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Blue 2012. 2. 25. 08:21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프로젝트 신디케이트

입력 : 2012.02.24 14:04 조선일보

불황 깊어진 유로존… 중국 등 아시아 경제 눈에 띄게 나빠져
성장동력 잃은 미국… 불안한 중동 정세에 유가 급등 우려도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작년 말 이후 글로벌 경제상황은 외형상 크게 호전됐다. 미국의 거시경제 지표가 개선됐고 선진국 우량기업들은 높은 수익을 냈다. 유럽에서는 그리스 디폴트(default·채무불이행)와 일부 회원국 탈퇴라는 위험이 감소했다. 신흥국들의 경기둔화도 심각하지는 않았다. 세계 경제의 변동성은 감소했고 투자 심리가 강화됐다. 주식·원자재 같은 위험자산 투자가 늘면서 그 가격도 오르고 있다. 당장 글로벌 경제 상황이 좋아 보일 법하다.

하지만 올 연내에 세계경제 성장을 둔화시키고 투자심리에 찬물을 끼얹어 위험자산 등의 시장가치를 떨어뜨릴 요소가 적어도 4개는 있다.

첫째 유로존의 깊은 불황이다. 이 문제는 유로존 내 주변국가(그리스·이탈리아 등)에 그치지 않는다. 유로존 내 핵심국가인 독일·프랑스에서도 생산이 감소하고 있다. 신용경색도 더욱 심화됐다. 은행들이 자산을 팔아 부채를 줄이는 형편이기 때문에 기업에 대한 대출에도 애로가 생기고 있다. 경기하강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긴축정책은 유로존 내 주변국가들의 경제를 자유낙하(free fall) 상태에 빠뜨리고 있다. 주변국가들은 경제 전반에 걸쳐 경쟁력을 상실했다. 이들의 성장을 되살리려면 유로화를 평가절하할 필요가 있다.

그리스의 디폴트 위험이 감소했으나 정치 불안과 사회적 혼란 속에 긴축정책이 강화됨에 따라, 이미 불황(recession)에 빠진 그리스 경제는 올해 안에 더 악화돼 공황(depression)으로 추락할 우려가 있다.

둘째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가 눈에 띄게 나빠졌다. 중국의 수출과 수입이 모두 줄었고 경기 둔화가 진행되고 있다. 중국 내 주거용 부동산과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투자가 모두 감소하고 있다. 인프라스트럭처 투자도 마찬가지다. 고속철도 건설 프로젝트는 중단됐으며 지방정부와 자산유동화전문회사(SPV)들은 토지 판매 수익이 줄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부진하다. 싱가포르의 경우, 실질 GDP가 작년 2분기와 4분기에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인도는 올해 GDP 성장률을 6.9%로 전망했는데 이 수치는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대만은 작년 4분기에 '기술적 경기 침체(technical recession·2분기 연속 경기 침체 현상)'에 빠졌다. 같은 시기 한국 경제는 0.4% 성장에 그치며 최근 2년 동안 최저 성장률을 기록했다. 일본도 수출이 줄어 GDP가 2.3%나 내려앉았다.

셋째 미국의 경우, 거시경제 지표는 매우 고무적이나 성장동력은 한계에 달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와 내년에 걸쳐 재정긴축이 심화되면 경기둔화가 일어날 것이다. 신용대출과 주택시장에서 어려움이 지속되면서 민간소비는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 것이다.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유로존을 포함한 글로벌 경제 전반이 경기둔화에 빠지면서 미국의 수출도 감소할 전망이다. 최근 고공 행진하는 국제 유가(油價)는 각국의 에너지 수입 부담을 높여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넷째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고 있다. 이란의 핵개발에 대해 이스라엘이 군사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이란은 국제적인 제재로 고통을 받을 경우 이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들을 침몰시키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

이란은 또 주변에 있는 바레인·쿠웨이트·사우디아라비아에 있는 친(親)이란 시아파, 레바논의 헤즈볼라, 가자 지구에 있는 하마스 같은 우호세력을 동원해 대응할 수도 있다. 중동 지역에는 문제를 일으킬 만한 다른 요인들이 많은데, 이 요인들이 서로 얽히면 시장에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국제 유가 상승세는 더욱 가파르게 될 것이다. 유가는 이미 배럴당 105달러대를 넘었다. 공포 심리가 작동할 경우, 유가는 심각한 수준까지 추가 상승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글로벌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이 확실시된다.

세계 도처에는 이처럼 많은 위험요인이 도사리고 있다. 투자자들은 이런 상황에서 안전한 현금 자산의 비중을 높이고 불안전한 고정 자산의 보유를 피하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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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뷰] 긴축과 성장 갈림길에 선 유럽

 

박정현 기자

입력 : 2012.02.24 18:10

 

유럽연합(EU)이 또 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다. 계속된 긴축정책이 경기 침체를 악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럽 국가들은 빚더미를 잔뜩 안은 상태라 경기 부양에 나설 여력도 없다.

이 때문에 긴축과 성장을 두고 유럽에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그리스, 포르투갈, 아일랜드 등 재정불량국을 중심으로 “긴축만 하지 말고, 성장도 고민하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들은 긴축정책으로 인해 경기가 둔화하면서 세수가 감소하고, 재정이 더 악화해 목표했던 재정 목표치를 이루지 못하는 악순환을 우려하고 있다.

