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Blue 2010. 11. 18. 07:28

전수용 기자

입력 : 2010.11.18 03:05 조선일보

 

파생 투기 세력은 최대 500배 수익 당국, '돈 주인' 추적해도 제재 힘들어
外人 독무대 한국증시, 체질 바꿔야

지난 11일 우리나라 증시에서 10분 만에 쏟아진 2조원가량의 '매물 폭탄' 여파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17일 현재 확인된 손실액만 1400억원을 넘는다. 와이즈에셋자산운용의 경우, 주가가 하락하면 수익이 크게 나는 파생상품(풋옵션)을 팔았다가 해당 상품을 산 투자자들에게 900억원을 물어주는 바람에 파산 위기에 몰렸다. 토러스투자자문사도 400억원의 손실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파생상품 거래를 중개하고 결제 책임을 지는 증권사의 손실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는 국내 증시에 사상 최대 규모의 매물 폭탄을 던진 세력과 주가조작 여부를 가리기 위해 전담팀을 긴급 구성, 조사에 착수했다.

늘어나는 손실액

매물 폭탄으로 인한 투자손실 규모가 갈수록 늘어나면서 서울 여의도 증권가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A증권사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증권사들의 손실이 적지 않을 텐데, 손실액에 대해서는 서로 쉬쉬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번 매물 폭탄에 가장 큰 손실을 낸 와이즈에셋자산운용의 사모펀드는 주가가 급락할 때 수익이 크게 나는 파생상품을 팔았다가 900억원가량의 손실을 봤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와이즈에셋은 펀드 자산의 5배까지 투자할 수 있는 규정을 어기고 70배나 넘게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바람에 손실 규모가 커졌다"고 밝혔다. 파생상품 거래를 중개했던 하나대투증권이 일단 750억원가량을 대신 물어주면서, 손실 책임을 두고 양측 간에 법적 공방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토러스투자문도 당시 비슷한 파생상품에 투자해 400억원가량 손실을 본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교보증권한국투자증권은 회사 자금으로 파생상품에 투자했다가 각각 수십억원씩의 손실을 냈다.

반면 증시가 급락할 경우 수익이 나는 파생상품을 샀던 투자자는 최대 500배 가까운 수익을 냈다. 1000원짜리 파생상품이 10분 만에 50만원으로 둔갑한 것이다.

매물폭탄 추적에 나선 감독 당국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는 매물 폭탄 세력에 대한 추적에 나섰다. 금융감독 당국은 당시 주식 매물을 쏟아낸 도이치증권 한국법인에서부터 거꾸로 계좌를 따라가면서 실제 '돈 주인'을 추적하고 있다. 현재까지 조사한 바로는 금융감독 당국은 이번 매물 폭탄이 유럽계 증권사 런던 현지법인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럽계 증권사가 회사 자금으로 투자했는지, 아니면 단순 중개 역할만 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 방문조사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매물을 낸 세력이) 자기 나라 정상이 방문한 날(G20 정상회의가 열린 11일) 환영 축포를 쐈다"고 말해 돈 주인의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났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실제 돈 주인을 가려낸다 해도 고의로 주가를 떨어뜨려 이득을 얻으려고 했는지 확인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 대형 증권사 임원은 "매물 폭탄 세력이 아주 영리하게 작업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도 "여러 곳(계좌)에서 들어왔고, 가명(假名) 계좌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설사 주가 조작이 입증된다 해도 제재를 가하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외국 투자은행이 고의로 주가 조작을 했다면 거래정지 등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면서도 "우리나라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30%가 넘는다는 점이 고민이다"고 말했다.

제도개선 계기로 삼아야

이번 매물 폭탄 사태는 어느 정도 예견된 사태이기도 하다. 그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꾸준히 매수해왔고 이 물량은 언젠가는 다시 시장에 내놔야 하는 물량이었다. 문제는 짧은 시간에 대량으로 쏟아지면서 시장에 주는 충격이 컸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B증권사 관계자는 "주식시장 마감 직전에 도이치증권이 2조원가량 주식을 판다고 신고했지만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설마 설마 하다가 눈뜨고 고스란히 당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증시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이번과 같은 매물 폭탄 사태는 언제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국내 대형 운용사의 한 펀드매니저는 "올해부터 공모 펀드에 대한 매매수수료(거래대금의 0.3%) 비과세 혜택이 없어지면서 파생상품 시장에서 국내 기관투자가가 빠져나가고 외국인 독무대가 되다시피한 것이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했다. 지난 11일처럼 외국인이 매물을 대거 내놓아도 이를 받아낼 기관투자자들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 증시의 제도적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파생상품 ‘풋옵션(Put Option)’

미래 특정시점에 주가가 일정 범위 밑으로 하락하면 수익이 나도록 짜인 파생상품. 이런 상품은 주가가 급변동할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손실위험을 최소화하는 수단으로 기관 투자자나 개인들이 거래한다. 예컨대 지난 11일 주식시장은 장 마감 10분을 앞두고 2조원에 달하는 주식 매물이 쏟아져 주가가 급락하는 바람에 풋옵션 상품을 샀던 투자자는 큰 수익을 얻은 반면, 풋옵션을 판 투자자들은 반대편(풋옵션을 산 사람들)에 큰돈을 물어주는 손실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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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뒤흔든 '매물 폭탄'… 범인은 누구인가

나지홍 기자

입력 : 2010.11.18 03:05 조선일보

주식시장 2兆 매도 사건 금감원, 유럽계 증권사 조사

지난 11일 서울 주식시장에서 거래마감 10분 전인 2시 50분부터 한국 도이치증권 창구를 통해 2조원가량의 대량 주식 매도(賣渡·파는 것) 주문이 쏟아지면서 코스피지수가 50포인트 가깝게 급락한 이른바 '매물(賣物)폭탄' 사건과 관련, 금융당국은 한 유럽계 증권사가 주가 급락 시 수익을 얻도록 만들어진 파생상품을 대량으로 사들여 상당한 시세차익을 거둔 것으로 파악하고 조사 중이다. 지난 11일 이른바 '매물폭탄'이 터진 직후 주가는 곤두박질쳤지만 이 파생상품 가격은 최고 499배까지 급등했었다.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는 유럽계 증권사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올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불공정거래 혐의를 입증하는 데 조사의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 한국 도이치증권 창구에서 대량 매도주문을 낸 외국인 투자자는 당일 홍콩에 있는 증권사를 이용해 주식 매도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의 이 증권사는 이날 매도주문을 내기 직전에 이 파생상품을 대량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금융당국 관계자는 말했다. 이번 '매물폭탄'은 우리나라 증시 사상 최대 규모이며, 이로 인해 국내 증권사 등이 입은 손실액은 14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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