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은 흙이다> -2장 좋은 흙이란(첫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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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읽을거리

2020. 12. 19.

흙의 경도와 뿌리를 지지하는 흙의 두께

 

 

표 1-1에 나온 좋은 흙이 되기 위한 4가지 조건 가운데 가장 처음의 조건은 흙의 경도와 뿌리를 지지하기 위해 필요한 흙의 두께이다. 대체로 어느 정도 경도의 흙이라면 문제가 없을까, 또 어느 정도의 두께가 작물을 기르기 위해 필요한 걸까? 이러한 구체적인 '수치 정보'가 없다면 지향하는 '좋은 흙'에 다가갈 수 없다.

 

 

1  우선, 흙을 파 보자 

꼭 자력으로 파길 바란다

자기 눈앞에 있는 흙이 어느 정도 경도이고, 어느 정도 뿌리를 지지하기 위한 두께를 지니고 있는지는 가만 서서 바라보더라도 전혀 알 수 없다. 여기는 흙을 삽으로 파 볼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한번으로 좋으니 꼭 자력으로 파길 바란다. 자력이 중요하다. 왜 자력이 중요한지는 책을 읽어가면 알 수 있다.

 

그림 2-1 흙을 파서 단면을 만든다. 파낸 흙은 구덩이의 오른쪽에 표층토, 왼쪽에는 하층토로 분류해 놓는다. 두 가지가 섞이지 않도록 주의. 깊이는 1m가 목표. 파는 도중 단단해 파지 못하든지, 잔돌이 많이 나와 파지 못하게 되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거기까지만 판다.

 

삽으로 파는 깊이는 대략 1m(그림 2-1). 파다가 흙이 단단해 파기가 어렵든지, 잔돌이 여기저기 나와 파지 못하게 되었다면 작업은 거기까지. 흙을 파는 작업은 태양을 등에 지고 행한다. 그리고 그냥 아무 생각없이 파는 게 아니라, 자기 정면의 파내는 곳은 흙 표면에서 수직으로 벽 모양이 되도록 조심하길 바란다. 이 벽 모양이 된 곳을 '단면'이라 한다(그림 2-2). 이 단면에, 뒤에서 기술하듯이 여러 가지 흙의 정보가 숨어 있다. 

 

그림 2-2 흙 단면을 만드는 방법.

 

흙을 삽으로 팔 때 파기 쉬움, 즉 삽에서 전해지는 흙의 경도를 똑똑히 기억하길 바란다. 쉽게 흙을 팔지 어떨지, 그것이 '좋은 흙이 되기 위한 조건'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거뭇한 흙에서부터 차츰 거뭇함이 사라진 흙으로

정면에 목표로 한 1m 정도의 단면을 만들 경우, 정면의 단면을 삽으로 깨끗이 정리하고 조금씩 뒤로 물러나면서 파 나아간다. 파낸 흙을 놓아두기 위하여 미리 가빠를 2장 준비해 구덩이의 오른쪽과 왼쪽에 깔아 놓는다(그림 2-1). 파낸 흙은 한 곳에다 쌓지 않는다. 파기 시작한 곳에서 나온 비교적 검은 흙은 오른쪽 가빠에 놓는다. 계속 파내어 흙의 색에서 거뭇함이 사라져 간다면, 이번엔 그 흙을 왼쪽 가빠에 놓는다. 표면에 가까운 비교적 검은 흙과 계속 파내 깊은 곳에서 나온 흙이 섞이지 않도록 주의하길 바란다. 파낸 흙을 각각 구덩이의 왼쪽과 오른쪽에 분리해 놓는 건 표면에 가까운 쪽의 흙과 아래쪽에나 파낸 흙이 섞이는 걸 방지하는 동시에, 다시 메울 때에도 둘을 가능하면 원래 위치에 돌려놓고자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파 나아가면, 파고 있는 곳이 자연스럽게 계단 모양이 된다(그림 2-2). 1m 정도 파냈다면 다시 한 번 단면의 표면 흙을 삽으로 깎아 없애 단면이 깨끗하게 보이도록 한다. 여기까지 비교적 쉽게 파내는 흙이라도 1시간, 단단하고 점토질인 흙이면 삽에 흙이 달라붙어 좀처럼 파지 못한다. 3시간 이상이나 걸릴지도 모른다.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파길 바란다. 파는 도중에 물이 스며나오는 일이 있다. 그와 같은 때에도 물이 스며나오는 곳의 근처에서 작업을 마친다. 

