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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 2011. 6. 15. 07:25

 

최형석 기자 cogito@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입력 : 2011.06.14 21:46 조선일보

 

갈수록 꼬이는 그리스 지원 - 獨 "더이상 혼자 부담질 수 없어… 은행 등 민간채권자, 동참하라"
그리스 채권 14% 가진 佛 "채권값 폭락할 것" 반대, 당사자 그리스는 수수방관 재정지출 오히려 늘어날 기미

심각한 재정위기로 디폴트(default·파산) 위기까지 내몰린 그리스에 대한 지원 방안이 갈수록 꼬이고 있다. 자금 지원 당사국인 독일과 프랑스·유럽중앙은행(ECB)이 각자의 이해관계에 얽매여 타협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는 가운데 그리스가 유로존 최초로 디폴트 국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신용평가사 S&P는 13일(현지시각) 그리스 국가신용등급을 'B'에서 'CCC'로 3단계 하향했다. S&P 신용평가의 126개 대상 국가 중 최하 등급이며, 자메이카·파키스탄·피지보다 한 단계 낮다. S&P는 이와 함께 그리스를 '부정적 관찰대상'에 포함시킴으로써 향후 12~18개월 내에 등급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예고했다. S&P의 신용등급 하향 소식이 전해지자 그리스·포르투갈 등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다른 유럽 국가들의 CDS(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이 사상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그리스에 대한 추가 구제금융 방안이 최종 결정될 24일 EU(유럽연합) 정상회의가 중대한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때까지는 어떻게 해서든 해결 방안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많다. 하지만 만약 협상이 결렬되면 세계 금융시장엔 한 차례 큰 충격이 올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그리스 지원 방안이 꼬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세 가지를 꼽는다.

/AP 연합뉴스
①독일과 프랑스의 의견 차이

EU는 유럽 재정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해 4400억유로 규모의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만들었다. 독일은 이 기금에 27%를 출자한 최대 출자국이다. EU가 구제금융을 위해 채권을 발행할 경우 각 나라는 출자비율만큼 지급보증을 한다. 따라서 독일의 지급보증 규모가 가장 크다. 채권 상환이 어려워지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다른 나라의 출자 비율은 프랑스(20%), 이탈리아(18%), 스페인(12%)이다.

그러나 그리스에 쏟아부어야 할 자금이 2014년까지 최대 170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자 독일은 더 이상은 부담을 질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독일은 그리스 국채에 투자한 은행 등 민간 채권자들도 구제금융에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간 채권자들이 가진 고금리 단기채권을 저금리 장기채권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EFSF 참여를 추진한 집권 여당이 최근 지방선거에서 패배했는데, 이는 독일 여론이 남유럽 구제금융 지원에 매우 부정적임을 보여준다.

민간 채권자들을 구제금융에 동참시키는 방안에 대해 프랑스가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프랑스는 독일보다 200억달러 정도 많은 550억달러 가까이 그리스 국채에 투자하고 있고, 이중 대부분이 민간의 투자이다. 프랑스는 EFSF를 늘리는 한이 있더라도 민간 채권자들로 하여금 손실을 보게 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은행과 같은 민간 채권자들이 큰 손실을 보게 돼 부도 위기에 처할 경우 결국 공적자금으로 살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프랑스는 작년 GDP(국내총생산) 대비 재정 적자 비중이 7%로 3.3%에 그친 독일보다 2배 이상 높기 때문에 이 문제에 민감하다. 민간 채권자들을 구제금융에 동참시킬 경우 시장에선 이를 사실상 그리스의 디폴트로 간주할 수 있고, 그리스 국채 가격이 폭락할 수 있다. 작년 5월부터 채권시장에서 그리스 국채를 450억유로어치 매입한 ECB는 그리스 국채 가격 폭락에 따른 투자 손실을 피하기 위해 프랑스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②남의 일처럼 방관하는 그리스

문제의 근본은 그리스 자신이다. 개선의 노력을 보여야 할 그리스는 마치 '남의 일'처럼 수수방관하고 있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지난 4월 발표된 그리스의 재정 적자는 GDP 대비 10.5%로 전망치였던 9.6%를 넘어섰다. 김지은 삼성증권 연구원은 "그리스가 재정 긴축에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국채 금리가 급등해 내년엔 스스로의 힘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없는 처지에 있으면서도 그리스 의회는 아직까지 재정 긴축 개혁안을 승인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노동자 파업 등으로 정부 재정지출이 더 늘어날 기미까지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그리스가 국유재산 매각을 통한 부채 감축, 공무원 감원 및 연금 삭감 등으로 재정 지출을 줄일 능력이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S&P가 신용등급을 내리자 그리스 정부는 "그리스 정부의 부채 통제 노력을 무시한 조치"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③유로존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이 탄생한 배경 자체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윤창용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로존은 고평가된 자국 마르크화 대신 값싼 유로화를 사용해 수출을 계속 늘리겠다는 독일의 주도에 의해 탄생했다"며 "생산 기반이 독일에 비해 열악한 남유럽 국가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구매력이 커지면서 소비만 키우는 과정에서 재정 적자가 심화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유로존이 해체될 것이라는 극단적인 전망까지 나온다. 월가(街)의 대표적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그리스 재정문제에 대한 EU의 해결능력이 한계를 나타내면서, 결국 유로존이 붕괴를 향해 치닫고 있다"며 "유일한 대안은 유로 사용을 포기하고 예전의 통화로 복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