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면칼럼이야기.

사랑채뜨락 2008. 4. 3. 12:50


   차를 몰고 주유소로 들어가면 입구에 가격표시판이 있죠.
   대개의 경우 휘발유 값과 경유 값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대도시 주유소에서는 고급 휘발유와 고성
능 경유 값을 함께 표시한 가격판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내등유, 보일러등유 등 등유 값을 표시한 주유소는 많지 않습니다.
   주로 난방용으로 사용하는 등유는 자동차 연료로는 거의 사용되지 않기 때문이죠. 실제 등유를 팔
지만 가격표시를 하지 않는 주유소가 많습니다.
   그 등유 값이 이달 들어 30원 가량 슬그머니 올랐습니다.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요.




단위=1000배럴. [출처=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망]

   한국석유공사 자료에 따르면 올 2월 등유 소비량은 424만배럴이었습니다. 1월에는 561만배럴이
소비되었습니다. 2006년 한해 소비량이 3000여만 배럴이었으니 겨울 두달 동안의 소비량이 30% 이
상을 점유했습니다.
   LNG 등 가스 보급의 확산으로 등유는 아파트에서 사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도시 단독주택에서
도 보일러용으로 사용하는 가구는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도시가스가 들어가지 않는 서민, 저소득층 가구에 등유는 아직도 주요한 난방원입니다.





[출처=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망]

   지난해말 기름값이 급등했을 때 정부는 휘발유, 경유에 붙는 유류세는 그대로 두면서 등유에 붙는
세금을 확 내려주었습니다.
   저소득층 가계의 난방비를 경감시켜 주기 위해서죠.
  등유에 붙는 특소세를 1리터에 134원에서 90원으로 내리고 또 겨울철 석달 한시적으로 탄력세율
30%을 더 적용해 63원(27원 인하)으로 인하했습니다. 등유에 붙는 판매부과금 23원(1리터당)도 없앴
습니다.
   올 1월부터 적용했습니다.
   덕분에 등유값은 지난해 12월 전국 평균가격이 1리터에 1094.13원이었지만 올 1월 1012.13원으로,
2월에는 984.18원으로 일시적으로 많이 내렸죠.



[출처=통계청 '3월 소비자 물가 동향']

   하지만 등유 값은 3월 들어 갑자기 폭등하기 시작했습니다.
   통계청 '3월 소비자 물가 동향'에 따르면 3월 경유 값은 전달보다 7.1% 올랐습니다. 많이 올랐다고
알려진 경유 값 인상률(3.9%)의 2배 수준입니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서도 22.8% 오른 것입니다.
   한국석유공사 조사에 따르면 전국 평균가격은 2월 984.14원에서 3월 1048.74원으로 6.6% 오른 것
으로 나옵니다.
   서민, 저소득층이 많이 사용하는 등유 값이 최근 많이 오른 이유은 간단하죠. 국제유가 급등에 맞
춰 국내 정유회사들이 출고가격을 올렸기 때문입니다.
   국내 최대 정유회사인 SK에너지의 경우 주유소에 공급하는 등유 기준가격을 3월 20일엔 1리터에
1066원으로 70원, 27일엔 1107원으로 41원 각각 인상했습니다. 등유 출고가는 두주새 111원이나 오
른 것이죠.
   등유값 인상은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SK에너지는 이달 2일 휘발유와 경유 기준가격은 소폭 조정했지만 등유 출고가격은 1리터에 1136
원으로 또 올렸습니다. GS칼텍스는 하루 앞선 1일 1138원으로 전주보다 34원 인상한다고 일선 주유
소에 비공식적으로 통보했습니다.




[출처=2007년 11월 당시 재경부 보도자료]

   사실 국내 정유회사들은 이번주 등유 세전출고가격에 거의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SK에너지의 경
우 5원을 되레 내렸습니다.
   그런데도 등유 출고가격은 왜 오른 것일까요.
   세금 때문이죠.
   등유에 붙는 특소세(또는 개별소비세)를 이달 1일부터 1리터에 63원에서 90원으로 27원 다시 인상
된 것입니다. 여기에 교육세(특소세의 15%)가 9.45원에서 13.5원으로 4원 가량, 부가세도 3원 정도
올라 등유에 붙는 세금은 1리터에 모두 34원 오른 것이죠.
   등유에 붙는 세금이 이달부터 다시 오르는 것은 예정되었던 일입니다.
   정부는 지난해말 등유에 붙는 세금을 내릴 때 이를 대대적으로 발표하며 "3개월 한시적 적용"이라
고 덧붙였습니다.
   당시 정부는 '고유가 시대의 경제적 대응 방안'이라는 3페이지짜리 보도자료를 내며 41페이지짜리
참고자료와 19페이지짜리 첨부자료를 함께 배포했습니다. 급등하는 국제유가에 대한 정부의 대책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기 위해서였겠죠.
   하지만 등유에 붙는 세금을 다시 올릴 때는 한마디 언급도 없습니다.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 인터
넷 사이트에 들어가도 이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예정이 된 사항이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숨기고 싶었기 때문일까요.
   그 속내까지는 알 수 없지만 지난 1일 발표된 통계청의 '3월 소비자 물가 동향'이 부담이 되었겠죠.
  "물가를 꼭 잡겠다는 정부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등유 값은 지난달 3월 크게 올랐고 또 이달부터 세
금 때문에 1리터에 34원 더 오를 수밖에 없으니 '굳이 알리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고 보는 게 맞겠죠.
  필요할 땐 알리고 그렇지 않을 땐 숨겨라'
  과연 정부가 할 일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