 

파기를 마치면, 단면을 정면으로 하고 구덩이에 들어가 계단 모양이 된 곳에 걸터앉아 본다. 흙 구덩이에 몸을 넣어 보면, 갑자기 소리가 사라진다. 그와 함께 흙의 향기를 느낄 것이다. 걸터앉아 정면의 단면을 주시하길 바란다. 잘 응시하면 파낼 때에 흙을 좌우로 분류했듯이, 단면도 거뭇한 층과 그렇지 않은 아랫층으로 나뉘어 있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그림 2-3). 이 위쪽의 층을 '표층토'(또는 작토作土), 아래층의 흙을 '하층토'(또는 심토)라고 한다.

 

그림 2-3 표층토와 하층토. 표층토(작토)의 두께와 부드러움이 중요. 하층토(심토)에서는 물빠짐의 좋고 나쁨을 보여주는 정보가 숨어 있다.

 

 

 

 

단면이 줄무늬 모양인 흙도 있다

그런데 파 보면 흙의 단면이 그림 2-3처럼 되어 있지 않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흙의 단면은 그림 2-3처럼 약간 거무스름한 색의 표층토와 그 아래에 황갈색의 하층토라는 조합이 기본이다. 그러나 화산재에서 유래한 흙(정확히는 안도솔) 안에는 몇 층이나 쌓인 것처럼 보이는 흙도 있다(그림 2-4). 이것은 화산 폭발이 반복되어 화산재가 몇 번이나 강하한 데에서 유래한다. 강하된 화산재에 다음 화산재가 내려 쌓이기까지 오랜 기간이 걸리면, 그곳에서 생육하던 식물의 유체 등이 그만큼 축적되어 흙에 다량으로 첨가된다. 그들은 흙의 유기물(부식)이 되어 흙에 남고, 그것이 표층토에 검은색을 띠게 한다. 그런데 다음에 화산이 다시 폭발해 화산재가 지표면에 떨어지면 이전의 지표면은 지하로 묻히고, 그 결과 쌓였던 유기물로 검은색을 띠던 표층토가 지하로 묻혀 버린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어 안도솔의 단면은 줄무늬 모양이 된다. 바꾸어 말해, 이 그림 2-4와 같은 줄무늬 모양을 흙의 단면에서 발견한다면 그 흙이 안도솔이라 알 수 있다. 

 

그림 2-4 화산재에서 유래한 흙(안도솔)의 단면. 안도솔의 단면은 표층토(거무스름한 흙의 층) + 하층토(황갈색 흙의 층)이란 흙의 단면이 기본적인 구성은 아니다. 몇 층이나 거듭 쌓인 것처럼 보인다.

 

 

안도솔은 이러한 흙의 생성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안도솔이 아닌 흙과 단면의 모습이 전혀 다르다. 따라서 단순히 표층토와 하층토로 나누기 어렵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지표면에서 30cm 정도까지를 우선 '표층토', 그 아래 30cm를 '하층토'라 편의상 생각하고, 앞으로 계속 읽고자 한다. 

 

 

2 적당한 흙의 경도란

흙의 경도와 두께란

 

흙의 적당한 경도란 표층토와 하층토에서 다르다. 표층토는 "쉽게 팔 수 있는 정도"가 적당한 경도의 기준이다. 하층토는 엄지손가락을 단면에 찔러 첫번째 관절 정도까지 흙속으로 들어가 묻히는 정도의 경도가 기준이다(그림2-5). 

 

그림2-5 엄지손가락 찌르는 방법으로 흙의 경도를 판정한다. 흙의 단면에 직각으로 자신의 엄지손가락을 흙에 찔러 넣어, 엄지손가락이 쉽게 들어가는 것으로 흙의 경도를 판정한다.

