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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 2012. 3. 17. 09:32

앤디 시에(謝國忠) 전(前) 모건스탠리 수석이코노미스트

입력 : 2012.03.16 13:53 조선일보

거품 꺼지는 부동산 시장
상업용 부동산 판매 올 1~2월 성장률 -20% 규제 완화 목소리 커져
中 부동산은 문제없다?
인구 성장률은 정점 지금 짓고 있는 주택만 2억명 이상 수용 물량
투기꾼 겨냥한 규제
스스로 손실 껴안고 부동산 재고 물량 합리적 가격에 팔게 해야

앤디 시에(謝國忠) 전(前) 모건스탠리 수석이코노미스트
중국 정부가 시행 중인 부동산 시장 규제정책 완화를 바라는 목소리가 중국에서 커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2년 전부터 다주택자 구매 제한,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대출금리 상향조정, 대출 제한 같은 규제조치를 취하고 있다. 부동산 투기꾼과 개발 업자들은 "부동산 규제정책 때문에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이들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100%에 달하는 부동산 자산과 재고를 갖고 있다. 이들의 건설·부동산 개발 관련 주식 보유물량도 엄청나다.

중국의 부동산 시장은 올 들어서도 약세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상업용 부동산 판매는 올해 1~2월 마이너스 성장률(-20.9%)을 기록했고 부동산 투자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7% 정도 떨어졌다.

이는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는 20년 전 일본에 이어 사상 최대의 부동산 거품 붕괴 위기를 눈앞에 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의 주식시장은 1989년, 부동산시장은 1992년 각각 최고점을 기록했다. 지금 주식과 부동산시장은 각각 그때보다 80%가량 떨어졌다. 중국도 주식시장이 2007년, 부동산은 2010년 상한가를 쳤다. 중국 부동산도 이젠 추락할 일만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빠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25일 베이징 시내에서 한 여성이 부동산업체들이 길가에 세워놓은 주택분양 홍보간판 곁을 외면한 채 지나가고 있다. / 뉴스컴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의 주택 공급량이 적정 수요량을 넘어선 지 오래됐다는 사실이다. 6억5000만여명의 중국 도시 거주민들의 1인당 생활공간은 유럽과 일본보다 더 넓다. 현재 건설 중인 주택만 2억명이 넘는 인원을 수용하고도 남는다. 이는 향후 15년 동안 중국 농촌에서 도시로 새로 유입되는 총인구 숫자와 맞먹는다. 부동산 개발업자들과 지방정부가 소유한 토지 관련 금융권 자금도 추가로 2억명이 거주하는 주택을 마련하고도 남는다.

일각에서는 '중국 부동산은 문제없다'며 2가지 근거를 내놓는다. 첫째는 중국 정부가 전지전능하다는 점이다. 막연하게 '중국 정부는 시장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둘째, 중국인들이 쓸 땅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는 투기꾼들에게 용기를 주는 말이다. 어떤 땅이라도 가격 하락은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주장은 주장일 뿐이다.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계기로 글로벌 시장경제에 본격 진입했다. 그때 정부는 어떤 문제가 발생해도 해결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줬고, 세계 무역시장에 적극 진출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중국 시장까지 휘청거리고 있다.

실제로 중국 내에 쓸 만한 땅이 부족할까? 농업용지로 쓰기엔 적당한 땅은 없을지 모르지만 주거용지 사정은 다르다. 도시 거주민들은 대부분 아파트에 사는데, 가계 수입 대비 땅값이 터무니없이 비싸다. 중국 저장성은 영국과 영토 크기와 인구 규모가 비슷하다. 도시의 땅값은 영국보다 다섯 배가량 비싸지만, 1인당 수입은 영국의 25% 수준이다. 인구도 영국보다 빠르게 늘지 않는다.

중국 정부가 올해 또는 내년에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사정이 획기적으로 좋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대다수의 사람은 이미 주택을 보유하고 있을 만큼 시장이 포화됐다. 투기꾼들은 정점에 이른 중국의 인구 성장률을 보면서, 그들이 갖고 있는 텅 빈 아파트와 건물들로 불안해하고 있다.

둘째, 자금이 예전만큼 많이 유입되지 않고 있다. 과거 중국 부동산 시장은 과도한 유동성(流動性·현금흐름) 공급과 이에 동반한 왜곡된 정보가 퍼져 기형적으로 부풀어지고 과열됐다. 과도한 유동성 공급의 원인은 무역수지 흑자 증가와 핫머니(투기성 단기자본) 유입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무역수지 흑자와 핫머니가 동시에 급감하고 있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투기 붐이 되살아난다면, 그것은 시중 금리 인상으로 직결될 것이다.

물론 중국의 부동산 거품은 비교적 천천히 꺼지고 있다. 중국 은행들이 상당수의 부동산 개발업자들과 투기꾼들에게 빌려준 돈이 만기가 지났음에도 아직 회수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 부동산 개발업자는 빌린 돈을 갚을 능력이 없는 사실상 '파산' 상태이다. 은행들은 왜 돈을 회수하지 않을까. 은행과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투기꾼들과 공생 관계에 묶인 경우가 많아,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면 자신들도 유리해진다고 믿는다. 그래서 일단 내버려두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규제정책은 투기꾼과 개발업자들을 겨냥한 것이다. 중국 정부의 부동산 규제책이 시장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주장은, 그동안 중국 부동산 시장 성장은 투기꾼 덕택이었다는 논리로 귀결된다.

중국 정부는 부동산 규제정책을 계속해야 한다. 이는 중국 경제 연착륙을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기도 하다. 정부가 부동산 규제책을 지속한다면, 펄펄 끓는 뜨거운 물 속에 산 채로 익혀지는 개구리처럼, 투기꾼들은 무력화될 것이다. 이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정상화되면, 투기꾼과 개발업자들은 모든 손실을 스스로 떠안으면서 일반 시민들이 합리적인 수준에서 살 수 있는 가격대에서 자신들이 보유하던 주택 등 부동산 보유 재고물량을 팔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