

#11,819.두 번째.

-徐居正(서거정):朝鮮-

게으르고 무능하여 문 밖을 안 나가니

  懶慢無堪不出門(나만무감불출문

가랑비 고요함 속에 한 등불이 어둑한데

  愔愔小雨一燈昏(음음소우일등혼)

수염은 듬성해라 백 수 시가 끊어냈고

  髥疎百首詩能斷(염소백수시능단

창자는 얕아라 석 잔 술에 벌써 취하네

  腸淺三杯酒已渾(장천삼배주이혼)

발탁됨은 성상의 알아줌을 잘못 입었고

  擢拔謬蒙明主識(탁발류몽명주식

끌어줌은 친구의 은혜를 다시 의탁하여

  吹噓更仗故人恩(취허갱장고인은)

반평생을 또 관직의 그르침을 입었으니

  半生又被簪袍誤(반생우피잠포오

신세가 어떻게 분분한 세속을 벗어나랴

  身世何由脫俗紛(신세하유탈속분)

-古譯院()-

수염은~끊어냈고 : () 나라 노연양(盧延讓)의 고음(苦吟) 시에 시 읊어 한 글자를 안배하느라, 두어 가닥 수염을 꼬아 끊었네.[吟安一個字 撚斷數莖鬚]”라고 한 데서 온 말로, 시구를 퇴고(推敲)하면서 괴로이 읊조리는 것을 형용한 말이다.

 

#11,820.세 번째.

-徐居正(서거정):朝鮮-

녹음 속에 새는 우는데 한낮에 문을 닫고

  綠陰啼鳥晝關門(녹음제조주관문

오사모 쓰고 차 달이며 졸음을 깨우노니

  紗帽煎茶洗睡昏(사모전다세수혼)

세상일은 혹 돌돌을 쓸 때가 있거니와

  世事有時書咄咄(세사유시서돌돌

문장은 어느 날에나 다시 혼혼해질런고

  文章何日復渾渾(문장하일부혼혼)

형산의 옥박이 화를 불렀단 말만 들었지

  徒聞荊璞能招禍(도문형박능초화

수후의 진주가 은혜 갚았단 건 못 믿겠네

  未信隋珠可報恩(미신수주가보은)

스스로 믿노니 내 생애는 출처에 어두워

  自信此生迷出處(자신차생미출처

농어회 순채국만 꿈속에 자주 들온다오

  鱸魚蓴菜夢紛紛(노어순채몽분분)

-古譯院()-

세상일은~있거니와 : 돌돌(咄咄)은 돌돌괴사(咄咄怪事)의 약칭으로, ‘뜻밖의 놀랄 만한 괴이쩍은 일이란 뜻인데, () 나라 때 은호(殷浩)가 일찍이 조정에서 쫓겨난 뒤로는 집에서 종일토록 허공에다 돌돌괴사 네 글자만 쓰고 있었다는 데서 온 말이다.

문장(文章)~혼혼(渾渾)해질런고 : 혼혼은 문장이 아주 질박하여 알기 어려운 것을 말한다. 양웅(揚雄) (법언(法言)) 우하 시대의 글은 혼혼하고, 상서는 호호하고, 주서는 악악하다.[虞夏之書渾渾爾 商書灝灝爾 周書噩噩爾]”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형산(荊山)~들었지 : 옛날 초() 나라의 변화(卞和)라는 사람이 초산(楚山)에서 옥박(玉璞)을 얻어, 이것을 초 나라 여왕(厲王)과 무왕(武王) 2대에 걸쳐 왕에게 바쳤으나, 그때마다 옥인(玉人)이 잘못 판정하여 왕을 속였다는 죄목으로 양쪽 발꿈치를 다 베였는데, 문왕(文王)이 즉위함에 미쳐서는 변화가 이 옥박을 안고 초산에서 3일 밤낮을 운 끝에 드디어 그 옥박을 다시 조사하라는 왕명을 받아냄으로써 마침내 보옥(寶玉)임이 밝혀졌다는 고사에서 온 말로, 여기서는 재능 때문에 화()를 입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초산은 곧 초 나라의 형산(荊山)을 줄여서 쓴 말이다.

수후(隋侯)~믿겠네 : 옛날 수후가 출행(出行) 중에 상처 입은 큰 뱀을 보고는 약을 발라 주었더니, 뒤에 그 뱀이 한밤중에 큰 명주(明珠)를 물고 와서 수후의 은혜에 보답했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농어회 순채국 : () 나라 때의 문인(文人) 장한(張翰)이 일찍이 낙양(洛陽)에 들어가 동조 연(東曹掾)으로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가을바람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는 자기 고향인 강동 오중(吳中)의 순채국[蓴羹]과 농어회[鱸鱠]를 생각하면서 인생은 자기 뜻에 맞게 사는 게 귀중한 것인데, 어찌 수천 리 타관에서 벼슬하며 명작(名爵)을 구할 수 있겠는가.” 하고, 마침내 관직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갔던 데서 온 말이다.

 

#11,821.네 번째.