 

 

전문가는 "토양 경도계"라는 도구로 흙의 경도를 측정한다(그림2-6). 그 측정한 수치와 '엄지손가락 찌르는 방법'의 관계는 표2-1과 같다. 

 

그림2-6 흙의 경도를 측정하는 도구(경도계).  앞의 것을 측정기구 본체 안에 넣는다. '엄지손가락 찌르는 법'처럼 왼쪽의 돌기를 흙의 단면에 수직으로 꽂아 넣고, 돌기가 흙속에 들어간 길이를 mm 단위로 판독한다.

 

 

경도의 구분 경도계 수치(mm) 엄지손가락을 찌르는 때의 모습
매우 부드러움
부드러움
중간 정도
단단함
매우 단단함
10mm 이하
11~18mm
19~24mm
25~28mm
29mm 이상
거의 저항 없이 손가락이 들어간다
약간 저항이 있지만 손가락이 들어간다
첫번째 관절까지 손가락이 들어간다
손가락 자국은 나지만, 손가락이 들어가지 않는다
손가락 자국도 나지 않는다 

표2-1 흙의 경도(치밀도) 구분(일본 토양비료학회 토양교육위원회, 2006, 일부 개정)

 

 

 

3 흙의 경도는 어떻게 결정되는가? 

 

흙은 여러 가지 크기의 알갱이로 이루어져 있다

대저, 흙의 경도는 무엇에 의하여 결정될까? 이것은 '흙 알갱이'의 크기(입경이라 함)로 결정된다. 흙 알갱이? 라고 의아해 할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모래와 점토를 떠올려보자. 모래는 거슬거슬해 눈으로 보아 한 알 한 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점토의 알갱이는 모래처럼 눈으로 보아 크기를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작다. 

 

흙에 포함되어 있는 유기물을 완전히 제거하고 흙 알갱이만 본다면, 모래(학문적으로는 굵은 모래와 가는 모래로 나뉨)와 점토(여기에서 말하는 점토란 점토 세공에 쓰이는 점토가 아니라, 그림2-7에 나오는 매우 가느다란 흙 입자이다), 그 중간 크기인 실트(미세 모래)라 부를 수 있는 입자 3종류로 구성되어 있다. 문제는 이 3종류의 입자가 어느 정도의 비율로 흙을 구성하고 있느냐이다.

 

 

흙 알갱이가 가늘수록 단단한 흙으로

어느 용기에 유리구슬을 담는다면, 유리구슬이 작을수록 빈틈없이 가득 찬다. 크다면 빈틈없이 채울 수 없기 때문에, 공간이 많이 생긴다. 일정한 용적에서 어느 정도의 유리구슬이 채워져 있는지를 표현하는 데에 '치밀도'란 용어를 쓴다. 치밀도는 큰 유리구슬로 채우기보다 작은 유리구슬로 채울수룩 커진다. 점토는 가장 가느다란 알갱이이기에 점토질 흙은 치밀도가 크다. 반대로 모래는 알갱이가 굵기 때문에 모래질 흙은 치밀도가 작다. 이 때문에 점토질 흙은 일정한 용적에서 꽉 채워진 단단한 흙이 된다. 입자가 굵은 모래질 흙이 점토질 흙처럼 단단한 흙을 만드는 일은 별로 없다. 흙을 파면 삽에 착 붙어 들러붙는 일이 있다. 이것은 흙 알갱이가 가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흙은 단단한 흙이 되기 쉽다. 

 

 

 

4 흙 알갱이의 크기는 어디에서 결정되는가?

 

흙이 생기는 방법과 관계 있다

그럼 흙 알갱이의 크기는 어떻게 결정될까? 흙 알갱이의 크기가 생길 때부터 결정되어 있는 것이라면, 잘 달라붙는 흙이나 모래 같은 흙이란 차이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이 흙 알갱이의 크기는 흙이 생기는 방법과 관계가 있다.

