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Blue 2012. 6. 23. 09:17

 

최형석 기자

입력 : 2012.06.23 01:14 조선일보

美실업지표와 中·유럽 제조업 지수 악화… 금융위기, 실물경제로 확산
글로벌 은행 15곳 신용강등

세계 경제에 복합불황(複合不況)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유럽발(發) 금융위기가 실물부문으로 전이되고 있어 세계 경제 전체가 장기 동반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4년 전 리먼 쇼크 당시에는 각국이 재정을 대거 투입해 실물부문의 추락을 막았는데, 이번에는 곳간마저 비어 있어 제대로 손쓸 수조차 없는 훨씬 악성의 위기가 찾아오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그리스스페인발(發) 금융위기가 급한 불은 껐지만, 이번에는 세계 곳곳에서 실물부문의 이상 신호를 알리는 요란한 경고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미국에선 다시 실업자가 늘어나고,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며, 중국에선 마지노선으로 간주되던 8% 성장률이 이번 분기에 무너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 유럽에선 최우량국인 독일의 경기마저 악화되는 지표가 속속 나오고 있다.

지난 21일엔 하루 동안 세계 3개 대륙에서 동시에 악화된 실물 지표가 발표됐다. 미국의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신청 건수가 38만7000건으로 예상치를 4000건 웃돌았고, 지난달 미국의 주택 판매량도 455만채를 기록, 전달보다 1.5% 줄었다. 중국의 6월 제조업 지수도 전달보다 0.3포인트 하락하며 8개월 연속 기준치(50)를 밑돌았고, 유로존의 제조업 지수는 전달보다 0.3포인트 떨어지며 11개월 연속 기준치를 하회했다.

이런 소식에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증시는 2.0% 떨어지면서 올 들어 두 번째로 큰 낙폭을 기록했다. 유럽 증시도 0.4~1.0%대로 떨어졌으며, 22일 열린 아시아 증시도 한국이 2.2% 하락한 것을 비롯해 일제히 하락했다.

위기가 실물경제로 전이되는 와중에도 남유럽 금융·재정위기는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실물과 금융 위기가 서로 물고 물리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추가 부실 발생을 우려, 골드만삭스·JP모간 등 15개 세계 주요 은행의 신용등급을 무더기로 강등했다.

 

---------------------------------------------------------

 

[세계경제 복합불황] "실물경제 괜찮다" 발표한 정부… 뒤돌아서서는 "조짐 심상찮다"

 

박유연 기자 

입력 : 2012.06.23 00:44 | 수정 : 2012.06.23 07:57 조선일보

산업현장 긴급 점검 나서

유럽 금융위기가 글로벌 실물경제 위기로 전이되는 조짐을 보이자 정부는 지난 13일 위기관리 대책회의 안건으로 '실물경제 동향 점검'을 급히 올렸다. 회의가 끝난 뒤 정부는 "실물경제의 급락 조짐은 아직 없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그러나 실제 회의의 분위기는 공식 발표와는 많이 달랐다고 한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경제부처 장관은 "우리나라 수출의 4분의 3을 담당하는 주력 업종 9개(조선, 해운, 건설, 철강, 전자, 자동차, 기계, 화학, 섬유)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이 이뤄졌다. 수치를 밝힐 순 없지만, 이미 문제가 된 조선·해운·건설업종뿐 아니라 철강과 반도체, IT 업종까지 둔화 조짐이 뚜렷했다"고 전했다.

이런 속사정과 달리 정부는 경제 주체들의 불안감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애써 밝은 면을 강조하고 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경제연구기관장들과의 간담회에서 "고용과 물가가 개선되고 수출과 내수도 나름 선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5월 취업자는 1년 전보다 47만명 늘었고, 광공업 생산도 4월 전달보다 0.9% 늘어 상승세는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유럽발 재정위기가 글로벌 실물 경제 침체로 이어지는 징후가 뚜렷해지면서 정부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수출 품목과 시장이 고르게 퍼져 있다고 안심할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 우리나라 수출은 최근 눈에 띄게 위축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5월 수출액은 471억달러로 1년 전보다 0.6% 감소했다. 3월부터 3개월 연속 감소세다.

