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즐거움/자전거여행

석스테파노 2009. 5. 6. 15:03

4월9일 목요일 날씨 : 맑음

 

웅천 청수장은 줄포여관에 비하면 호텔이었다.

온몸에 담배찌든 냄새가 벤것 같아 정말 기분이 나쁘다..

침낭을 깔고 잤어도..

새벽 1시부터 눈이 떨어진다..

아..! 잠 좀 자자...

 

뒤척뒤척..2시..3시..4시..

에이..일어나 버렸다.

묵주들고 서성이며 묵주기도하고..

5시..

 

왼쪽 발목 앞쪽과 무릅이 신경쓰이게 살살 아프다.

이번 여행에서 클릿신발을 잘못 선택했다..

편안하고 가벼운 신발을 놔두고 혹시몰라 발목까지 오는 것을 선택했는데..

패달링때 왼쪽 발목 위를 누르면서 계속 아프게 한다..

신발이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손으로 눌러봐도 아프다..

 

욕조가 담그고 싶은 모양이었으면 찜질이라도 했건만..

차마 사진에 담기조차..기억하기조차 싫었다..

6시 땡하자 마자 식당으로 달려가

후다닥 밥먹고...(어제 그 일행들 만나기 싫어서..)

 

짐싸들고 길을 나섰다..

 

날씨..정말 죽인다..

 

 

고창까지 지루한 라이딩을 한다..

어제 무리를 해서이기도 하고..

잠도 너무 설쳤다..

어제와는 너무도 다른 컨디션에..날씨는 무슨 여름같이 덥다..

다행이 얼려온 물로 목을 축이면서 내려간다..

길가에 꽃잔듸가 이쁘게 피어..향기가 난다.(개인적으론 싫다..그 향기가..)

아마도 여름이 되기전에 무성한 꽃밭이 되겠다.

 

 

계속 23번 국도를 타고 간다..

4차선에..갓길도 넓고.. 볼트하나 돌맹이 하나도 없는 구간이 많다..

 

 

 헉..며칠동안 잔차만 탓는데도 뱃살은 여전하다..

찌기는 쉬워도 빼기는 어려운게 살인가 보다..

65킬로 나갈때는 머리만 빼곤 그래도 균형이 있었는데..

ㅎㅎㅎ 80킬로가 넘으니 이건 좀...

잔차가 욕하겠다..

 

그나저나 힘들다...

영광이 거의 가까워졌을 무렵.. 버스정류장에서 죽치고 쉬어본다..

 

지나던 라이더가 인사를 한다..

'시원한 물한잔 하고 가요' 하며 잡았다..

대전에서 출발해서 변산반도를 돌아 내려오는 길이란다..

버프와 고글을 벗으니..

와..젊다..(부럽다..) 25살의 열혈남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점심이나 함께 하자고 꼬드겨..

영광을 간다..

먼저 출발하라고 했더니..

휭~ 하니 간다..

 

아무리 젊고..힘이 좋아도..짐까지 싣었는데..

너무 빨리도 내뺀다..

이그..저질 체력..!

 

사방사방 밟고 가는데도 따라가지를 못하겠다..

헉헉..

겨우 영광시내에서 내 뒤를 따라온다며 기다리다 만난다..

택시기사분에게 물어 굴비백반집을 찾아서 앉으니..

눈이 커진다..

 

 

아주 건실한 청년이다..교회도 열심히 다닌단다..

전국여행은 나처럼 처음이라는데..

최소경비로 가고 있단다..

정식 만원짜리로 푸짐하게 같이 먹고 사진도 서로 찍어주고

길을 나선다..

코스는 비슷한데..일정이 조금 다르다..

제주에서 만나면 술한잔 하자고 하고 헤어졌다..

밖에 나오니 쥔장께서 약간은 어정쩡한 인사로 답례하신다..ㅎㅎ

 

 

 친구 자전거라는데..아무리 뜯어봐도.. 엔진은 없던데..

하여간 고개길도 쭉쭉 앞서서 가버려 몇분도 않되서 보이지도 않았다..

전화번호를 주고 받아..가면서 서로 메세지 보내주며 응원도 하고 소식도 전했다.

같은 하늘 아래..자전거로 여행하는 동질감에서 나오는 정..

20년의 나이차이가 뭐 필요한가..

행복한 점심이었다.. 간만에 혼자가 아니었고..ㅎㅎ

 

그나저나 컨디션은 영 아니다..

저질 체력..ㅋㅋㅋ

 

 

 

영광을 출발해서..오르막을 올라 내려가니.. 유채밭이 펼쳐진다.. 이젠 제주도만 있는게

아니라.. 전국에 깔려있다..ㅎㅎ 노란 유채꽃이 너무도 이쁘다..

 

 

함평에 이르니.. 도로변에 함평을 알리는 조경이 계속 보인다..

꽃잔듸가 이쁘게 보이는 것을 보니 사람들이 고생했다는 느낌이 확 든다...

함평의 나비축제가 참 유명하던데.. 시간상으로 잘 맞지 않아..

그져..도로만 바라보고 간다..

 

 표지판을 보니.. 연천이다..

일산 우리집에서 조금만 가면 경기도 연천인데..ㅎㅎ

연천으로 가고 싶었다..ㅎㅎ

 

잘 빠진 도로..정말 차라곤 가끔 지나다니는 도로를 차암..잘 만들었다..