◆ 긴축이냐 성장이냐

긴축을 견디다 못한 스페인 정부는 23일(현지시각) EU 집행위원회 측에 재정 적자 감축 목표를 낮춰 달라고 요청하고 나섰다. 스페인 정부는 올해 재정 적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4.4% 수준까지 낮추기로 약속을 했지만, 작년에도 EU 측과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서 이번에는 목표치를 재협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스페인 정부가 EU 집행위에 재정 적자 규모의 상한선을 5%까지 확대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리스에서는 긴축에 반발한 노동계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그리스 정부가 제 2차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 합의한 긴축 안에는 민간부문의 최저임금을 22%까지 인하하는 방안뿐만 아니라 공공부문 인력 1만5000명 감축, 연금 삭감, 건강보험 혜택 감소 등이 포함되어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한 시위 참가자는 “그들(그리스 정부)은 우리를 죽이려고 하는 게 아니라, 무릎을 꿇려놓고 계속해서 돈을 내게 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닥터둠’으로 알려진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도 지나친 긴축과 단기적 개혁의 단점을 지적했다. 루비니 교수는 “임금과 연금이 함께 줄어들면 소비도 줄어든다”며 “단기적인 구조조정은 부채 증가로 이어지고 경기 침체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기를 부양하면서 성장 구조를 개혁하는 편이 낫다”고 제안했다.

긴축에 대한 우려는 일부 국가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지난 20일, EU 12개국은 EU 집행위원회 등에 경제 성장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펼칠 것을 촉구하는 공동 서한을 보냈다. 성장 촉구 서한에 공동 서명한 12개국에는 이탈리아ㆍ스페인ㆍ아일랜드 등 재정불량국을 비롯해 영국ㆍ네덜란드ㆍ스웨덴ㆍ핀란드ㆍ폴란드ㆍ체코ㆍ슬로바키아ㆍ에스토니아ㆍ라트비아까지 포함됐다.

하지만 유로존 위기 타개를 위해 강력한 긴축정책 도입을 주장해온 독일과 프랑스 두 국가는 이 서한에 서명을 거부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도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한다는 입장이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총재는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긴축재정은 현재 상황에서 ‘피할 수 없는 것(unavoidable)’”이라며 재정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라면 긴축정책은 당연히 필요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드라기 총재는 "필요한 개혁 조치가 제대로 시행된다면, 단기적인 경기 위축은 장기적으로는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장기적으로는 (금융시장에) 신뢰 회복의 통로가 생겨 경제 성장의 동력이 발생할 수 있지만, 당장 성장을 기대할 수는 없다”며 유럽 재정불량국이 겪는 경기 침체를 단기적이고 필연적이라고 정의했다.

◆ 유럽, 3년 만에 침체 먹구름 몰려오는데…

한편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3일(현지시각) 올해의 유로존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 0.3%을 기록할 것이라며 당초 예상치(0.5%)보다 하향 조정했다.

유로존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까지 떨어지기는 2009년 이후 3년 만이다. 당시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인해 유로존 경제 성장률은 마이너스 4.3%까지 떨어진 적이 있다.

EU집행위는 유로존 양대 경제 대국인 독일과 프랑스의 올해 경제 성장률도 각각 0.6%, 0.4%로 전망했다. 다만 그리스의 경우 마이너스 2.8%에서 마이너스 4.4%로 대폭 하향 되면서, 5년 연속 경기침체에 빠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탈리아는 0.1%에서 마이너스 1.3%로 전망을 낮췄고 스페인도 마이너스 1%로 낮췄다.

EU집행위는 "경제 불확실성이 높고, 경기 하방압력이 높다"며 "부채문제가 심화하면서 유동성에도 문제가 생기고 침체 위험도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올해 유로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마이너스 0.5%로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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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이 뽐내 온 사회 모델은 죽었다"

최형석 기자

입력 : 2012.02.25 00:23 조선일보

드라기 유럽중앙銀 총재
"긴축 목표 느슨하게 하면 당장 시장이 응징 할 것"

블룸버그
마리오 드라기<사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24일(현지 시각)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유럽 재정위기로 그간 유럽이 뽐내 온 사회 모델이 죽었다"고 말했다. 풍성한 복지의 대명사였던 유럽식 사회 모델이 통용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는 뜻이다. 드라기 총재는 최고 50%대에 이르는 유럽 국가들의 청년 실업률을 예로 들며 "유럽은 한때 모든 실업자에게 수당을 지원할 정도로 부유했지만 이제는 옛일이 돼 버렸다"고 덧붙였다.

드라기 총재는 "그리스에 대한 2차 구제금융이 합의됐지만, 유럽이 여전히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며 "유럽의 문제는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경제난을 빌미로 '긴축을 늦춰야 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긴축 목표를 느슨하게 하면 당장 시장이 응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긴축이 성장을 위축시켜 유로 위기국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선 "단기적으로 그럴지 모르지만, 노동시장 개혁 등이 장기적으로 그 충격을 상쇄할 것"이라며 "긴축만이 궁극적으로 경제를 되살릴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드라기 총재는 또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 해결에 중국의 도움을 기대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간 많은 대화를 했지만 지금까지 (중국으로부터) 공식 투자가 있었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며 "중국에 의존하는 건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