-徐居正(서거정):朝鮮-

명리를 서로 다툼이 흡사 저잣거리 같아라

  名利爭趨似市門(명리쟁추사시문

장안의 수레들이 뿌연 먼지에 다 묻혔네

  長安車騎沒塵昏(장안거기몰진혼)

인정은 본디 절로 깊고 얕음이 있거니와

  人情本自有深淺(인정본자유심천

세도는 예부터 흔히 흩어지고 뭉치는걸

  世道從來多散渾(세도종래다산혼)

의사는 몸에 옻칠해 능히 은덕을 갚았고

  義士漆身能報德(의사칠신능보덕

남아는 자결하여 은혜를 안 저버렸었지

  男兒刎頸不辜恩(남아문경불고은)

세간에서 어떻게 하면 많은 술을 얻어서

  世間安得如澠酒(세간안득여민주

잔뜩 취하여 분분한 만사를 다 잊어볼꼬

  盡醉都忘萬事紛(진취도망만사분)

-古譯院()-

의사(義士)~갚았고 : 전국 시대 지백(智伯)이 조 양자(趙襄子)에게 멸망당한 뒤, 지백의 총신(寵臣) 예양(豫讓)이 지백의 원수를 갚기 위해 성명을 바꾸고 거짓 형인(刑人)이 되어 조 양자의 궁중에 들어가 측간(厠間)을 바르면서 양자를 찔러 죽이려고 했는데, 양자가 마침 측간에 갔다가 그를 보고 묻자, 예양이 말하기를 지백의 원수를 갚기 위해서이다.” 하므로, 양자의 좌우 신하들이 그를 죽이려 하였다. 양자가 말하기를 저 사람은 의사이니, 내가 삼가서 피하면 그만이다.[彼義士也 吾謹避之耳]” 하고 그를 놓아주었으나 그 후 예양은 다시 남들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게 하기 위해 몸에 옻칠을 하여 문둥이가 되고 숯을 삼켜 벙어리가 된 뒤에 다리 밑에 잠복해 있다가 양자의 행차(行次)를 만나서 그를 죽이려고 했다가 또 양자에게 발각되어 끝내 죽임을 당하고 말았던 고사에서 온 말이다.

남아(男兒)~저버렸었지 : 전국 시대 위() 나라 은사(隱士) 후영(侯嬴)이 집이 워낙 가난한 관계로 일찍이 이문 감자(夷門監者)로 있었는데, 위 공자(魏公子) 무기(無忌)가 후영의 어짊을 전해 듣고 그를 후히 대우하고자 몸소 수레를 몰고 이문(夷門)으로 가서 매우 공손한 태도로 후영을 맞이해다가 상객(上客)으로 삼았던바, 뒤에 조() 나라가 진() 나라의 공격을 받고 위() 나라에 구원병을 요청했을 때, 공자 무기가 구원병을 조 나라에 보내려고 하나 마음대로 되지 않자, 그 계책을 후영에게 물어서 마침내 진비(晉鄙)의 군대를 탈취하러 떠날 적에 후영이 말하기를 신이 의당 따라가야 하나 늙어서 갈 수 없으니, 공자께서 떠나신 일수(日數)가 진비의 군에 당도할 쯤이 되거든 북향(北向)하고 자문(自刎)하여 공자를 전송하겠습니다.” 하더니, 과연 공자가 진비의 군에 당도할 쯤에 미쳐 그가 북향하고 자문했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11,822.다섯 번째.

-徐居正(서거정):朝鮮-

적적하고 그윽한 집에 문을 닫고 앉았자니

  寂寂幽居閉閤門(적적유거폐합문

처마 사이의 초승달 빛이 황혼에 반짝이네

  半簷新月耿黃昏(반첨신월경황혼)

시 생각은 병든 뒤에 막힘을 갑절 알겠고

  病餘倍認詩情澁(병여배인시정삽

도안은 늙어갈수록 온전함을 더욱 알겠네

  老去深知道眼渾(노거심지도안혼)

열 식구가 잘 삶은 후한 녹봉 때문이지만

  十口全生因厚祿(십구전생인후록

한 몸의 분수 넘침은 천은에 사례하노라

  一身踰分謝天恩(일신유분사천은)

집에는 아무 것도 없어 사방이 벽뿐이요

  家空四壁無餘物(가공사벽무여물

있는 거라곤 좌우에 널린 서책뿐이로세

  只有靑編左右紛(지유청편좌우분)

-古譯院()-

 

#11,823.여섯 번째.