 

흙의 원료는 암석(모암)이다. 그 암석이 풍화작용으로 가늘게 부수어져 간다. 그 가늘게 부수어진 암석을 흙의 모재라 한다(흙이 생기는 방법에 대한 상세한 건 12장 1을 참조). 흙을 구성하는 입자의 크기는 원료가 되는 암석의 질과, 풍화작용의 영향 정도로 결정된다. 풍화작용의 시간을 오래 경함하거나, 암석이 물러서 풍화작용을 받기 쉽거나 한다면 흙은 가느다란 입자, 즉 점토나 실트 같이 입자가 많아진다. 그 결과 세립질의 흙이 생긴다. 이 반대가 사질(조립질)의 흙이다. 그 중간 상태가 중립질의 흙이다.

 

                                              가늘다                                                                                                       굵다   
점토 실트(미새 모래)                                 모래 자갈
가는 모래 굵은 모래

           입경:                 0.002                                 0.02                                 0.2                                    2.0      (mm)

 

 

 

흙의 경도를 바꾸는 데에는 아득한 시간이 필요

 

흙이 단단하다는 건 흙의 입자가 잘아 치밀도가 높은 것에 기인한다. 그 흙의 입자에는 암석이 부수어지고, 생물의 작용을 받아 흙이 만들어지기까지 걸린 시간이 한데 모여 있다. 따라서 흙의 경도를 본질적으로 부드럽게 하는 데에는 정신이 아득해지는 듯한 시간에 걸친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퇴비 등의 거칠고 엉성한 유기물을 계속하여 세대를 넘어 흙에 주는 것으로 흙쏙에 유기물에 의한 완충재를 만들어 나가, 그것에 의하여 조금씩 흙을 부드러워지게 하는 것이다. 이밖에 모래 등을 섞으면 좋을 것이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가정의 텃밭 정도로 작은 면적이라면 가능할지 모른다. 그러나 넓은 밭에서는 모래가 근처에 대량으로 없다면 안 된다. 모래라 하더라도 해안의 모래는 염분이 있기에 적당하지 않다. 하천의 모래여야 한다. 이와 같은 점을 고려한다면, 세립질 흙에 모래를 가져온다는 건 그림 속의 떡처럼 현실성이 떨어진다. 점질인 흙을 사질의 흙으로 만드는 등의 일은 선뜻 말할 수 없다. 

 

 

 

그렇더라도, 흙의 경도는 흙의 입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이야기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흙의 경도를 흙의 입자만으로 설명해 왔다. 하지만 흙의 경도라는 건 그다지 간단하지는 않다. 예를 들어, 똑같은 흙이라도 함유된 수분에 의해 흙의 경도가 변화한다. 이것은 세립질의 흙을 건조시키면 딱딱 단단히 굳어 버리는 것으로부터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 흙이라도 조금씩 물을 함유해 가면 부드러움이 증가해, 급기야 흐물흐물 액상화되고, 단단함이란 개념에서 벗어나 버린다.

 

한마디로 단단함이더라도 단단함의 본질은 매우 복잡하다. 여기에서는 이야기를 단순화시켰다. 

 

 

 

5 흙의 두께란?

흙의 두께 2종류

'두텁고 부드러운 흙'이란 것이 좋은 흙의 조건 (1)이었다. 경도에 대해서는 이미 서술했다. 이번엔 흙의 '두께'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두께도 2종류이다. 그것은 그림2-3에 나온 표층토의 두께와 뿌리가 흙속으로 쉽게 뻗어 나가는 흙의 두께이다. 

 

표층토의 두께는 20~30cm 정도이면 '좋은 '상태이다. 이 두께가 20cm보다 얕으면 표층토로서의 두께가 충분하다고는 할 수 없다. 뿌리가 흙속으로 쉽게 뻗어 나가는지 어떤지는 삽으로 팠을 때 흙속에 돌을 많이 함유한 층이나 암반이 나와 더 팔 수 없든지(그림2-8), 흙이 단단해 삽으로 쉽게 팔 수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 그리고 그러한 곳까지의 흙의 범위를 유효 토층이라 한다(그림2-9). 좋은 흙으로서 갖추어야 하는 흙의 두께는 50cm 이상을 기준으로 한다.