자동차를 위한 도로가 아니라 자전거를 위한 도로다..ㅎㅎ

 

 

깨끗한 도로를 열심히 달리다 코아홀(포장 강도를 측정하기 위해 원통형으로 시추한 흔적)속에

잡초가 자라있다.

본디 이 자리는 이들의 것이 었는데..

인간이 편리를 위해 깔아뭉게고.. 아스팔트를 깔고..콘크리트로 벽을 세웠다.

자신이 주인이라는 것을 알리는냥..

그 틈바구니의 먼지흙위에 씨를 틔어..

살아난다..

승패를 따지긴 뭐 하지만.. 누가 승리한 것일까..

깔아뭉겐 인간의 승리인가..

돌하다 딱..놓고 다 따먹는 잡초의 승리일까..

 

난 세상에 태어나 무엇을 하러 온것을 고민하기 보다는..

무엇을 할 수 있고..무엇을 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남의 월급을 받을 지언정..

내가 하는 일은 내가 하는 일이었으니까..

아마도..

저 잡초와 웬지 술한잔 하고 싶었다..

 

 

 이젠 혼자의 여행을 잘 할 수 있겠다..

꽃들과 대화가 되고..

잡초와도 대화가 되고..

내 애마와도 대화가 된다..

이것을...

우린..

이렇게..

정의한다...

 

미친넘..ㅎㅎ

 

 

난 미친넘 소리를 듣는게 좋다..

정신의학적으로 미치는 것 보단..

내가 하고 있는 것에 미치는 것이 좋다..

물론 정말 무엇인가 미쳐서 광신도가 되고..

그래서 남들이 이야기하는 전문가..프로가 되고 싶다.

가만 생각해보니..

그렇게 미쳤다고 생각햇던 것은..

사실 날 미치게 만드는 것이 없었다.

 

내 아내에게 만큼은 정말 미쳤다..ㅎㅎㅎ

 

오늘 컨디션..정말 않좋다..

횡설수설..

 

함평은 나비축제로 유명하다던데..

시기적으로 맞지도 않도..

사람북적대는거 정말 싫어하는 나와..너무도 맞게..

여행 기간을 잡았다..ㅎㅎ

 

 

 길가에 곱게 핀 관상용꽃들이 바람에 하늘거린다..

봄날..이렇게 한가하게..

자전거를 타고 유람하는 나는..

정말 행복한 넘이다..

집나간다고 허락해주는 아내를 모시고 있고..

애들한텐 둘도없는 엄마를 아내로 모시고 있고..

부모님한테는 티하나 없는 며느리를 아내로 모시고 있고..

항상 감사한다.. 내 애인이 되어준 스테파니아에게..

 

함평에 들어서서 잘 곳을 둘러본다..

그리 맘에 드는 곳이 없어..시장에서 김밥, 김치, 낙지(몸보신용)등을 사고..

피씨방이 있어 잠깐 들어가 메일확인 좀 하고..

블로그와 카페좀 들어가보고..

 

국도변에 있는 모텔로 들어간다..

일명 러브호텔이라..절대로 안깍아준단다..

자전거여행도 돈있으나까 하는거 아니냐며..돈좀 쓰고 가란다..

헐.. 관광철도 아닌데..

그래도 뻔질나게 드나드는 자가용과 커플(청춘남녀는 아님)들을 보면..

장사가 잘되나보다..

그러니 배짱이지..

 

 

잔차 모셔두고..방값 못깍은 분풀이를..

뜨거운물 가득 받아..

발목과 무릅을 호강시켜주었다..

줄포에서 푹 쉬지 못한 여파가..

오늘 하루종일 괴롭혔다..

아프지 말아야 하는데..

반신욕으로 땀을 쭈~욱....빼고..

 

 

 등산용 소주컵에 화린이가 붙여준 스티커를 보면서..

스티커 광인 막내가 생각난다..

아빠 술먹지 말라고 머리로 배를 들이받던 우리 공주..ㅎㅎ

두 아들딸..다 이쁘지만..

역시나 이쁜짓은 딸이 차지한다..

아들과 함께 자전거 여행을 가보자고 약속했었다..

이번 여행을 마치고...

아들과 자전거 여행을 해야겠다..

 

오늘 밤도 함평의 잎새방울이..

한방울 두방울 떨어져간다..

 

낼은 목포에서 제주로 간다...

오늘 목포까지 갔었으면 정말 좋았는데..

오늘 만난 정라이더는 목포까지 갔단다...아..부럽다..

 

주행거리 : 79.3km

주행시간 : 4시간56분

평균속도 : 16km/hr

누적거리  :2097 - 1650 = 447km

저는 같은날 같은 동네에서 출발한 분을 여행중간에 만난적이 있었습니다. ㅋㅋ
잘모르는 사람이라도 여행중에 만나면 친구가 되기 쉬운것 같아요 ㅎ
네.. 여행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다 비슷한 느낌이므로 좋은 감정을 나눌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제주도 여행기를 어서 정리해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혼자 킥킥대고 웃었어요.
우린 이렇게 정의한다. 미친*
ㅎㅎ 혼자다니다보니..
점점 이상해지는 듯했습니다..
대화가 얼마나 필요했는지 알겠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