지식경제부가 28일부터 지역·업종별로 실물 경제 현장을 긴급 점검하겠다고 나선 것은 정책 당국의 이런 불안감을 보여준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외여건 악화로 수출 증가율이 지난해 19%에서 올해는 4.5%로 추락할 것"이라며 "경기 활성화를 위한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

 

[세계경제 복합불황] 수출도 공장 가동도 줄어… 한국 주력산업 비상체제

 

최원규 기자 / 신은진 기자

입력 : 2012.06.23 01:57 | 수정 : 2012.06.23 07:58 조선일보

[4대 산업에도 먹구름… "고용 불안 계속될 우려"]
철강 - 포스코 영업익 54% 급감… 공장 폐쇄 업체도
조선 - 선박 발주 '뚝'… 최악 2009년보다도 못할 듯
석유화학 - 中 수출 줄어… "섬유원료 업체들 감산 고려"
전자 - 경기에 민감… 서유럽 TV시장 16% 감소

세계 경제가 복합불황에 들어갈 조짐을 보이면서 수출이라는 단발엔진에 의존하는 한국경제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자동차를 제외한 철강·조선·석유화학·IT 등 우리나라의 핵심산업이 모두 사실상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철강업계는 생산공장 폐쇄를 발표한 업체까지 나왔다. 국내 3위 철강사인 동국제강은 최근 3개 후판 공장 중 경북 포항 1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문을 닫았다. 공급과잉으로 제값을 못 받을 바에는 공장 운영 비용이라도 아끼겠다는 것이다. 후판은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으로 선박용이나 건설용 철강재로 쓰인다. 다른 대형 철강업체도 사정은 비슷하다. 포스코는 1분기 영업이익이 422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54.2% 줄었고, 현대제철도 1분기 영업이익(1566억원)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유럽 금융위기가 글로벌 실물 경제 위기로 전이되는 징후가 각종 경제지표로 나타나면서 21일(현지시각) 미국 증시가 2% 급락하자,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한 직원이 심각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중견 철강업체들의 사정도 좋지 않다. 강철 파이프를 생산하는 미주제강은 최근 자금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부도를 냈다. 다른 중견 철강업체들도 2~3년씩 적자가 계속 쌓이면서 상황이 어렵다. 일부 업체는 상장폐지까지 검토되는 상황이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 들어 중국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서 중국 내수시장에서 소화되지 않은 철강 물량이 거의 원가 수준으로 국내에 들어와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 효자 종목 중 하나인 조선업은 발주가 많이 줄었다. 올 들어 4월까지 전 세계 선박 발주 물량은 500만 CGT(표준화물선 환산 톤수). 이 추세라면 올해 전체 발주 물량은 1500만 CGT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금융위기로 선박 발주가 최악이었던 2009년(1600만 CGT)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특히 자금력이 약한 중소 조선사들이 더 힘들다. 일부 업체는 내년 상반기쯤이면 수주 잔고가 바닥날 상황이지만 신규 수주를 거의 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사 '빅3'는 일반 선박 대신 해양플랜트 수주를 늘려 나름대로 선방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5월까지 60억달러어치의 물량을 수주, 올해 목표치(110억달러)의 절반을 넘겼다. 올해 수주 물량의 70% 정도가 해양플랜트다. 대신증권 전재천 연구위원은 "현재는 중소 조선사가 어렵지만 불황이 장기화하면 대형 조선사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석유화학도 유로존 재정 위기 여파로 이익이 많이 줄었다. 호남석유화학은 지난 1분기 매출이 3조850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00억원쯤,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 5821억원에서 올 1분기 2196억원으로 감소했다. 여수산업단지에 있는 한 석유화학업체는 지난달 폴리에틸렌 생산라인 하나를 가동 중단했다. 지난달엔 석유화학 기초원료인 나프타를 분해하는 여천NCC도 가동률을 낮췄다. 김평중 한국석유화학협회 본부장은 "지난 4월 잇따라 생산 중단에 들어갔던 합성섬유원료 업체들도 다시 감산을 고려하고 있다"며 "유럽 재정위기 영향으로 대(對)중국 수출이 줄어든 데 따른 간접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국내 전자업체들의 대표 수출 상품인 TV도 영향권에 들어갔다. IT시장 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올 1분기 서유럽 TV 시장 규모는 40억275만달러를 기록, 작년 1분기보다 16%쯤 감소했다. 특히 올해는 '유로 2012' 축구대회(6월), 런던올림픽(7월) 같은 TV 시장을 자극할 만한 대형 스포츠 행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 규모가 축소되고 있다. 아직 별도 시장 조사 발표가 나오지 않았으나 유럽 금융 위기가 본격화된 4·5월의 경우 시장 규모는 더 줄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유럽발 경제위기로 한국의 경기 회복세나 고용도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리포트를 내놓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 한국 수출과 설비투자 둔화 폭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씨티그룹은 "글로벌 경제 전망이 크게 개선되지 않는 한 제조업 부문의 고용 불안이 지속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