 

그림2-8 자갈이 드러난 토양 단면. 표면에서 50cm 정도인 곳에 자갈이 다량으로 있다. 자갈이 드러난 곳까지가 유효 토층이다.

 

그림2-9 흙 두께의 개념도. 오른쪽의 자는 흑색과 백색 각각이 10cm의 길이를 나타낸다.

 

 

 

표층토의 두께는 쟁기질 작업과 깊은 관계

표층토는 작토作土(농사흙)이라고도 부른다(반드시 항상 둘의 두께가 똑같다고는 할 수 없음). 작토층이란 쟁기질에 의해 흙이 교란되는 범위의 토층이다. 경운기를 써서 흙을 부수고(회전하는 날로 흙을 부순다. 이를 로타리질이라 함), 땅을 고르게 해 작물의 씨뿌리기나 모종 옮겨심기를 준비한다. 이 로타리질의 깊이가 작토층의 두께라고도 할 수 있는 정도로, 쟁기질 작업과 깊은 관련을 가지고 있다. 

 

재배가 끝난 뒤 수확 잔여물이나 흙에 남아 있던 뿌리 등은 유기물로서 쟁기질로 흙에 집어넣거나, 로타리질로 흙과 뒤섞거나 한다. 퇴비 등도 똑같아, 쟁기질 전에 흙의 표면에 살포한 퇴비를 쟁기질로 흙속으로 넣고, 그 뒤 로타리질로 흙과 뒤섞고 땅고르기를 한다. 이에 의하여 퇴비는 흙에 유기물로서 포함되어 흙속의 미생물에 의하여 서서히 분해되어 간다. 그리고 미생물에 의해서도 분해되기 어려운 부분이 흙의 유기물로 남아 있는다. 이것이 부식으로 표층토의 검은색의 흙이 된다. 흙의 깊숙한 곳까지 유기물이 들어가 뒤섞이면, 표층토의 깊이도 조금씩 늘어나게 된다. 

 

 

일상 작업으로 개량할 수 있는 건 20cm 정도까지

그렇다고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모두가 쓰는 경운기라면 흙을 휘저어 섞을 수 있는 건 기껏 20cm 정도이다. 농가가 쓰는 트랙터에 부착된 로타리기로도 30cm 이상의 깊이까지 섞는 건 힘들다. 

 

표층토는 비배관리와 퇴비를 주는 등 우리가 직접 관리할 수 있는 토층이다. 이 20cm 정도의 두께를 확실히 관리하려 한다. ㄱㅡ것은 ㅈㅏㄱ물의 뿌리에 쓸데없이 스트레스를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가정 텃밭이라면 퇴비니 부엽토, 작물의 수확 잔여물, 자택에서 만든 음식물퇴비 등의 유기물을 주어, 의식적으로 20cm 이상의 깊이까지 삽을 쑤셔 흙과 잘 섞는 일을 찬찬히 해마다 실행하는 데 착수한다.  

 

 

 

6 뿌리가 뻗을 수 있는 흙의 두께와 경도 

 

유효 토층의 두께를  우리의 일상 작업으로 증가시킨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유효 토층의 두께는 그 장소의 흙이 생성된 방법에 유래되며, 흙의 생성 방법에 우리는 구체적으로 관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유효 토층은 작물의 뿌리가 퍼져 나갈 수 있는 토층이기에, 두께가 얕으면 작물이 충분히 지탱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양분과 수분의 흡수 영역도 제한된다. 유효 토층이 50cm 이내로 제한되어 버리면 작물의 생육도 저해된다. 

 

유효 토층을 결정하는 큰 요인은 뿌리가 통과할 수 없는 암반이나 단단한 토층이다. 그럼 도대체 뿌리는 어느 정도의 경도까지이면 뻗을 수 있는 것일까? 지금까지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표2-01에 나오는 경도계의 수치로 25mm가 한계라고 한다. '엄지손가락 찌르는 방법'(그림2-5)로 말하면, 적어도 엄지손가락의 첫번째 관절까지 들어가는 정도가 아니면 뿌리가 뻗어 나갈 수 없게 된다.

