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사진들

박충권 목사 2009. 5. 30. 21:34


배를 타고 바다를 나아간다.
아스팔트 위에 그려진 차선 위를 달려야 하는 자동차와는 달리
사방 막힌 게 없는 공간 속에서 물살을 가르며 내닫는 그 기분은 바로 자유며 해방이다.





뒤를 돌아보면 산방산과 형제섬 사이로 아스라이 한라산이 보이고
앞을 바라보면 한국의 최남단 마라도가 어서 오라고 반긴다.
마라도 남쪽에는 이상향이라는 이어도가 있다지 아마...





배를 따라오는지 나를 따라오는지
유유자적하게 하늘을 나는 갈매기떼를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은 확 열린다.









억겁의 세월에 부딪치고 쓸리며 몸살을 앓던 바위는
끝내 저렇듯 가슴이 뻥 뚫리고 말았나 보다.
해식(海蝕) 동굴이 곳곳에 아가리를 벌린 모습에 눈길이 멈추면 마라도에 닿은 것이다.



선착장에 내리면 눈을 가로막는 건 즐비하게 늘어선 카트의 행렬.
느긋하게 걸어도 한시간 남짓이면 섬을 한바퀴 돌 수 있는데
배에서 내리기가 무섭게 호객소리부터 들어야 하는 건 정말 아니지 싶다.
하긴 싫으면 안 타면 그만이니 엉뚱한 일에 신경 쓸 일은 아니다.







저리 아름다운 정경 속을 오손도손, 도란도란 걸을 것인가?
포장된 도로 위를 카트를 타고 대충대충 주마간산 할 것인가?
포도(鋪道)에 익숙해 버린 우리에게 흙을 밟고 잔디를 밟으며 걷는 일은 진짜 큰 즐거움이 아닐까.









마라도에는 성당도 있고, 사찰도 있고, 교회도 있다.
종교를 갖지 않았지만 그래도 무언가 빌고 싶은 게 있다면
등대를 바라보며 소원을 빌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떠올려 본다.







남는 건 사진 뿐이라는데
'대한민국 최남단' 표지석 앞에서 사진을 찍어도 되고
그보다 더 남쪽 끝에 서고 싶다면 장군바위 위에 올라서서
한없이 펼쳐진 태평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도 될 일이다.







저리 고운 물색을 바라보며
마라도의 정취를 흠뻑 즐기려면 어쨌거나 느긋하게 걸을 일이다.





언제든, 어디에서든 걸음을 멈추거나 고개만 돌리면 쉴 곳이 있다.
벤치에 앉아도 되고, 정자에 들러도 되고
그도 아니면 아무 풀밭이나 바위에 앉아 여유를 부려도 뭐랄 사람은 없다.



전교생이라고는 단 한 명 뿐인 마라분교.



슬픈 전설을 지닌 아기업개당.





해변을 걷다가 문득 생각나는 소원이라도 있어 돌을 하나 쌓으면 그 또한 추억이리니.







마라도에서 먹는 해물짜장면은 또 다른 추억거리.
'원조짜장면집'이 있고 '짜장면 시키신 분'으로 유명해진 집이 쌍벽을 이루더니
일년 전엔가 '마라 원 짜장' 집이 생기고 두어 달 전에는 '철가방을 든 해녀'라는 집도 생겼다.
5천원의 가격에 셀프서비스. 게다가 나에겐 별로 신통치 않은 맛이지만 여긴 마라도니까.
저마다 입맛이 다를 것이니 정말 맛이 좋았다 싶으면 사인지도 한 장 남겨두던지...



쫓기듯 마라도를 구경하면 정작 거두어야할 추억은 흘리기 쉽다.
1시간 30분 후에 떠나는 배를 타지말고 그 다음 배를 타기로 작정하면 세시간의 시간이 주어진다.
정신없이 사진 몇 장 찍고 떠나는 마라도의 추억이 아니라
남쪽 끝자락의 하늘과 바람과 고운 모습까지를 안고 오려면 다음 배를 타면 추억은 몇 배가된다.







그래도 못내 아쉬우면 송악산을 오르면 된다.
한 시간의 투자는 더 깊고 짙은 마라도의 추억을 가슴에 새겨줄 것이다.

마라도의 들녘은 아직 봄빛이 덜 입혀졌지만
바람 자락에는 따스한 봄 기운이 실려 온몸을 감싸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봄은 남녘에서 밀려오는 것이기에...


2009. 3.
마라도, 송악산

출처 : 디지털카메라
글쓴이 : 자파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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