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Blue 2012. 3. 1. 11:36

 

박정현 기자

입력 : 2012.03.01 10:24 조선일보

 

유럽중앙은행(ECB)이 예상보다 더 많은 돈을 풀었다. 29일(현지시각) ECB는 총 5295억유로의 초저금리 장기 대출(LTRO)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2차 LTRO를 신청한 은행 수도 총 800개로 1차 때의 523개보다 훨씬 늘어났다. 이로써 ECB의 3년 만기 장기 대출 규모는 지난 1차 LTRO의 4890억유로와 합쳐서 총 1조유로를 넘어섰다.

ECB의 LTRO는 단기적으론 금융시장에서 신용경색 우려를 완화하고 은행들에 필요한 유동성을 공급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ECB에 문을 두드리는 은행 수가 많아지고 대출 규모가 늘어나면서, LTRO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 “3년 뒤에 어떡할래?” 위험 경고 목소리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피터 샌즈 최고경영자(CEO)는 “ECB가 무책임하게 금융시장에 돈을 퍼붓고 있다”며 “또 다른 위기의 씨앗을 심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경고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주로 아시아 지역에 집중하기 때문에 유럽 위기에 대한 노출이 상당히 낮은 편이다. 그럼에도 샌즈는 “ECB의 유동성 확대 조치에 대해 아무도 출구 전략을 마련하고 있지 않다”며 “만기가 돌아오는 3년 후에 ECB가 은행들로부터 대출금을 다시 회수하지 못하면 어떻게 할 셈이냐”고 비판했다.

세계 주요 은행 리더들 가운데 ECB의 유동성 확대 조치에 대해 이처럼 강하게 비판적인 입장을 취한 것은 샌즈뿐이라고 FT는 분석했다. 대부분 은행은 ECB가 불안한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전례 없는 수준의 유동성 공급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ECB의 LTRO를 환영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유로존 경제 위기에 LTRO가 ‘만병퇴치 약’이 될 수는 없다"며 "은행들이 LTRO를 통해 받은 자금을 기업과 가계에 신규 대출로 공급하지 않고, 신규 자본확충 기준을 맞추기 위해 디레버리징하는데 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WSJ는 “실물 경제를 부양하려면 은행과 기업이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개혁을 해야만 하는데, 아직 기업들의 자금 현황이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WSJ는 유럽 국가들이 유동성이 확대된 것을 이용해 경기 부양을 위해 필요한 개혁조치를 제대로 밀어붙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월에 스페인 은행권이 발표한 금융권 개혁조치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도가 약했고, 스페인 정부는 심지어 재정적자 감축 목표치를 낮춰달라고 EU에 요청하고 있다.

FT도 “3년 뒤에 만기가 돌아왔을 때 은행들이 지금보다 더 좋은 여건에 있으리란 보장은 없다”면서 “실물 경제에 대한 대출 공급을 부양하는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 2차 LTRO자금…실물 경제 부양 효과는 미미해

1차 LTRO와 마찬가지로 2차 LTRO도 실물 경제를 부양하는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우선 은행들이 빌려간 돈은 대부분 기존 대출을 상환하거나 국채를 매입하는데 쓰일 예정이기 때문이다.

5295억유로 가운데 은행들이 ECB 대출금을 차환한 것을 제외하면 유럽 금융시장에 새롭게 흘러들어 간 자금은 3130억유로 정도 된다. 지난 1차 때 2000억유로보다 조금 더 많은 수준이다.

FT는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재정불량국 은행들은 ECB로부터 공급받은 자금을 자국의 국채를 매입하는 데 쓸 것이라고 분석했다. FT에 따르면 총 자금의 3분의 2는 스페인과 이탈리아 은행이 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탈리아의 인테사 상파울로는 약 240억유로를 빌려가 지난 1차 LTRO때보다 자금을 2배 많이 가져갔다. 영국의 로이드은행도 114억유로를 빌려가 비(非)유로존 은행 가운데선 가장 많이 가져갔다.

2차 LTRO를 통해 ECB에서 자금을 빌려간 은행들은 일부는 자금이 절실했지만, 일부는 저금리를 이용한 캐리트레이드를 노린 것이었다.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등 재정불량국 은행들은 정말로 자금이 필요했지만, 일부 은행들은 기존의 대출을 3년 만기 대출을 연 1%의 저금리 대출로 갈아타는 기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