 

 

 

7 뿌리 뻗음에 영향을 주는 건 경도만이 아니다

 

뿌리 뻗음을 좌우하는 3가지 요인

다만, 뿌리가 뻗을 수 있는지 어떤지는 흙의 경도만으로 결정되지는 않는다. 작물의 뿌리가 기분 좋게 뻗는 걸 저해하는 요인에는 다음의 3가지가 있다. (1)흙의 경도에서 유래하는 기계적인 저항, (2)흙속에 충분한 공기를 보내주어 뿌리의 호흡에 악영향을 주지 않게 되는지를 나타내는 흙의 통기성, 마지막으로 (3)흙의 수분 조건이 더해진다. 그리고 이들 요인은 독립되어 있는 게 아니라, 상호관련되어 있어 더더욱 복잡하여 알기 어렵다. 

 

그림2-10은 이 세 요인이 뿌리 뻗음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에 대하여 완두를 이용해 조사한 결과이다. 용적중容積重이 1.0이란 건 1세제곱센티미터에 1g의 흙이 가득 차 있는 걸 나타내며, 아주 보통인 흙의 수치이다. 용적중이 늘어나는 것은 흙의 입자가 가늘고 점질이 되어 간다는 것으로 생각해도 좋다. 

 

 

일반적인 흙에서 경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새삼스럽게 그림2-10을 보길 바란다. 흙에 웅덩이가 생기는 듯한 수분 상태일 때는 흙속의 빈틈은 물로 가득 차 있기에 흙에 산소가 부족하다(통기 불량). 이 때문에 흙의 용적중에 관계없이 완두는 산소 부족으로 뿌리를 충분히 뻗지 못한다. 

 

그림2-10 완두의 뿌리 뻗는 법과 흙의 성질 사이의 관계

 

웅덩이가 없고, 흙이 물을 어느 정도 포함하고 있을 때는 이번엔 기계적 저항, 즉 흙의 경도가 뿌리 뻗음을 저해한다. 다만, 그것도 용적량이 1.1을 넘는 약간 세립질(점질)인 흙인 경우이고, 용적중이 1.0 정도까지의 매우 일반적인 흙에서는 물도 어느 정도 있고, 게다가 흙속의 빈틈에는 공기도 있기에 뿌리가 뻗는 데에는 최적의 상태가 된다. 

 

흙이 건조해져 가면, 용적중이 큰 흙(세립질, 점질)에서는 경도에 의한 기계적 저항이 뿌리 뻗음을 저해한다. 그러나 매우 일반적인 흙에서는 경도에 의한 기계적 저항이 뿌리 뻗음을 저하해는 일은 없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작물이 시들어 버릴 만큼 건조한 흙에서는 물 부족이 뿌리 뻗음을 저해한다. 

 

요컨대, 매우 일반적인 흙에서는 경도 그 자체가 뿌리의 뻗음을 저해한다는 것은 별로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결론이다. 고려해야 할 흙은 세립질의 흙(점질인 흙)이다. 안도솔(화산회토)처럼 용적중이 작은 흙에서는 흙의 경도를 거의 문제삼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안도솔은 흙이 가볍기 때문에 풍식(바람에 흙이 날려 버리는 일) 피해를 받기 쉽다는 우려가 있다. 

 

그럼 그 흙의 입자가 가는지 거친지는 어떻게 판정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서는 다음 3장에서 구체적으로 기술하겠다.

 

 

 

8 무경운으로도 작물을 재배한다 -쟁기질과 무경운 흙의 차이는?

 

확산되는 무경운 재배

작물의 씨앗을 심거나 모종을 옮겨심거나 하려면 흙을 갈고(이처럼 흙을 가는 걸 쟁기질이라 함) 고르게 하여 준비한다. 그러나 이 작업은 힘들고 시간도 걸린다. 게다가 기계를 쓰면 에너지도 필요하다. 안도솔(화산회토)처럼 가벼운 흙에서는 초봄의 강풍에 풍식도 발생한다. 더구나 흙을 쟁기질하는 것이 흙속의 유기물 분해를 촉진해 결과적으로 흙에서 온실가스를 발생시켜(Koga and Tsuji, 2009; Koga, 2013) 온난화를 가속화한다. 

