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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 2011. 5. 21. 06:59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입력 : 2011.05.20 14:18 조선일보

그리스포르투갈 등 이른바 남유럽의 피그스(PIIGS) 국가들은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빚으로 인해 궁지에 몰렸다.

그리스는 정확히 파산 상태다. GDP의 10%에 달하는 가혹한 긴축정책에도 불구하고 공적 채무는 GDP의 160%까지 증가했다. 지난 10년간 침체를 겪은 포르투갈의 재정위기는 공공 영역을 파산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아일랜드스페인에서는 은행의 거대한 손실이 국가 채무에 더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생각해볼 수 있는 해법은 다음과 같다. 이들 국가가 파산 상태에 이른 것이 아니라 단지 유동성 부족을 겪고 있는 척하는 것이다. 긴급 구제가 개혁과 맞물리면 빚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실패한다. 과거 채무국(대부분 신흥국)들이 같은 방식을 사용했으나 대부분 과도한 빚에서 해방되지 못했다.

돈을 찍어내 인플레이션을 통해 빚에서 탈출하는 방법도 피그스 국가들에 효과가 없다. 이들 나라가 유로존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돈을 찍어낼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인 유럽 중앙은행은 각국의 재정 적자를 이런 식으로 해소하려고 시도하지 않을 것이다.

빠른 경제 성장으로 구원받을 가능성도 없다. 피그스의 거대한 채무 부담은 경제가 건실하게 돌아가는 것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경제 성장은 정치적으로 인기 없는 개혁을 수행하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

성장을 위해, 경쟁력 확보를 위해 무역 적자를 흑자로 돌려놓음으로써 가능하다.

유럽 중앙은행이 통화 긴축 기조로 돌아선 것도 피그스 국가들의 성장 전망을 어둡게 만들었다. 통화 긴축은 통화 가치 절상을 의미한다. 결국 이들 국가가 수출하는 제품과 서비스의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다.

비슷한 난제에 직면했던 독일은 임금 인상의 수준을 노동생산성 상승의 수준 밑으로 유지했다. 하지만 이 해법은 효과를 보기까지 10년 이상 걸렸다.

저축을 늘리기 위해 소비를 줄이거나 빚을 줄이기 위해 긴축하는 것도 선택 사항이 아니다. 민간은 덜 쓰고 저축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케인스가 말한 '검약의 역설(paradox of thrift)'을 일으킨다. 검약의 역설이란 저축이 투자 감소로 이어지는 것이다. IMF는 최근 연구보고서에서 증세와 보조금 삭감, 정부 지출 삭감이 단기적으로 성장을 억눌러 오히려 채무문제를 악화시킨다고 주장했다.

피그스 국가들은 다른 해법을 찾아야 한다.

우선 원금 액수를 줄이지 않으면서 채무 일정을 조정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빚의 상환일을 연장하고 새로 발생하는 빚에 적용되는 금리를 현재 금리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것이다.

1980~90년대 채무국들이 활용했던 혁신적 조치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채권 소유자들은 현재 존재하는 채권을 GDP 연동채(경제성장률에 비례해 이자를 지급하는 채권)로 바꿀 수 있다. 결국 채권자들은 특정 국가의 주식 보유자가 되는 것이다.

지금 유럽은 돈이나 뿌리면서 시간이 구원을 해줄 거라 기도하고 있을 여유가 없다. 하늘에서 내려와 빚을 갚아줄 천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돈을 빌려줬던 채권자들도 피그스 국가들과 EU 전체를 위해 부담의 일부를 나눠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