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Blue 2012. 3. 21. 17:47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대공황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세계 최고의 `대공황 전문가`다.

그의 20일 조지워싱턴대(GWU) 강의도 어김없이 대공황에 집중됐다. 그가 준비한 50페이지짜리 파워포인트는 1930년 미국을 뒤흔들었던 대공황이 `왜 발생했으며 당시 중앙은행의 처방이 무엇이 잘못됐는가`를 집중적으로 파헤쳤다.

세계경제는 1차 세계대전이 할퀴고 지나간 상흔으로 고통을 겪었지만 미국만큼은 예외였다. 1920년대 미국은 전쟁 후 찾아온 호황으로 주식시장이 폭등하는 등 경제 전반에 거품이 끼기 시작했다.

버냉키 의장은 거품 필패론자다. 과거 교수 시절부터 `시장의 거품은 반드시 위기를 부른다`는 명제를 `전가의 보도`처럼 신봉했다. 이날 강의에서도 그는 "대공황은 1920년대의 과도함을 바로잡기 위해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사건"이라며 자신이 지지하는 청산이론을 소개했다.

이날 강의의 숨은 코드는 `금융위기의 해법은 공격적인 통화정책`이었다.

그는 당시 중앙은행인 연준이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구사하지 못하고 그 반대의 정책들을 내놓는 바람에 시장을 일으켜 세우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버냉키 의장은 대공황을 시기별로 3단계로 나눴다. 즉

 

△1929~33년 급격한 디플레이션 시기

 

△1933~37년 완만한 회복기

 

△1937~38년의 2차 경기위축기로 분류했다.

 

그는 2차 경기위축기의 경우 "연준이 기존 부양정책 기조를 급하게 거둬들이는 바람에 발생한 정책 실패의 대표적인 경우"라고 규정했다. 그는 "정책 당국자들은 당시의 교훈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부양정책은 갑작스럽게 뒤집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후반부터 시작된 미국경제의 완만한 성장과 관련해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일부 위원들이 제기하는 금리인상 등의 출구전략에 쐐기를 박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버냉키 의장은 미국 내에서도 대표적인 통화론자다. 버냉키 의장과 같은 대학의 교수인 폴 크루그만 교수는 "버냉키 의장만큼 적극적인 통화론자도 드물 것이다"고 묘사하기도 했다.

프린스턴대 교수 시절 그는 `잃어버린 10년`의 위기를 겪던 일본에 `중앙은행이 나서 직접 국채를 매입해서라도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라`고 조언했고, 2007년 미국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두 차례의 양적완화라는 `달러뿌리기` 정책을 주저없이 구사했을 정도다.

버냉키 의장은 또 금융위기 해결을 위해 국제공조의 중요성을 묻는 학생의 질문에 "19세기 초 유럽국가들 간에는 상당한 수준의 국제공조가 있었다"면서도 "그러나 영국 독일 프랑스의 나쁜 정치행태가 이 같은 공조를 방해했다"고 지적했다.

버냉키 의장은 소극적인 통화정책을 불러오는 금본위제도도 정면으로 반대했다.

대공황 당시에도 연준이 금본위제도를 고집하는 바람에 위기에 적절히 대응할 수단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현대에 와서는 금의 공급량이 제한돼 있는 데다 세계경제를 움직이는 변수가 워낙 다양해 금에 의존한 통화정책으로는 지금의 경제를 통제할 수 없다는 주장도 폈다.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금본위제도로의 회귀 주장을 일축한 것이다.

버냉키 의장은 이어 "현재 중국정부가 위안화 가치를 달러화 가치에 거의 고정시켜 두는 것은 바로 금본위제도와 같은 구조"라며 "이는 분명 중국정부의 정책적 오류"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런 구조 속에서는 연준이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낮추면 중국에서도 환율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금리를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중국에 저금리정책은 적절한 정책이 아니라는 게 문제"라고 설명했다.

버냉키 의장의 대학강의 행사는 앞으로 22일과 27, 29일 등 총 3차례 더 진행될 예정이다. 두 번째 강연은 2차대전 후 중앙은행이 취해온 조치와 역할 소개에 초점이 맞춰진다. 나머지 두 강연은 2008년 금융위기의 원인과 그 후 이어진 위기와 침체현상에 대한 연준의 대응 등을 설명할 예정이다.

이날 강의는 연준이 추진 중인 국민과의 소통 정책과 내년 연준 10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이루어졌다. 버냉키 의장의 강연은 연준 웹페이지를 통해서도 생중계 된다.

이 대학 강의에 앞서 CNBC와의 기자회견에서 버냉키 의장은 "미국 경제가 회복에 이르기까지는 아직도 시간이 필요하다"며 여전히 조심스런 입장을 고수했다.

[워싱턴 = 장광익 특파원]


매일경제 2012-03-21 17:34: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