 

이와 같은 일로부터 전에 재배했던 작물의 수확 잔여물 등을 그대로 두고 전혀 쟁기질하지 않는, 즉 무경운 농업이 미국이나 남미에서 운영되어 왔다. 파라과이에서는 일본계 사람의 큰 노력에 의하여 대두와 옥수수의 대규모 무경운 재배가 성공을 거두었다. 물론 일본에서도 무경운 재배를 실천하는 예도 있다. 이처럼 무경운으로도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데 왜 흙을 쟁기질하는 걸까? 쟁기질과 무경운으로 흙에 어떠한 차이가 생기는 걸까?

 

흙을 갈아서 부드럽게 하고 깔끔히 정지하는 것은 작물의 씨앗에서 싹이 터 흙으로부터 얼굴을 내미는 걸 가지런히 하기 위해 중요한 작업이다. 이외에 흙에 준 퇴비와 화학비료를 흙과 잘 혼합해 균일화하는 일도 중요한 역할이다. 그것만이 아니라, 쟁기질 작업에는 제초라는 중요한 목적도 있다. 무경운에서는 제초제를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밭을 갈지 않고, 이전 작물의 수확 잔여물을 밭에 놔둔 채로 있기 때문에, 무경운의 밭에서는 작물의 씨앗을 심기 전이라도 흙이 비나 바람에 유출되는 수식이나 풍식은 발생하기 어렵다. 걱정되는 건 흙의 단단함이나 흙덩어리가 작물의 싹이 트는 걸 저해하는 요인이 되어, 가지런히 싹이 나는 게 나빠진다는 점이다. 

 

 

 

쟁기질한다고 반드시 잘 자라는 것도 아니다

쟁기질에 의해 부드러워졌던 흙은 흙속에 큰 빈틈이 늘어 배수가 좋아진다. 하지만 다음 3장에서 기술하듯이, 쟁기질하더라도 흙속에 물을 보유하기 위한 작은 빈틈이 늘거나 줄어들거나 하는 건 아니다(木下, 1970). 이 작은 빈틈은 흙 입자의 크기에 의하여 결정되어, 쟁기질 작업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쟁기질에 의하여 일시적으로 큰 빈틈이 늘더라도 재배가 진행되는 시간이 경과하는 것과 함께 강우 등의 영향으로 범차 줄어들어, 쟁기질 이전의 상태로 돌아간다. 쟁기질의 효과는 작물 생육의 아주 초기에 한정되는 것이다. 

 

더욱이 세립질이고 점성이 강한 흙에서는 너무 건조하지도 않고 너무 습하지도 않은 어느 특정한 수분 상태일 때 쟁기질이나 로타리질을 하여 흙을 써리면, 큰 덩어리(경단 상태)가 되어 버린다. 그렇게 되면 하층과 이어진 물의 연결이 절단되어 수분 공급이 불충분해지고, 가지런히 싹이 트지 않게 되어 생육에 악영향을 미친다(그림2-11). 단순히 쟁기질한다고 반드시 작물의 생육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흙이 세립질인지 조립질인지, 또는 그 중간인지 하는 성질을 잘 아는 일이 중요하다. 

 

그림2-11 생육이 가지런하지 않게 된 옥수수밭. 세립이고 점질인 흙을 부적절한 수분 상태일 때 쟁기질(로타리질)했기 때문에, 흙이 큰 덩어리가 되어 수분 공급이 불충분해진 것이 원인.

 

흙 입자의 크기는 그 흙의 생성방법에 의해 결정되기에, 우리들의 일상적 관리로 직접 개량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흙의 이러한 본질적인 성질은 주어진 조건으로 받아들이고, 그에 어울리는 작물을 재배할 수밖에 없다. 흙의 경도와 두께는 세대를 넘어 차분히 정신을 쏟으며 개량해 나아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