-徐居正(서거정):朝鮮-

해는 길고 사립문에 찾아오는 손이 없어

  日長無客到柴門(일장무객도시문

유유히 사물 관찰하며 조석을 보내노니

  觀物悠悠送旭昏(관물유유송욱혼)

예로부터 안붕은 크고 작음이 다르고

  自古鴳鵬殊大小(자고안붕수대소

본래에 경위는 맑고 흐림이 같지 않네

  由來涇渭異淸渾(유래경위이청혼)

그 누가 눈 흘긴 원한도 반드시 갚았던가

  何人必報睚眦怨(하인필보애자원

야박한 풍속은 골육의 은혜도 잊고말고

  薄俗能忘骨肉恩(박속능망골육은)

회상컨대 영소는 지금 적막하기만 하고

  回首英韶今寂寞(회수영소금적막

개구리 떠드는 소리괴로워 못 견디겠네

  不堪蛙黽聒紛紛(불감와민괄분분)

-古譯院()-

예로부터~다르고 : 안붕(鴳鵬)은 아주 작은 메추라기와 아주 큰 붕새를 합칭한 말이다. (장자(莊子)) 소요유(逍遙遊), 붕새는 남쪽 바다로 옮겨갈 때에 물결을 치는 것이 삼천 리요, 회오리바람을 타고 구만 리를 올라가 여섯 달을 가서야 쉬는데, 메추라기는 고작 뛰어올라 봤자 두어 길도 못 오르고 도로 내려와 쑥대밭 속에서 빙빙 돌 뿐이라고 한 데서 온 말로, 크고 작은 차이가 매우 동떨어짐을 의미한다.

본래에~않네 : 경위(涇渭)는 경수(涇水)와 위수(渭水)를 합칭한 말인데, 경수는 아주 흐리고 위수는 아주 맑기 때문에 이른 말이다.

영소(英韶) : 상고 시대 제왕(帝王)인 제곡(帝嚳) 고신씨(高辛氏)의 음악인 오영(五英)과 순() 임금의 음악인 소악(韶樂)을 합칭한 말이다.

개구리 떠드는 소리 : 아주 천박한 식견이나 또는 천박한 음악을 비유한 말이다.

 

#11,824.일곱 번째.

-徐居正(서거정):朝鮮-

때론 찾아오는 손 있어 잠을 놀라 깨어

  有時驚夢客敲門(유시경몽객고문

바둑 두고 담론하며 흐린 눈을 씻노니

  相對談碁洗眼昏(상대담기세안혼)

정성 어린 쟁반엔 푸른 채소가 보드랍고

  滿意盤靑園菜嫩(만의반청원채눈

마음 다한 술동이엔 막걸리가 텁텁하네

  盡情樽白市醪渾(진정준백시료혼)

한바탕 훈훈한 바람에 옷깃 헤쳐 즐겨라

  薰風一陣披襟樂(훈풍일진피금락

작은 비의 서늘함은 뼛속까지 시원하지

  小雨新涼到骨恩(소우신량도골은)

깊은 밤 기다려 취한 몸 부축해 가노라면

  直待夜深扶醉去(직대야심부취거

모자 차양에 꽃 그림자 달빛이 뒤섞이네

  帽簷花影月紛紛(모첨화영월분분)

-古譯院()-

 

#11,825.여덟 번째.

-徐居正(서거정):朝鮮-

썩은 선비는 군문에 세울 책략이 없어라

  腐儒無策立軍門(부유무책립군문

궁마의 재주 서툴고 기력 또한 어두운걸

  弓馬才疎氣力昏(궁마재소기력혼)

북벌의 위명은 곽거병을 추앙하거니와

  北伐威名推去病(북벌위명추거병

남정의 책략은 의당 왕혼을 쳐주고말고

  南征籌畫數王渾(남정주화수왕혼)

한때의 특별한 만남은 풍운의 제회이고

  一時奇遇風雲會(일시기우풍운회

절대적인 큰 은총은 우로 같은 은혜로다

  絶代洪私雨露恩(절대홍사우로은)

홀로 앉아서 괜히 고금의 일을 생각하니

  獨坐空懷今古事(독좌공회금고사

눈에 스친 영웅이 그 얼마나 분분했던고

  英雄過眼幾紛紛(영웅과안기분분)

-古譯院()-

북벌(北伐)~추앙하거니와 : 한 무제(漢武帝) 때의 장군 곽거병(霍去病)은 병법(兵法)에 뛰어나서 일찍이 여섯 차례나 북쪽으로 흉노(匈奴)를 정벌하여 거대한 공훈을 세우고, 벼슬이 표기대장군(驃騎大將軍)에 이르고 관군후(冠軍侯)에 봉해진 데서 온 말이다.

남정(南征)~쳐주고말고 : 진 무제(晉武帝) 연간에 군사를 대거 징발하여 오() 나라를 칠 적에 장군 왕혼(王渾)이 군대를 거느리고 나가서 오군(吳軍)을 누차 격파하고, 오 나라의 승상(丞相) 장제(張悌), 대장군(大將軍) 손진(孫震) 등을 비롯해서 무려 7800여 급()을 참획(斬獲)하여 큰 전공(戰功)을 세웠던 데서 온 말이다.

한때의~제회(際會)이고 : (주역) 건괘(乾卦) 문언(文言) 구름은 용을 따르고, 바람은 범을 따른다.[雲從龍 風從虎]”라고 한 데서 온 말로, 한 시대에 성군(聖君)과 현신(賢臣)이 서로 제회(際會)하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