 

[세계경제 복합불황] 지갑 닫은 유럽, 美·中 경제회복에 걸림돌…

 

"성장이 답" 알지만 재정부실 탓 풀 돈 없어

 

최형석 기자

입력 : 2012.06.23 00:52 | 수정 : 2012.06.23 07:58 조선일보

늪에 빠진 세계경제

그리스 사태의 봉합으로 유럽 재정위기가 최악의 국면은 피했지만, 세계 경제는 실물 경기 침체라는 새로운 늪에 빠져들고 있다.

회복 기미를 보이던 미국 경제가 다시 침체 조짐을 보이고, 세계 경제의 '성장 엔진' 역할을 해온 중국도 엔진 출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유럽에선 이미 불황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웠다. 긴축 정책의 여파로 소비가 급감하면서 기업의 생산감소와 감원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유럽 2위 항공사인 독일 루프트한자가 직원 3500명을, 프랑스 자동차업체 푸조-시트로앵은 직원 6000명을 각각 감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유럽 경제 우등생인 독일의 6월 기업신뢰지수가 2년 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 독일 기업들도 향후 경기를 어둡게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동부 지역의 6월 제조업 경기 지수는 작년 8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벤 버냉키 미 연준(FRB) 의장은 "유럽 부채 및 성장 위기가 이미 미국 성장에 걸림돌(brake)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유럽의 자금난이 신흥국의 자금난과 미국상품 구매력 약화를 촉발해 미국의 수출을 위축시키면서 미국 경제의 활력을 잃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對)유럽 수출 비중이 전체 수출의 18.7%를 차지하는 중국 역시 유럽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중국의 제조업 지수는 6월에 48.1을 기록, 8개월 연속 기준치(50)를 밑돌고 있다. 취홍빈 HSBC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해외 여건 악화로 수출이 계속 감소할 가능성이 높고, 국내 수요부진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글로벌 불황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지만, 해법을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재정위기에 몰린 유럽 국가들은 풀 돈이 없고, 미국도 국회에서 재정지출을 줄이는 법안을 통과시켜 추가 경기부양에 나서기 어렵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4조위안을 쏟아부으며 글로벌 경기 침체의 방파제 역할을 했던 중국도 지방정부 재정 부실 등의 이유로 대규모 부양책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19일 멕시코에서 회동한 G20(주요 20개국) 정상들은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성장이 해결책'이라는 결론을 내렸지만, 구체적인 각론(各論)은 보이지 않는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다들 재원이 없는 상태라 성장을 촉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라고 말했다.

 

------------------------------------------------------------

 

"유로존 GDP 1%(약 189조원)를 성장에 투입"

파리=이성훈 특파원

입력 : 2012.06.23 03:05 | 수정 : 2012.06.23 07:58 조선일보

獨·佛·伊·스페인 정상회담

 

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등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정상들이 유로존 회원국 국내총생산(GDP)의 1%(1300억 유로·약 189조원)를 성장정책에 투입하기로 합의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22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로마에서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을 열고 "유로존 GDP의 1%를 추가로 성장정책에 투입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번 조치가 (시장에) 긍정적 신호가 될 것"이라며 "유럽 경제위기 해결을 위해 정치적으로 더욱 긴밀하게 협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제위기는 유럽 통합이 더욱 중요하다는 교훈을 줬다"고 덧붙였다.

 



유로존 미니 정상회담 -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왼쪽부터) 등 유로존(유로화 통용 17개국) 4대 경제대국의 정상들이 위기 해결을 위해 22일 이탈리아 로마에서‘유로존 미니 정상회담’을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상들은 기자회견에서“4개국은 유로화가 반드시 지속돼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로이터 뉴시스

 

올랑드 대통령은 "경제성장을 위해 더욱 노력하기로 합의했다"며 "유로본드(유로존 공동채권)를 경제위기의 해법 중 하나로 논의했다"고 말했다.

복합불황(複合不況)

부동산·주식 등 자산가치가 떨어지고, 생산과 소비 등 경제 활동도 침체되는 등 경제 전반이 불황에 빠진 상태를 말한다. 1990년대 일본이 겪었던 불황으로, ‘부동산 가격 하락→부실 채권 급증→금융기관 파산→기업 자금난·도산→부동산 매각→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나타났다. 복합불황에 빠지면 미래에 불안을 느낀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아 경기 침체가 장기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