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Blue 2012. 3. 7. 08:46

 

특별취재팀

입력 : 2012.03.07 03:09 조선일보 

[세션 2. '2050년 수퍼파워는 누구' 놓고 맞짱 토론]

프리드먼 "美가 패권 유지" - 영국 출신 퍼거슨, 영국처럼
미국도 실패할 거라 기대하나… 美 상황, 심각하나 치명적 아냐

퍼거슨 "中이 美 대체" - 中 빈곤해서 美 못제친다고?
프리드먼의 논리는 B학점짜리… 떠오르는 중국에 베팅하라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는 전혀 다른 형식의 세션 '조선 디베이트(debate·논쟁)'를 마련했다. 서로 추켜세우며 점잖게 이야기하는 기존 스타일에서 벗어나 이슈에 팔을 걷고 각자 견해를 부딪치는 것이다. 청중 또한 듣기만 하지 않고, 태블릿PC로 전자투표를 해 표로 찬반을 표시했다. 주제는 '2050년, 중국미국을 대체해 수퍼파워가 될까'였다. 중국이 미국의 패권을 대체할 것이라 보는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와 여전히 미국의 패권이 유지된다는 미국 싱크탱크 스트랫포(STRATFOR)의 조지 프리드먼 소장이 맞붙었다. 진행을 맡은 CNN의 앵커 짐 클랜시는 "규칙은 단 하나, 재미없으면 발언권을 빼앗겠다"는 말로 토론을 시작했다.

 

프리드먼 "1970년대 日이 美 제친다고 했지만 결과 어떻나"
퍼거슨 "38년이면 세상 급변한다… 中 패권은 역사의 흐름"

 

토론 전: 미국 58%, 중국 42%

토론 전 대형 화면에 청중들의 1차 투표결과가 공개됐다. 미국 58%, 중국 42%가 나왔다. 일단 프리드먼에 힘이 실렸다.

퍼거슨: IMF(국제통화기금)는 중국 GDP(국내총생산)가 2016년에 미국을 추월한다고 했어요. 미 의회예산청은 2032년 미국이 걷은 세금 중 4분의 1 이상을 국채 이자 갚는 데 써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중국이 그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갖고 있습니다. 글을 하나 인용하지요. '미국에선 내분이 일어나고 있다… 난 미국이 지금처럼 미합중국을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이 글은 내 옆에 있는 프리드먼이 쓴 겁니다. 제 의견이 맞죠? (청중석에선 박수가 터졌고 그는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프리드먼: 제 책 중 한 문단만 읽으셨군요. 퍼거슨은 젊기 때문에 아마 1970년대를 기억 못할 겁니다(퍼거슨은 48세, 프리드먼은 62세). 베트남전에서 미국이 졌을 때 물가상승률이 연 12%를 넘었어요. 다들 미국이 망할 거라고 했어요. 일본이 미국을 대체할 거라 했죠. 근데 그랬습니까? 물론 중국 성장세 대단합니다. 하지만 중국인 중 92%는 볼리비아 평균보다 소득이 낮습니다. 우리가 지금 쓰는 이 영어가 언제쯤 중국어로 바뀔까요? 중국은 아직 문화와 아이디어를 수입합니다. 미국은 경제·문화·군사 모든 측면에서 균형을 이루고 있어요.

제3회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 첫째날인 6일 ‘2050년 중국은 미국을 대체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조선 디베이트’에 토론자로 참가한 조지 프리드먼 스트랫포 CEO(왼쪽)와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가 관객의 실시간 투표 결과를 놓고 의견을 나누고 있다. /오종찬 기자 ojc1979@chosun.com
퍼거슨: 프리드먼은 지금 중국 경제가 미국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하면서도, 중국은 빈곤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미국 따라잡는 빈곤국이 어떻게 가능합니까. 내가 경제학 교수라면 그 논리에 B학점 주겠습니다. 영어 말씀하셨는데, 영어가 어디 미국 언어였습니까?

프리드먼: 영국 사람들은 미국이 실패하길 기대하겠죠(퍼거슨은 영국인, 프리드먼은 미국인). 한 번 실패한 사람들은 다른 이들도 자신처럼 실패할 것을 기대합니다. 중국은 사회적인 불만과 불안을 통제하고 공안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관리 비용을 쏟아붓습니다. 중국은 해결해야 할 딜레마들이 쌓여 있어요. 앞으로 30년동안 중국이 지난 30년처럼 발전하기 힘들 겁니다.

토론 후: 미국 38%, 중국 62%

이때 중간투표가 있었다. 2050년 미국이 수퍼파워일 거라는 청중이 68%로 오히려 더 늘었다. 프리드먼은 물잔을 들어 건배를 제안했고, 퍼거슨은 쓴웃음을 지었다.

퍼거슨: 1960년대 한국은 사하라 이남 국가보다 빈곤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선진국이죠. 똑같은 일이 중국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겁니다. 왜 미국이라는 틀에 갇혀 보십니까. 떠오르는 중국, 가라앉는 미국. 올바른 편에 베팅하길 바랍니다.

프리드먼: 물론 미국엔 여러 문제들이 있습니다. 심각할 수 있지만 치명적이지는 않아요. 중국의 지리적 특성 때문이라도 미국과 같은 수퍼파워가 되기 힘듭니다. 연안을 제외하면 산맥으로 둘러싸여 있어섭니다. 베트남과의 전쟁에서도 거의 패배했죠.

퍼거슨: 그건 20세기 전쟁의 이미지입니다. 다음 전쟁은 사이버 공간의 전쟁입니다. 중국이 지리적으로 봉쇄됐다는 개념은 구식입니다. 역사는 완만한 경사길을 걷는 게 아니라 벼랑처럼 뚝 떨어지는 겁니다. 38년 전 유럽이 어땠는지 생각해 보세요. 소련도 망했습니다. 역사는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빠르게 변할 겁니다. 38년 뒤 다시 서울에서 만나서 얘기해 봅시다. 내가 얼마나 옳았는지 아마 깜짝 놀랄 겁니다.

디베이트가 끝났다. 청중들은 다시 탭을 들고 투표했다. 미국 38%, 중국 62%. 의견이 완전히 뒤집혔다.

 

-------------------------------------------------------------

 

[제3회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 퍼거슨도 프리드먼도 "탭퍼런스 토론 박진감 넘쳐"

특별취재팀

입력 : 2012.03.07 03:09 조선일보

勝者 퍼거슨, 책 사인 등 여유… 敗者 프리드먼, 서둘러 자리 떠
사회자 클랜시 "모두가 승자"

'승자'와 '패자'의 표정은 엇갈렸다. 최종 청중 투표에서 62%를 얻어낸 퍼거슨 교수는 토론 후 청중과 명함을 교환하고 자기 저서에 사인을 해 주기도 했지만, 반대편이었던 프리드먼 소장은 서둘러 토론장을 떴다.

토론 후 대기실에 돌아온 퍼거슨은 기자에게 "나는 중국 세일즈맨이 아니다"면서도 "중국은 오랜 역사를 통해 습득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중국에는 가능성이 무한한 도시가 많다"며 "쓰촨(四川)성의 충칭(重慶)을 가 보면 내가 왜 중국이 수퍼파워를 차지할 것이라 말하는지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프리드먼은 "두 차례 투표에서 이겼는데 막판에 뒤집혀 아쉽다"면서 "퍼거슨의 열정은 인정하지만 투표 결과에 승복하는 건 아니다"고 했다. 이 말에 옆에 있던 퍼거슨이 또다시 토론을 벌이려 하자 프리드먼은 "됐다. 그만하자"고 했다. 프리드먼은 "중국 사람의 애국심이 대단하다는 것은 인정한다"고 했다.

‘조선 디베이트’ 사회를 맡은 짐 클랜시 CNN 앵커. /오종찬 기자 ojc1979@chosun.com

이들은 태블릿PC를 통해 실시간으로 청중 투표 결과가 공개된 '탭퍼런스' 토론에 대해 "놀라운 경험이었다"고 했다. 퍼거슨은 "내가 사용한 단어, 내 발언에 청중이 즉각 반응해 토론 내내 박진감이 넘쳤다. 긴장을 풀 수 없었다"고 했다. 프리드먼은 "결과가 나올 때마다 조마조마했다"며 "앞으로 토론 방식이 (탭퍼런스 덕분에) 혁신적으로 바뀔 것 같다"고 했다.

사회를 맡은 클랜시는 "청중이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킨 재미있고 심도 있는 시간이었다"며 "퍼거슨뿐 아니라 토론에 참여한 프리드먼과 청중 모두 승자"라고 했다.

 

---------------------------------------------------------------------

 

[제3회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 퍼거슨, 유럽·소련 성쇠 예로 들자… 청중 마음 움직여

특별취재팀

입력 : 2012.03.07 03:09 조선일보

1·2차 투표서 뒤졌던 퍼거슨, 어떻게 프리드먼에 역전했나

미국 38%, 중국 62%.

디베이트가 끝난 뒤 마지막 투표 결과가 공개되자, 행사장에선 '와' 하는 탄성이 흘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첫 투표에선 미국일 것이란 응답이 중국을 16%포인트 차이로 앞섰고, 2차 투표에선 그 격차가 36%포인트로 더 벌어졌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역사학자인 퍼거슨 교수가, '21세기 노스트라다무스'라고도 불리는 미래 예측 전문가 프리드먼 소장에게 대(大)역전극을 펼친 셈이었다.

두 석학의 논거 중 어떤 게 청중의 마음을 움직였을까. 현장에서 디베이트를 지켜본 김흥규 성신여대 교수는 퍼거슨의 '역사성 강조'를 꼽았다. 처음엔 중국이 유일한 패권국이 된다는 것에 대한 심리적 저항감이 있어 미국에 손을 많이 들어준 청중의 마음을 퍼거슨 교수가 '역사에서 배워라'고 말하며 중국 쪽으로 돌려세웠다는 해석이다. 김 교수는 "앞으로 중국이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우위에 서는 것이 비정상적인 사건이 아니라 정상적인 역사적 흐름일 수 있다는 설득이 먹힌 것 같다"고 말했다.

토론 당사자들 의견도 비슷했다. 퍼거슨은 디베이트에 나서기 전 대기실에서 30:70 정도로 자기 견해가 불리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한국과 미국 관계가 그동안 강했기 때문에 중국이 수퍼파워가 될 것이라는 내 아이디어가 그리 환영받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토론이 끝난 뒤 그는 "'지난 38년간 세상이 엄청나게 바뀐 것처럼 앞으로 38년도 엄청나게 바뀔 것이다'라고 얘기한 부분이 청중에게 어필한 것 같다"고 말했다.

프리드먼은 "물론 38년 동안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아무도 모르지만 미국 역시 마찬가지로 38년을 준비할 것이라는 점을 알았으면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